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백신휴가 대책없는 中企…"'쪼개기 저녁' 회식도 합니다"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1.12.0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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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화성시의 한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는 이모씨(29)는 최근 코로나19(COVID-19) 확산세가 불안하기만 하다. 재택근무 없이 매일 회사에 출근하고 직원들은 모여서 식사를 한다. 다음 주에는 부서 회식도 예정됐다. 이씨는 "다른 기업에 비해 너무 안일한 것 같다"며 "미접종자도 많아 다들 걱정이 크다"고 했다.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이후 역대 최다 확진자를 여섯 차례나 갈아치우고 있지만 중소기업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대책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부스터샷'(추가접종)이 사실상 의무화됐지만 백신휴가는 커녕 재택근무도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계는 인력·비용 문제가 심각하다며 정부 지원을 호소한다.



확산세 느는데 출근에 회식까지 그대로…"쪼개기 저녁이라고요?"
정부의 방역종합대책 발표 날인 11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젊음의 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하기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정부의 방역종합대책 발표 날인 11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젊음의 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하기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7102명으로 집계됐다. 이틀 연속 7000명대다. 위중증 환자는 역대 최다 규모인 857명을 기록했다.

정부는 사적 모임 제한과 감염취약시설 접촉 차단 등 비상계획을 발동했고 추가 방역 강화도 검토 중이다. 방역패스 유효기간은 6개월로 설정해 오는 20일부터 시행한다. 2차접종을 완료했더라도 부스터샷을 사실상 의무적으로 맞아야 한다.



중소기업 근무자들 사이에서는 '직장인들의 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악구의 한 판매업체에서 근무하는 이모씨(33)는 "회사 방침이 '영업은 현장'이기 때문에 재택은커녕 주말도 출근한다"며 "백신휴가가 없어 1~2차 접종 땐 아픈 걸 참고 일했는데 부스터샷 때는 개인 연차라도 쓸 것"이라고 했다.

규모가 영세한 직장일수록 회식·단체모임 등 코로나19 이전 문화가 남아 있다는 목소리도 등장했다. 수원의 식품기업에서 근무하는 신모씨(40)는 "회사에서 제조·영업·관리 부서별로 '쪼개기 저녁'을 함께 먹으라고 하더라"라며 "집에 어린 아이가 있어 출근도 불안한데 왜 민감한 시기에 회식까지 강요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통계상으로도 절반이 넘는 국내 기업은 재택근무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고용노동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재택근무를 운영 중인 곳은 48.8%로 집계됐다. 반면 직장인들은 '비대면 근무'를 선호하면서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비용도 많이 들고 인력도 없어, 지원 없이는 어렵다"는 중소기업
최근 코로나19 확산과 새 변이인 오미크론 발생 등으로 정부의 방역대책 발표가 예정된 11월 29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 사진 = 뉴시스최근 코로나19 확산과 새 변이인 오미크론 발생 등으로 정부의 방역대책 발표가 예정된 11월 29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기업은 비용과 인력 문제 탓에 재택근무·백신휴가 보장이 힘들다는 입장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도 줄면서 인력난을 겪는 기업이 많아 업무공백 우려도 있다.

결국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으면 확진자가 더 치솟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대책이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관리·영업 등 대면 서비스가 불가피한 직종에 대체 인력이 없다는 것"이라며 "비용도 문제지만 한 사람이 빠지면 공장 전체가 중단되거나 업무가 불가능한 상황에 놓인 영세 기업들에게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했다.

정부 차원에서 방역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홍보본부장은 "정부가 휴가자 1인당 최저임금 1~2일치를 지급하는 방안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경제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은 직원들에게 백신휴가를 지원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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