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세포만 골라 저격…원자력연 '신약 후보물질' 개발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2021.12.1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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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기술로 폐암 영향 미치는 단백질 발굴
암세포 골라 치료하는 신약 후보물질 기술이전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진이 개발한 폐암 세포에만 작용하는 'TM4SF4 항체항암제 후보물질'을 들고 있다. / 사진제공=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진이 개발한 폐암 세포에만 작용하는 'TM4SF4 항체항암제 후보물질'을 들고 있다. / 사진제공=한국원자력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암세포만 골라 치료하는 새로운 항체-항암제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방사선 기술을 활용해 폐암 세포 증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단백질 TM4SF4 성분을 발굴하고, 이에 맞서 싸우는 항체-항암제 후보물질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원자력연은 한국 신약개발 기업 알곡바이오에 기술이전까지 마쳤다. 알곡바이오는 국내 코스닥 기업 케이피에스 미국 현지 법인으로, 미국 바이오 클러스터 중 하나인 델라웨어주에 있다.



에너지·안보뿐만 아니라 신약개발까지...원자력 기술의 중요성
이번 기술개발은 원자력 분야가 에너지·안보 뿐만 아니라 바이오 분야까지 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간 원자력연에선 콜마비엔에이치, 서울프로폴리스, 듀켐바이오연구소, 인스젠 등 바이오 관련 연구소 기업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원자력연에서 항암제 후보물질을 발굴해 기술 이전까지 완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암을 치료하는 신약 개발은 의학 분야의 난제다. 흔히 사용하는 표적약물치료나 방사선치료는 환자가 약물이나 방사선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그에 반해 항체-항암치료제는 항원과 반응해 암세포만 치료할 수 있어 주목받는다.



원자력연 연구진은 암 줄기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TM4SF4가 폐암의 성장과 전이에 관여하고, 특히 방사선치료 저항성을 유발하는 물질임을 규명했다.

이어 TM4SF4를 억제하기 위해, 대량생산이 가능한 마우스(생쥐) 단일클론항체를 제조했다. 동물 단위에서 만든 항체를 인간에게 투입할 경우 생기는 면역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인간 항체 아미노산 서열로 교체했다. 이를 통해 면역거부반응이 없는 'TM4SF4 항체항암제 후보물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원자력연은 향후 후보물질에 대한 전(前)임상과 임상시험을 한국과 미국에서 병행할 예정이다. 원자력연과 알곡바이오는 15억원 규모 연구개발(R&D) 협약도 준비하고 있어 관련 연구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김인규 원자력연 박사는 "방사선 기술을 활용해 이뤄진 첫 번째 신약개발 관련 기술이전"이라면서 "이번에 발굴한 후보물질을 이용해 전임상과 임상을 거쳐 신약개발에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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