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세 30조 걷자더니 "보유세 동결"..이재명표 정책 '모순'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1.12.2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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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대선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전국민 소비쿠폰'을 비롯해 지역화폐 연간 50조원 발행과 임대료 국가 분담제 도입 등 7대 공약을 내놓았다. /사진제공=뉴스1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대선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전국민 소비쿠폰'을 비롯해 지역화폐 연간 50조원 발행과 임대료 국가 분담제 도입 등 7대 공약을 내놓았다. /사진제공=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동산 정책이 모순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그가 현행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의 2배 수준인 연간 30조원의 국토보유세(이하 국토세)를 걷어 1인당 6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과 배치되는 '보유세 동결'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20일 선대위 회의에서 "(이 후보가) 재산세제에 대한 근본적 인식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선심을 얻기 위해 재산세를 동결한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다른 한편으로 국토세를 도입해 투기 이윤을 모두 흡수한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증세와 감세를 오가는 이 후보의 갈팡질팡 행보를 꼬집은 것이다.



국토세 현행 보유세 2배 수준...기본소득 50만원 넘으면 지자체 취득세도 끌어와야
실제로 종부세를 국토세로 바꿔 실효세율을 높여도 재산세를 동결하거나 내리면 목표 세수 확보는 어렵다.

행전안전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2019년 과세연도 기준 보유세 징수 규모는 총 15조6843억원(재산세 12조6771억원, 종부세 3조72억원)에 달한다. 국토세를 도입해서 기본소득을 지급하려면 지금보다 세부담을 약 2배 가량 늘려야하는 셈이다.



앞선 연구결과를 보더라도 국토세 도입과 재산세 동결은 모순된다. 기본소득 지급액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취득세 등 현재 지자체 예산으로 활용되는 재원을 추가로 끌어와야 하는 까닭이다.

2019년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실행방안 연구' 보고서에는 "기본소득 50만원을 실현하기 위해선 단일과세 대상만으로 재원조달이 불가능하고, 이런 세율구조의 국토보유세는 현실성이 없다"며 "타 세목 수입 내지 일반재원에서 상당 부분 지원이 필요하며, 지원 가능한 세목은 취득세가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는 내용이 결론에 담겼다.

같은해 한국지방세연구원이 펴낸 '국토보유세 도입 쟁점 검토' 보고서에서도 "(특정 지자체만 운용하는) 지방국토보유세는 조세부과 타당성이 낮으므로 광역자치단제장이 재산세율 인상 등을 통해 기본소득 재원을 일정 부분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정책 제언이 담겼다.


국토세 30조 걷자더니 "보유세 동결"..이재명표 정책 '모순'
서울시 등 지자체 반발 예상, 가격인상 등 경제주체 부담 가능성도
이런 방향으로 국토세가 도입되면 관련 세수 규모가 큰 지자체부터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유럽 복지국가에서도 이런 방식은 성공한 적이 없다"며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을 비판했다.

이 후보가 중도층 표심 확보를 위해 이번에 전략적으로 재산세 완화를 내걸었지만, 대규모 증세가 필요한 국토세 정책을 폐기하지 않고 국민들을 설득하겠다고 밝힌 만큼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1년 간 증세를 유예한 한시적 조치여서 세율 인하 등 후속 대책이 없다면 집권 이후엔 대규모 증세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국토세의 목표 세수가 과도하다는 평가도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장)는 "연간 국세 징수액이 약 300조인데 이 중 10%를 땅소유자의 미실현 이익에 물리겠다는 것"이라며 소득세 연간 징수액(약 90조)와 비교해도 과도한 수준"이라고 했다.

국토세 도입으로 법인 등에 대한 과도한 세부담이 현실화되면 결국 가격인상으로 모든 경제주체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법인의 평균 토지 소유면적은 1만8000㎡ 개인보다 84배 많고, 국토세 도입 시 세부담이 평균 12.5배 증가할 전망이다. 일례로 2017년 52억원의 토지보유세를 낸 한국수력원자력은 국토세 개편시 세부담이 647억원으로 늘어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세금으로 세금을 내는 형태가 되므로 결국 국민에게 2차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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