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계획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 미국 백악관 고위 인사들과 연방의회 의원들을 만나 의견을 조율하면서 확정됐다. 설리번 보좌관과 디스 위원장 모두 지난 4월 백악관이 삼성전자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대책 회의를 했을 때 참석한 인사다.
이 부회장은 2019년 4월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히 1등 하겠다. 꼭 해내겠다"고 발표하며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에 집중해왔다. 테일러 신규 공장 설립으로 목표 달성을 위한 본격적 닻을 올린 셈이다. 올해 첫 경영행보도 평택 2공장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 참석이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가석방 직후인 8월 향후 3년간 24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투자액을 기존 133조원에서 171조원으로 늘리기도 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테일러시 공장 신설로 삼성전자가 구글과 아마존, 테슬라 등 새로운 고객사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TSMC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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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공장 신설로 미국 역시 일자리 창출과 반도체 생산 인프라 확충 등 수혜를 누리게 됐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 교수는 "미국이 중국과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며 파운드리 관련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중인만큼, 반도체 업체들에 여러 세제 혜택 등을 제안했다"며 "삼성 입장에서도 이러한 혜택을 고려해 미국 추가 투자를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 위상 강화이번 투자가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국내 반도체 경제에도 긍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 상 소프트웨어와 설계 등 우수 전문 인력이 많이 요구된다. 공장이 미국에 건설되더라도 국내 첨단 R&D(연구개발)센터 역할이 커지면서 국내 고급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는 "미국 공장에 소재와 부품 등 국내 기업 생산품이 일부 들어갈 수 있다"며 "국내 반도체 연관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로 인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전반적 위상이 올라갈 것이라고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 1위인 미국이 삼성 측에 직접 투자를 요구했단 사실만으로 위상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며 "특히 이번 투자를 계기로 미국과 한국 양국이 협력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면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