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0%대 금리', 가계 이자부담 年5.8조↑…"내년 3차례 더 올라"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유효송 기자 2021.11.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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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막내린 '제로금리'(上)

'0%대 금리' 끝났다"...내년 금리 3번 더 올라 1.75% 갈 수도"
[서울=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1.11.25. *재판매 및 DB 금지[서울=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1.11.25.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1%로 올렸다. 이로써 '0%대 금리 시대'는 1년 8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지난 8월에 이어 또 한번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됨에 따라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지난해말보다 약 5조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1%도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내년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시장에선 한은이 내년 기준금리를 최대 3차례 인상해 금리가 1.75%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준금리 1%로 인상

막내린 '0%대 금리', 가계 이자부담 年5.8조↑…"내년 3차례 더 올라"
한은 금통위는 25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연 0.75%의 기준금리를 1%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이후 20개월 만에 0%대 기준금리 시대가 끝을 맺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COVID-19) 사태의 충격에 대응해 1.25%였던 기준금리를 0.75%로 전격 인사했다. 이어 한은은 두 달 후인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0.5%로 재차 인하한 뒤 1년 넘게 금리를 동결하다 올해 8월 0.75%로 올리며 인상에 시동을 걸었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인상한 배경으로 양호한 경제 회복세,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금융불균형 누적을 꼽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제가 글로벌 공급 차질 등에도 성장세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며 "물가상승 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점,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에 유의할 필요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 등의 판단에 따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수정된 경제전망을 함께 발표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종전 전망대로 올해 4.0%, 내년 3.0%로 제시했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병목 현상 등을 이유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는 2.1%에서 2.3%로, 내년은 1.5%에서 2.0%로 각각 올려잡았다.


◇내년 기준금리 1.75%까지 오를까

[서울=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1.11.25. *재판매 및 DB 금지[서울=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1.11.25. *재판매 및 DB 금지
이주열 총재는 내년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이번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1%가 됐지만 성장·물가 흐름에 비춰볼 때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실질 기준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중립금리보다 낮은 수준에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가계대출 규모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라며 "내년의 성장·물가 전망을 감안할 때 지금의 기준금리 수준은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고 뒷받침하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내년 1분기(1~3월) 경제 상황에 달려있겠지만 1분기 인상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내년 1분기 중 한은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1월 14일, 2월 24일 등 두 차례가 예정됐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내년 3월 9일로 예정된 대선 직전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는 부담스러운 만큼 1월 인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총재는 "기준금리는 금융·경제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지 정치적 고려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내년 기준금리를 최소 1번, 최대 3번까지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앞으로는 금융불균형보다는 경기 상황을 중요하게 보겠다고 한 것으로, 기준금리 인상 의지가 조금 약화된 것으로 해석한다"며 "내년 1월에 기준금리를 한 번 인상하고 인상 사이클을 멈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한은이 내년 최대 3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봤다. 통상적으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리는 점을 고려하면 기준금리가 1.75%까지 인상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24일 발표한 '2022년 경제 및 자본시장 전망'에서 "2022년 중 기본적으로 2회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데 하반기 경기상황에 따라 1회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다"며 "통화정책 정상화를 지속할 여지가 있으며 기조적 물가 상승 압력이 존재한다는 점이 고려사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가 생각보다 더 오르네"...한은, 물가 전망치 2.1→2.3%
지난 21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배추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지난 21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배추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
한국은행이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각각 2.3%, 2.0%로 내다봤다. 모두 지난 8월 전망치보다 올려 잡은 수치다. 내년 중반까지는 2%대를 웃돌 것이라 한은은 내다봤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발(發)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길게 이어지고 있는데다 경기회복과 함께 수요측 상승 압력도 거세지고 있어서다. 다만 올해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는 4.0%로 유지했다.

한은은 25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2021년 11월)'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지난 8월 전망치(2.1%)보다 0.2%포인트(p) 상향 조정한 2.3%로 전망했다.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1.5%에서 2%로 올려잡았다. 이는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0%를 웃도는 수치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도 지난 10월 물가 오름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표현을 '상당기간 동안'으로 바꿨다.

한은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올린 것은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그치지 않고 있어서다.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현재 배럴당 80달러 내외로 코로나19(COVID-19) 타격을 입었던 지난해보다 약 두배 정도 높아졌다. 경기회복 등으로 수요가 크게 회복된 반면 미국,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의 협의체) 등 주요 산유국의 생산은 이에 못 미치고 있다. 한은은 원유도입단가는 올해와 내년 평균 각각 배럴당 71달러, 76달러로 내다봤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현재 전망하는 시점에서 내년 중반까지는 물가가 2%를 상회할 것"이라며 "이후 OPEC+에서 원유 공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반대로 경제활동 재개로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플러스(+), 마이너스(-) 효과가 맞물리는 것을 고려해보면 유가는 내년 이후 완만하게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은은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과 같은 4.0%로 유지했다. 올해 성장률이 4%대를 기록할 경우 2010년(6.8%)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당초 전망(3.0%)과 같았다.

GDP 성장에 대한 지출부문별 기여도를 보면 내년에는 수출 기여도가 올해 2.1%포인트에서 0.8%포인트로 줄어드는 반면 내수 기여도는 1.9%포인트에서 2.2%포인트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김 국장은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방역 정책을 전환하면서 대면서비스 등 부문에서 소비 여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 기여도가 낮아지는 것은 기저효과 때문일 뿐 내년 이후에도 수출의 양호한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합적으로는 국내 경제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한은은 판단했다. 취업자 수는 올해와 내년 중 각 35만명, 25만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올해와 내년 각각 920억달러, 81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올해 5%대 초반에서 내년 4%대 후반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문답] 이주열 "기준금리 1%도 완화적…내년초 추가인상할 수도"
[서울=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1.11.25. *재판매 및 DB 금지[서울=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1.11.25.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5일 기준금리를 종전 0.75%에서 1%로 인상한 가운데 이주열 한은 총재는 1%도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이 내년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선 "내년 1분기(1~3월)를 배제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시장에선 내년 3월 대통령 선거 이전 추가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은 한은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이후 가진 이 총재와 언론 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의 일문일답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도 현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인가.

▶기준금리가 1%가 됐지만 성장과 물가 흐름에 비춰 볼 때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질 기준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중립금리보다 낮은 수준에 있다. 시중 유동성을 보더라도 최근 가계대출 규모가 조금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풍부한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M2(광의통화)를 보면 수개월째 두자릿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내년 성장, 물가 전망을 감안해볼 때 지금의 기준금리 수준은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고 뒷받침하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 경기 상황 개선에 맞춰 기준금리를 정상화시켜 나가겠다.

-내년 1분기 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 어느 정도로 보는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2월 인상은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내년 1분기 경제 상황에 달려있겠지만 (1분기 내) 기준금리 인상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때그때 입수되는 모든 지표를 보고 판단하겠다. 금통위원들이 경제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게 맞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10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점진적'이라는 표현을 삭제한 주된 이유가 '기준금리는 절대 연속해서 안 올린다'고 하는 도식적인 사고는 깨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연속으로 올리겠다는 의도를 갖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기준금리는 금융, 경제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지 정치적인 부분을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 정치 일정, 또는 총재 임기 같은 것도 결부시켜서 이야기하지만 어디까지나 (기준금리 결정은) 경제적으로 고려해야지 정치적 고려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COVID-19) 사태 발생으로 예상되는 경기 침체, 충격에 대응해 이례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췄던 것이다. 경제 상황이 개선되면 거기에 맞춰서 정상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각의 속도조절 주장도 알고 있지만, 금통위는 누구보다 경기 상황에 대한 고려를 많이 하고 있다. 최근 성장세, 물가 흐름세가 많이 확대됐다. 성장세와 물가 오름세가 계속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이 가만히 있는다면 완화 정도가 커지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1.11.25. *재판매 및 DB 금지[서울=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1.11.25. *재판매 및 DB 금지
-향후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한 평가는.

▶인플레이션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국제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의 높은 변동성 꼽을 수 있다. 그다음에는 국제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에서 시작된 물가 상승 압력이 여타 부문으로 광범위하게 퍼져나가는 것 또한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공급측 요인에 의해 물가상승 압력이 시작됐지만 점차 수요측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도 빼놓을 수 없다.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으로 일부 국가는 물가 오름세가 크게 확대됐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 영향이 주요국에 비해 크지 않다. 그렇지만 공급 병목 현상이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이 경우 국내 물가에 대한 상승 압력을 전방위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또한 일반인 기대 인플레이션이 2.7%로 상당폭 상승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불안해지면 추가적 물가 상승 압력이 된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예정대로 올해 연말에 종료되나.

▶양자간의 협약이고 미국이 9개국 중앙은행과 체결한 상황이라 단정적으로 종료된다고 할 수는 없다. 미 연준과 현재도 협의하고 있다. 어떻든 지난해 3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당시와 지금은 다른 상황인 것이 사실이다. 글로벌 금융 여건도 계속 안정을 유지하고 있어서 당시 상황과 여건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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