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방학을 이야기하는 부모들[우보세]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2021.12.10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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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학교에서 학부모들에게 학사일정을 알려주는 '학교종이'라는 앱이 있다. 가끔씩 뜨는 알람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알람을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아이의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온 후 학교 내 확진 상황을 공유하는 알람의 횟수가 늘어난 탓이다.

기자의 아이도 같은 학년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이유로 검사를 받았다. "친구는 울더라, 나는 채혈하는 것보다 더 싫더라"며 무용담을 늘어놓는 아이의 모습에 억장이 무너졌다. 부모라면 아이 몸에 나는 생채기 하나도 속상한데, 아이가 지독한 감염병의 한복판에 놓여 있으니.



전면등교를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심정이 복잡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면등교는 지난달 22일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COVID-19) 상황이 시작되고 2년여만에 이뤄진 전면등교다. 아이들에게 온전한 학교를 돌려주는 것이 어른들의 의무라는 점에서 교육당국의 진정성은 믿는다.

하지만 시기가 공교롭다. 하루 확진자가 3000명을 처음 넘어선게 지난달 17일이다. 전면등교가 시작되고 며칠 되지 않은 지난달 24일에는 4000명대의 벽도 무너졌다. 단계적 일상회복 과정에서 확진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것은 예상했지만 증가 속도가 우려 수준을 넘어선다.



이 사이에 학생 확진자도 급증했다. 결국 정부는 연일 소아·청소년의 백신을 이야기한다. 질병관리청은 백신접종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각종 통계를 제시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9일 브리핑에서 "최근 2주간 12~17세 확진자 중 예방접종 미완료자의 비율이 99.8%"라고 말했다.

백신을 맞으라는 이야기인데 지금까지의 과정을 톺아보면 메시지의 실패다. 정부가 소아·청소년의 백신접종을 결정한 건 지난 9월 말. 당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가 자율과 권고다. 심지어 "학교에서 접종을 강요하는 분위기를 형성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 메시지가 주는 의미는 간단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들의 백신접종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자녀의 나이가 어릴수록 더더욱 그랬다. 만에 하나 발생할지 모를 이상증상의 확률을 감안할 때 부모들은 보수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당국의 입장이 점차 변했다. 자율과 권고가 독려로 바뀌었고, 최근에는 결국 방역패스 카드까지 꺼냈다. 정부는 인정하지 않지만 사실상 소아·청소년의 백신접종을 강제하는 분위기다. 부모들이 반발하는 건 당연하다.

교육당국이 뒤늦게 소통에 나섰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8일 학생·학부모의 온라인 포럼에서 백신접종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9일 교육부 앞에선 소아·청소년의 백신접종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조기방학을 이야기하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 교육부는 감염병 상황이 더 심각해지더라도 밀집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전면등교를 이어갈 것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조기방학을 검토해볼 만하다. 맞벌이 부부 등의 돌봄 문제는 대안을 찾으면 된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각 학교도 다양한 경우의 수를 검토해야 할 시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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