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만으론 돈 안돼"…투자자로 변신한 홈쇼핑사들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1.11.2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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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홈쇼핑, 최근 초록뱀미디어 250억원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서

롯데홈쇼핑 판매방송 이미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롯데홈쇼핑 판매방송 이미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코로나19(COVID-19) 확산에 따른 집콕족 증가로 잠깐 반사 효과를 누렸던 홈쇼핑 업계에 다시금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TV 시청자 수가 감소하는 가운데 송출 수수료 부담이 꾸준히 늘고 디지털 전환을 위한 투자 부담까지 커지자 홈쇼핑 업계는 외부로 눈을 돌려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홈쇼핑 업계는 적극적으로 외부 투자에 나서고 있다. 홈쇼핑 업계가 적극적으로 벤처·스타트업 투자에 나선 배경은 기존 사업의 성장성에 대한 위기의식이 생겨서다.
"홈쇼핑만으론 돈 안돼"…투자자로 변신한 홈쇼핑사들
TV 시청자 수가 줄고, e커머스에 치이면서 홈쇼핑 업체들의 매출액은 3조원대로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동시에 라이브커머스 분야 등 디지털 투자에 대한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또 송출수수료는 2017년 1조3874억원, 2018년 1조6337억원, 2019년 1조8394억원 등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이에 홈쇼핑 업계는 수익성을 개선하고 본사업 고도화를 이루기 위해 투자에 나섰다.



투자 방식은 벤처펀드 출자 등 간접 투자부터 직접 투자까지 다양하다. 사업적인 연관성이 높은 업종에 투자하기도 한다.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로 관련 신기술 등을 미리 선점하는 동시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규 사업을 모색해 콘텐츠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반면 분야에 관계없이 단순한 투자 대상으로 보고 수익을 추구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17일 초록뱀미디어에 250억원을 투자해 지분 3.98%를 확보했다. 롯데홈쇼핑은 이로써 초록뱀미디어의 2대 주주에 올랐다. 롯데홈쇼핑은 앞으로 미디어커머스 강화를 통한 콘텐츠 플랫폼 확장, 콘텐츠 지적재산권(IP) 사업 검토 등 신규 사업 발굴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홈쇼핑만으론 돈 안돼"…투자자로 변신한 홈쇼핑사들
롯데홈쇼핑은 앞서 2018년 인공지능(AI) 기반 스타트업 '스켈터랩스'에 직접 투자했고, 같은 해 롯데 사내벤처 1호인 '대디포베베'에도 17억원을 직접 투자했다. 2019년에는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미디어커머스 스타트업 '어댑트'에 40억원의 자금을 수혈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지난해에도 스타트업 투자로 뷰티 콘텐츠 개발에 뛰어들었다. 롯데홈쇼핑은 독일 스킨케어 기업 '바이어스도르프'와 국내 뷰티 스타트업 '라이클'과 3자간 투자 협약을 맺었다. 연달아 올해는 에듀 플랫폼 '용감한 컴퍼니', 실감형 영상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 '포바이포'에도 투자했다.

GS홈쇼핑은 보다 본격적이다. GS홈쇼핑의 누적 투자액은 3500억원에 이른다. 투자 분야도 다양한데 '부릉'을 운영하는 IT물류 스타트업 '메쉬코리아', 개성있는 문구·소품 등을 판매하는 쇼핑몰 '텐바이텐', 매장 포인트 적립서비스 도도포인트를 운영하는 '스포카', 홈쇼핑 모바일 플랫폼 '버즈니', 중고거래 플랫폼 '헬로마켓', 다이어트 용품몰 및 콘텐츠 기업 '다노', 반려동물 용품몰 '펫프렌즈', 패션 전문 플랫폼 '스타일쉐어', 간편조리식(밀키트) '프레시지', 온라인 수산몰 커머스 '얌테이블' 등이 있다. 아울러 현대홈쇼핑도 뷰티 전문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디퍼런트밀리언즈에 지난해 120억원을 투자했다.


성공적인 투자는 현금성 자산을 늘려 신성장 동력 마련을 위한 원동력으로 자리한다. 롯데홈쇼핑은 2004년 17억원을 투자해 확보한 대만 모모홈쇼핑의 지분(10%)의 가치가 1조5000억원 규모로 급등하자 일부 지분에 대한 차익 실현에 나섰고 이를 통해 또 다시 신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9월 대만 모모홈쇼핑 지분 2.1%(약 380만주)를 매각해 2952억원을 확보했다.

반면 투자가 당장 결실을 맺지 못하면서 부담으로 자리하기도 한다. GS홈쇼핑이 직접 투자한 주요 스타트업 대부분은 지난해 1000억원대 순손실을 냈다. 지분 투자에 따른 GS홈쇼핑의 지분법손실액도 수십억원에 달했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부담으로 자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기존의 TV홈쇼핑 사업 모델의 성장이 둔화하고 있어 한계에 부딪혔다는 판단 하에 여러 기업과 스타트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업계의 투자가 적극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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