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재명 법안 때문에…예산심사 패싱한 與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21.11.29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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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예산 심사하자는 야당과 법안 상정 없이 예산 심사도 없다는 여당.' 국회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이런 장면은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국토위 민주당 의원들이 '개발이익 환수3법'(도시개발법·개발이익환수법·주택법 개정안)의 상정을 모든 의사일정의 최우선 순위로 못박으면서다.

국토위는 지난 18·22일 해당 법안을 놓고 여야간 고성이 오간 끝에 전체회의가 파행했다. 갈등은 국토위 여당 간사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대표발의한 개발이익환수법·도시개발법을 하루 만인 18일 전체회의에 상정하려 시도하면서 시작됐다.



여당이 전례 없는 '무리수'를 시도하는 이유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통과를 강력 요청한 법안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지난 22일 "개발이익 환수법을 막는 자는 '화천대유'를 꿈꾸는 공범"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후보의 리스크인 '대장동 문제'를 선제적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야당은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이 법안이 "대장동 사태 물타기, 셀프 면죄부 법안"(김은혜 의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대장동 사건의 근본 원인은 법제도가 아닌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의 불법행위에 있기 때문에 특검으로 사안의 진상을 규명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창현 의원이 대표발의한 '성남시 지방행정농단과 도시개발사업 부정이익 진상조사 및 환수 등에 관한 특별법안'의 동시 상정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거부했다.



여당도 필사적이다. 18일에는 '의사일정 변경 동의서'를 제출, 국회법 77조에 따라 토론 없이 표결할 것을 주장했다. 다수 당으로서의 우위를 내세운 것인데 국민의힘 소속 이헌승 국토위원장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토위 관계자는 "여야 합의 하에 운용하는 것이 원칙인데 갈수록 법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기울고 있다"고 했다.

국토위는 임대차 3법의 강행처리 후폭풍을 겪은 뒤 법안처리에서 '선입선출' 원칙에 따라 비교적 민주적으로 운영됐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는 원칙도, 본연의 임무도 잊는 모양새다. 내달 2일이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인데 국토위는 예산안 심사는커녕 상정도 못했다. 국토위가 정쟁에 빠져 예산심사 패싱을 자처한 대가는 국민이 치르게 된다.

[기자수첩]이재명 법안 때문에…예산심사 패싱한 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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