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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기업 아니다' 대규모 인사 관통하는건 '글로벌 SK'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김성은 기자, 심재현 기자, 김도현 기자 2021.12.0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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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2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확대경영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SK제공)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2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확대경영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SK제공)


최태원 손에 8개의 창, 글로벌 SK 정조준한다


SK그룹이 부회장 2인 승진 인사를 단행, 최태원 회장 아래 8인의 부회장이 포진하는 CEO(최고경영자) 중심 책임경영 체제를 완성했다. 또 사장 6인을 승진시켜 총 141인의 대규모 임원 승진인사를 완성했다.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특단의 실행력 강화 조치다.

SK그룹은 2일 장동현 SK(주) 대표이사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을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또 곽노정·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 박원철 SKC 사장, 이규원 SK머티리얼즈 사장, 이재홍 SK넥실리스 사장, 최규남 SK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사장 등도 신규 선임했다.

또 그룹 전체에 총 133명의 신규 임원을 선임했다. SK그룹은 앞서 임원 직급을 부사장으로 통일했다. 각각 대형 프로젝트를 주도해 이끌 수 있는 133개의 사업엔진이 그룹 전체에 새로 포진한 셈이다. 2020년 109명, 2021년 103명에 비해서도 크게 늘어난 숫자다.



신규 선임 임원의 면면을 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방향성이 보인다. 3분의 2 가량이 성장분야에 투입된다. 각 그룹 계열사 별 파이낸셜스토리 추진을 위해 첨단소재, 그린(Green), 디지털(Digital), 바이오(Bio) 등 이른바 4대 핵심 사업에 신규 임원들을 대거 배치한다.

성과가 있는 곳에 승진이 있었다. 장동현 SK(주) 신임 부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SK(주)가 투자전문회사로 거듭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다양한 글로벌 투자와 M&A(인수합병)을 통해 그룹 체질개선의 토대를 닦았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신임 부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배터리사업을 명실상부 그룹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운 공을 인정받았다.

두 사람의 합류로 SK그룹은 최태원 회장 아래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등 오너 일가와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유정준 SK E&S 부회장, 서진우 중국사업 부회장을 포함해 총 8인의 부회장단을 두게 됐다. 부회장들이 국내외 주요 사업을 맡는 CEO 책임경영 강화다.

인사로 벼린 창 끝은 세계시장을 향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축으로 하는 파이낸셜스토리를 바탕으로 기업가치 200조원을 달성한 SK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은 여전히 내수시장에 미치지 못한다. 대규모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은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파이낸셜스토리를 쓰기 위한 포석이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와 SK E&S 등 해외사업 계열사 내에 북미시장 공략 전담조직을 설치했다. 유정준 부회장이 맡을 것으로 전해진 SK E&S의 북미법인 '패스키'(PassKey)가 대표적 사례다.

임원 신규 승진이 가장 많았던 계열사는 SK이노베이션이다. 자체 역대 최대인 33명의 임원을 신규 선임했다. 신규 사업과 연구개발 역량을 대폭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다. SK하이닉스도 이에 뒤지지 않는 29명에게 새로 별을 달아줬다.

SK그룹 신규 선임 임원들의 평균 연령은 이전과 비슷한 수준인 만 48.5세였다. 최연소 승진 사장은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1975년생), 최연소 승진 임원은 이재서 SK하이닉스 부사장(1982년생)이다.

여성임원의 숫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난다. 8명이 신규 선임됐는데 지난해 7명에 비해 늘어났다. 그룹 내 총 여성임원 숫자는 2020년 27명에서 올해 34명으로 늘었고 이번 인사를 통해 내년 43명으로 늘어난다. 아직 전체 임원의 4.8%에 그친다.

관심을 모았던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대표이사 복귀는 이번 인사에서는 이뤄지지 않았다. 배터리법인 SK온을 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K온은 포드와 합작 등 대형 이벤트가 예상보다 빨리 이뤄지는 바람에 조직개편을 마치지 못해 이번 인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최 수석부회장이 배터리 사업을 초기부터 직접 챙겼다는 점에서 이런 전망에 더 무게가 실린다.

SK그룹은 이에 대해 "최 수석부회장의 역할은 현재로서는 확정된 바 없다"며 "SK온에 적을 둔다 해도 최 수석부회장의 그룹 내 위상을 생각할 때 배터리에 국한되기보다는 보다 폭넓은 사업영역을 책임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대적 개편으로 체질 개선··혁신 속도 더 높인다
장동현 SK(주) 신임 부회장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장동현 SK(주) 신임 부회장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올해 SK그룹 조직개편의 핵심은 글로벌, ESG 강화, 기술력 제고 등으로 요약된다. 이를 전담하기 위한 조직들을 각 사 실정에 맞게 신설·강화해 혁신의 폭을 넓히고 속도는 더욱 높인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SK 본격화한다···SK하이닉스, SK E&S 등 전담조직 신설

우선 각 사별로 글로벌 사업 강화에의 의지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선봉에는 SK하이닉스, SK E&S 등이 서 있다.

SK하이닉스는 2일 조직개편을 통해 사업총괄 조직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사업총괄은 글로벌 사업과 미래성장 전략 수립 및 실행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인사이드 아메리카' 전략 실행을 위해 신설하는 미주사업 조직도 맡는다. 이 조직을 통해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전세계 ICT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간다.

그룹 내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첨병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SK E&S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낸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달 말 미국 내 에너지솔루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지 법인 '패스키'(PassKey) 조직을 신설했다.

SK E&S는 지난 9월 그리드 솔루션 기업 KEC의 지분 95%를 확보했고 올 초에는 SK(주)와 손잡고 미국 수소기업 플러그파워 지분 9.9%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SK E&S는 2025년 기업가치 35조원 규모 글로벌 메이저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을 선언했다.

이밖에도 SK(주)가 첨단소재 투자센터와 디지털 투자센터 내 글로벌 담당조직을 신설해 글로벌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네트워킹을 전담도록 했다. SK에코플랜트는 '에코비즈Dev.(Development)BU(Business Unit)를 만들어 글로벌 시장 진출 추진을 모색한다.

SK네트웍스는 새로운 성장 축 발굴 및 변화 추진을 위해 기존 투자관리센터를 글로벌투자센터로 재편, 글로벌 초기 투자에 집중한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자회사 SK온은 전세계에 짓고있는 공장을 통해 글로벌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그룹 회장이 지난 2020년 말 처음으로 꺼내든 화두 '파이낸셜 스토리' 경영이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결실을 거두고 있다는 그룹 안팎의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를 잘 써 내려가야한다는 게 내년도 주요 계열사들의 주된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신임 부회장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김준 SK이노베이션 신임 부회장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ESG 강화·혁신기술력 제고···강하고 지속가능한 SK 만든다

매년 사회적 가치를 창출·수치화하는 SK 그룹 답게 ESG 경영을 조직개편을 통해 강화한 점도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SK이노베이션은 차세대 성장사업으로 강력 육성하고 있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인 BMR(Battery Metal Recycle)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BMR 추진담당'을 신설했다.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어스온도 각각 △Green 성장본부 △품질경영실 △E&NV담당 등을 신설해 그린 사업 발굴, 품질기술 고도화 등에 나선다.

SK하이닉스는 안전개발제조총괄과 사업총괄 조직을 신설했는데 이는 안전·보건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기존 개발제조총괄의 역할을 확대한 조직이다.

실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직접적인 무기가 될 '기술개발'에도 공들인다.

SK(주)는 올해 첨단소재, 그린, 디지털, 바이오 등 4대 핵심사업 중심의 투자전문 조직구조를 안정화했다. 이를 토대로 내년에는 실제 이해관계자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실행력을 높인다는 전략인데 첨단소재 투자센터와 디지털 투자센터 내 테크담당을 신설한다. 이 조직은 각 부문이 투자한 포트폴리오간 기술적 시너지 향상을 담당한다.

SK이노베이션은 '카본 투 그린' 성장 전략 추진과정에서 중요한 기술-공정 등의 검증을 위해 전사 R&D 담당인 환경과학기술원에 분석솔루션센터를 신설, R&D 기능의 그린 성장 역량을 크게 확대 시킨다.

SK에코플랜트는 확대 재편된 조직 중 하나인 에코랩센터를 통해 혁신기술을 발굴, 개발, 육성하는 환경 생태계 플랫폼을 조성하고, AI(인공지능)와 DT(디지털 전환) 기반 환경 솔루션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다.

"일희일비하지 마라"···임원 인사 날 최태원 회장의 메시지
'내수기업 아니다' 대규모 인사 관통하는건 '글로벌 SK'
한편 이날 최태원 회장은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격언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최 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다섯가지 마라'라는 제목으로 게시글을 올렸다. 해시태그로 "20년전 썼던 글"이라며 "나와 제 아이들에게 늘 하는 이야기들"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사람이 마음에 안든다고 헐뜯지 마라"라며 "특히 고향이나 직업, 출신을 가지고 너보다 미천한 영혼의 소유자처럼 여기는 것은 크나큰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감정 기복 보이지 마라"라며 "너의 감정을 신주단지처럼 귀하게 모시지 마라. 조금 기다리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들 때문에 다른 사람의 기분을 망치지 말고 그 시간에 조용히 운동을 해라"라고 조언했다.

또 "일하시는 분들 함부로 대하지 마라"라며 "니가 해야할 일들을 대신 해주시고 너의 시간을 아껴주시는 분들이다. 일이 완벽하게 돼있지 않다고 하늘 무너지지 않는다. 소리지르거나 인격모독적인 말은 절대 삼가라"라고 적었다.


아울러 "가면쓰지마라"라며 "인생은 연극무대가 아니다. 가짜로 연기하면 멀리 있는 관객들은 팬이 될지 몰라고 옆에 있는 가까운 이들은 떠나갈 뿐이다. 니 모습 있는 그대로 행동하되 진짜로 더 나은 사람이 되보려고 노력하는게 낫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일희일비하지 마라"라며 "억울한 일이 있더라도 모든 것을 1대1로 반박해서 이기려 하지 마라. 싸움은 다른 곳에서 이겨야 한다. 너 자신과의 싸움만이 진짜 이겨야 하는 유일한 싸움이다. 시간은 자기와 싸우는 사람들의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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