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깡패' 제네시스로 10조원…"디자인에 1억 쓰면 20억 번다"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2021.11.2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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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디자인강국' 코리아①

편집자주 디자인이 경쟁력이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예쁘지 않으면 안 팔린다. 애플의 아이폰도, 매킨토시도 시작은 디자인이었다. 제조업 강국의 첩경, '디자인 강국'으로 가는 길과 모범적 사례들을 찾아본다.

지난 19일 중국 광저우 수출입상품교역회 전시관에서 열린 ‘2021 광저우 국제모터쇼'에서 제네시스브랜드의 GV70 전동화 모델이 세계 최초로 공개되고 있다. /사진=뉴스1지난 19일 중국 광저우 수출입상품교역회 전시관에서 열린 ‘2021 광저우 국제모터쇼'에서 제네시스브랜드의 GV70 전동화 모델이 세계 최초로 공개되고 있다. /사진=뉴스1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올들어 10월까지 내수 11만2000여대, 수출 5만3000여대 등 총 16만5000여대가 팔렸다. 특히 수출이 무려 119%나 늘었다. 현대차를 '대중 브랜드'로 인식하던 외국인들이 제네시스의 디자인 변신 이후 '고급 브랜드'로 인식을 바꾼 영향이 크다. 올 한 해 동안 제네시스의 전 세계 판매량은 2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차량 가격에 비춰보면 최소 10조원대 매출이 기대된다.

디자인은 단순히 제품의 외관을 바꿔놓는 심미적 기능에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의 시각에서 상품 자체의 가치를 끌어올려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게 디자인의 힘이다. 산업계와 정부, 디자이너들의 오랜 노력으로 우리나라의 디자인 역량도 어느덧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 '메인드 인 코리아'에 가치를 더하는 우리나라 디자인산업의 경제적 가치만 약 130조원으로 추정된다.



"디자인 잘하는 기업들, 주가도 더 오른다"
(서울=뉴스1) = 삼성전자가 20일 온라인으로 '삼성 갤럭시 언팩 파트 2(Samsung Galaxy Unpacked Part 2) ' 행사를 개최하고 모바일 기기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갤럭시Z 플립3 비스포크 에디션'을 공개했다. 사진은 '갤럭시 Z 플립3 비스포크 에디션'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2021.10.20/뉴스1  (서울=뉴스1) = 삼성전자가 20일 온라인으로 '삼성 갤럭시 언팩 파트 2(Samsung Galaxy Unpacked Part 2) ' 행사를 개최하고 모바일 기기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갤럭시Z 플립3 비스포크 에디션'을 공개했다. 사진은 '갤럭시 Z 플립3 비스포크 에디션'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2021.10.20/뉴스1
디자인에 대한 투자는 기업의 수익을 늘리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다. 영국 디자인협의회에 따르면 기업이 디자인에 1파운드(약 1600원)를 투자할 때 매출은 20파운드, 영업이익은 4파운드, 수출은 5파운드씩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최대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300개 업체를 디자인 활동이 활발한 정도에 따라 4분위로 구분하고 5년간 매출을 분석한 결과 상위 1분위는 10%, 2분위는 6.3%, 3분위는 4.6%, 4분위는 4%씩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2008~2017년 코스피 상장업체 중 디자인우수기업 72개사와 디자인선도기업 29개사의 시가총액은 각각 72.3%, 110.6%씩 증가했다. 이 기간 코스피200 시가총액 증가율은 34.6%에 그쳤다. 디자인에 강한 기업들의 성장세가 한국 대표 상장기업들의 평균을 훨씬 웃돈 것이다.

중국에선 이미 디자인이 한국 제품의 핵심 경쟁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2018년 한국 소비재를 수입하는 중국 바이어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8.7%가 한국 제품의 경쟁력 요소로 '디자인'을 꼽았다. 품질(17.4%)이나 거래기업의 신뢰도(16.5%), 브랜드(15.2%)보다 디자인에 더 높은 점수를 준 셈이다.


50년 전부터 키워온 K-디자인
지난달 6일 열린 '2021 대한민국 디자인 대상'에서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왼쪽 네번째)이 대통령표창 수상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스1지난달 6일 열린 '2021 대한민국 디자인 대상'에서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왼쪽 네번째)이 대통령표창 수상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스1
우리나라가 디자인이 수출의 원동력임을 깨닫고 적극 투자하기 시작한 건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다. 정부는 1970년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전신인 한국디자인포장센터를 설립하고, 1977년 디자인 진흥을 위한 법적 근거로 '산업디자인진흥법'을 마련하는 등 오래 전부터 디자인 육성 정책을 펴왔다.

1999년부터는 디자인산업 육성을 위해 현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디자인대상을 선정해왔다. 디자인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 기관과 기업, 개인 등을 포상하고 격려함으로써 디자인의 중요성을 확산시키고 국민들의 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6일 열린 23회 디자인대상 시상식에선 제네시스 등을 디자인한 이상엽 현대차 전무가 개인부문 최고 영예인 은탑산업훈장을 받는 등 31개의 훈·포장과 표창이 기업과 개인, 지방자치단체 등에게 수여됐다.

산업부의 디자인산업통계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디자인산업 규모는 2019년 18조2900억원 수준에 달한다. 디자인산업 종사자는 33만6000명이며 디자인산업의 경제적 가치는 128조3000억원 규모에 이르렀다.

세계는 디자인 전쟁 중
지난 18일 대구 엑스코(EXCO)에서 개막한 '디자인위크 인 대구 2021'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간편한 접이식 자전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지난 18일 대구 엑스코(EXCO)에서 개막한 '디자인위크 인 대구 2021'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간편한 접이식 자전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주요 선진국들도 일찌감치 디자인이 가진 파급효과에 주목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해왔다. 1980년대 마가렛 대처 정부 이후 디자인정책을 강조해온 영국은 디자인을 '창조산업'으로 분류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디자이너와 디자이너, 기업과 기업을 이어주고 있다. 2012~2017년 디자인을 포함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에만 5억8000만파운드(약 9300억원)를 투자하는 등 영국은 인적자원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2019년 디자인 업무를 통신정보부에서 무역산업부 산하로 이관하며 디자인을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삼기 시작했다. 2015년엔 '디자인마스터플랜위원회'가 국가디자인전략을 발표하면서 디자인을 국가기술표준으로 편입시키고, 싱가포르의 디자인브랜드를 개발하기로 했다. 개인, 기업, 교육전공자 등 사실상 전국민에게 맞춤형 전주기 디자인교육도 제공한다.

일본은 지난해 경제산업성에 디자인, 패션, 전시 등을 담당하는 '쿨 재팬 정책과'를 신설해 디자인정책실을 그 아래 뒀다. 특허청에도 최고디자인책임자(CDO)를 선임해 디자인과 지식재산권 관련 정책의 총괄을 맡겼다. 경제산업성의 디자인연구회는 매년 시대적 변화에 맞춘 디자인 정책연구를 숭행하며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금의 글로벌 시장 트렌드를 보면 감성적 가치가 더해진 고객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정부는 디자인이 우리 산업의 혁신을 이끌 수 있도록 디자인 산업계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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