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인이 은행 돈 빌려 집 사는 '꼼수 대출' 늘었다

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2021.12.22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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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법인이 은행 돈 빌려 집 사는 '꼼수 대출' 늘었다


법인이 운영자금 등의 조달 목적으로 대출을 받아 주택 등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금융당국과 은행이 사후 점검을 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져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에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더 강화되면 이처럼 규제 회피를 위한 '꼼수 대출'이 더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21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와 국토교통부 추산을 보면, 법인이 운영자금 조달 등의 목적으로 대출을 받아 부동산 매입에 쓴 '용도 외 이용' 의심 건수는 올해 100건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51건이 발생했고, 국토부는 하반기 용도 외 이용 의심 건수를 50건 내외로 추정했다. 2019년과 2020년 2년치 전체 건수(129건)에 육박하는 수치다. 의심 건수 중 실제 유용이 확인돼 은행이 회수한 대출 잔액은 211억8000만원(25건)이었다.



법인의 용도 외 이용 의심 사례를 찾아 금감원에 전달하는 정부 부처는 국토부다. 국토부에 따르면 용도 외 이용의 대표적인 사례는 법인이 운전자금·시설자금 명목으로 대출을 받은 후 아파트를 매수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부동산을 매수한 법인에 자금 출처 등을 묻는데, 출처를 적어내지 않거나 하면 금감원에 통보한다. 금감원은 이후 각 은행과 함께 용도 외 이용을 한 혐의가 있는 법인을 점검한다.

법인 대출은 개인사업자 대출에 비해 업력이나 영업이익 등 대출 요건이 엄격하다. 바꿔 말하면 심사에 통과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대출을 받아 다른 데 쓸 수 있다. 은행이 주기적으로 법인의 대출 자금 운용 상황을 살펴 보지만 현장 실사보단 서류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은행은 5억원 이하 법인대출은 사후검증도 하지 않는다.



법인의 용도 외 대출자금 사용이 늘어난 이유로는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첫 손에 꼽힌다. 은행 가계대출이 막히고 지난 7월부터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시행되자 총량 관리 대상이 아닌 법인 대출에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가계대출을 받기 어려워지자 법인대출 일부를 집 살 때 쓰는 법인 사업자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법인 대출의 금리가 가계대출보다 낮아진 데서 기인한 측면도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평균 금리는 연 3.14%로 가계대출 평균 금리(3.46%)보다 0.32%포인트 낮다. 코로나19(COVID-19) 장기화로 중소기업 대출 지원이 강화되면서다.

법인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사는 행위는 내년에 더 증가할 수 있다. 은행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치가 올해 5~6%에서 내년 4~5%로 더 빡빡한데다 은행도 기업대출 영업을 강화할 방침이어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한계 상황에 처한 기업들의 실수요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이에 대해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우회적이고 탈법적인 행위에 대해선 원칙에 입각해 처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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