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 1고로 /사진=포스코
20일 포스코에 따르면 포항제철소 1고로는 오는 29일 쇳물 생산을 중단(종풍)한다. 1고로는 한국 산업사의 기념비적인 설비다. 1973년 6월 9일부터 50년 가까이 쉼 없이 쇳물을 뽑아내 '한강의 기적'의 토대를 닦았다. 철강업계는 1고로가 처음으로 쇳물을 생산한 이 날을 '철의 날'로 제정하고 매년 행사를 치르고 있다.
1고로는 1970년 4월 착공해 1973년 3월 준공했다. 준공 후 화입 등 쇳물이 생산되기까지 또 3개월이 소요됐다. 대일청구권 자금 8000억원 중 1200억원이 포항제철소 조성과 1고로 건립에 사용됐다. 당시 경부고속도로 건설비용의 3배 규모다.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자금조달부터 1고로 착·준공, 쇳물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포스코는 이중 총 9기의 고로를 보유하고, 연간 4000만톤 이상의 조강생산능력을 갖춘 세계 5위 철강사로 거듭났다. 1고로가 퇴역해도 포스코의 생산량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1고로 종풍으로 연간 100만톤 규모의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타 고로 증산 등이 병행돼 실제 조강생산량 감소량은 소폭에 그칠 것"이라 말했다.
/그래픽=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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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현재 수소환원제철에 근접한 파이넥스 기술을 보유했다. 파이넥스 공법은 철광석·유연탄 등을 가루 형태로 사용해 환경오염물질을 대폭 감축하는 기술이다. 기존 용광로 대비 황산화물(SOx)·질산화물(NOx)·비산먼지 배출량이 각각 40%, 15%, 70%에 불과하다. 포스코는 파이넥스 기술력을 바탕으로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제로화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지난해까지 광양제철소 고로 개보수를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생산성을 높이고 원료비를 절감시킨 스마트·친환경 고로로 재탄생시킨 데 이어 오는 2025~2030년 사이에는 포항 파이넥스 설비의 개수작업을 예고했다. 또, 2027년까지 포항·광양에 각각 1기씩의 전기로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탄소배출을 낮추면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현대제철도 마찬가지다. 현대제철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당진제철소 소재 3기의 고로의 보수작업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수를 통해 설비 효율의 제고와 친환경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통상 수명이 15~20년 수준인 고로가 반세기 가까이 유지될 수 있던 배경에는 뛰어난 기술력이 수반됐기에 가능했다"면서 "1고로 수명 연장 역시 충분히 가능했겠지만, 저탄소·친환경 시대로의 대전환에 발맞춰 생산량·경제성 등을 고려한 종풍"이라고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