그는 자신이 낸 앨범을 통해 음원 비즈니스 구조가 불합리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과 실험을 시작했다. 음원이 아닌 다른 매체로 음악을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음원서비스 플랫폼이 아닌 다른 채널로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그는 미디어 아티스트로 불리고 있었다. 대중과 소통하는 음악적 방식을 혁신하려고 했던, 소리로 세상 모든 것과 소통하고자 했던 그가 스타트업을 시작하겠다고 찾아온 것은 그를 만난 지 2년이 되어가던 2019년 이맘때였다.
스타트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증가했다. 10여년간 대기업에서 스타트업 관련 일을 할 때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내부 이해관계자를 만나 본론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스타트업'이란 무엇인가 설명하다가 진이 빠진다는 것이었다.
지상파 메인 뉴스에 스타트업이란 단어가 부연 설명 없이 등장했던 몇 년 전을 기억한다. 더 이상 신문 기사에는 스타트업에 각주가 달리지 않는다. 세상 곳곳에서 스타트업 제품과 서비스의 광고를 접할 수 있고, 스타트업이 드라마 소재로 등장하고, 스타트업 경진대회가 지상파를 통해 중계된다. 배달기사도, 택시기사도, 미용사도 스타트업 종사자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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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세상은 스타트업의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스타트업은 비전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압축된 자원을 활용해 빠르게 성장하면서 미션을 달성하는 조직이다. 세상의 문제를 정의하고 불완전하더라도 빠르게 솔루션을 시장에 내놓고, 시장에서 미처 불만이 커지기도 전에 빠른 개선을 통해 정답을 찾아가며 팬을 만든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이에 부합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성장하며 고유의 조직문화를 만든다. 세상의 변화는 빨라졌고 혁신의 강도는 세진 상황에서 기존의 기업들도 스타트업 방식을 습득하려고 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 하지 않았던가. 불확실성 시대에 미래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비단 비즈니스뿐일까. 정치,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세상을 이롭게 하려는 혁신가들의 방법론으로 스타트업을 정의내려야 하지 않을까. 바람직한 방향으로 미래를 이끌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혁신가가 많아져야 한다.
투자 수익을 위한 대상,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새로운 경제주체, 투자유치 금액과 기업가치에 기반한 화제성을 넘어 세상 모든 혁신가들의 방법론으로 스타트업을 바라봐야 할 때다. 작업실을 벗어나 자연의 모습과 색채를 담고 싶어 했던 화가들에 의해 튜브물감이 발명되고 이로 인해 인상주의가 발전했듯이, 세상을 이롭게 변화시키고자 하는 혁신가들에게 스타트업은 튜브물감이 되어 줄 것이다.
음악가였던 그는 이듬해 창업을 했고 유명 초기 투자사로부터 시드투자도 받았다. 창업가라는 타이틀이 하나 더 붙긴 했지만 그는 여전히 음악가이자 미디어 아티스트다. 새해 첫날에는 스타트업을 통해 세상 문제를 해결하려는 혁신가의 음악 이야기를 들으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