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기후변화 위기 대응을 위해 석탄을 에너지 시장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경제적 문제에 부딛치는 것은 필연적이다. 석탄은 현존하는 에너지원 가운데 가장 기술적 장벽이 낮은 것은 물론 저렴하기까지 한 까닭이다. 실제로 전 세계 전기 생산의 40%가 석탄화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석탄을 무조건 줄이자는 주장은 어떤 국가들에겐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사시사철 에어컨을 틀어야 하는 동남아시아 국가의 경우 선진국 수준의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다. 이런 국가들에게 석탄발전을 없애라하는 건 국제적인 폭력이다. 국제사회가 COP26에서 결의한 글래스고 협약에 당초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phase out)'란 표현을 담으려 했지만 중국, 인도 등이 극렬하게 반발한 이유다. 결국 협약의 문구는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phase down)으로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암모니아다. 석탄에 암모니아를 섞어 태워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고 점차 혼소비율을 높여 아예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구상이다. 석탄발전을 태양광이나 풍력 등 다른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해선 기존 발전시설의 폐쇄비용,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비용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암모니아 혼소를 하게 될 경우 기존 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처럼 터빈 방식의 발전기를 쓰는 만큼 적정 출력과 계통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암모니아로의 점진적 에너지 전환은 석탄발전과의 이별을 머뭇거리는 개도국과 저개발국에게 있어 현실적으로 선택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미 한국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화력발전 인프라와 산업 생태계, 뛰어난 인력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암모니아 발전 기술역량 확보를 위한 대대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기술을 발 빠르게 선점해야 세계시장에서도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석탄과의 아름다운 이별은 암모니아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