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놓으면 매출 20~30% 껑충"...편의점 '골든존'의 비밀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1.11.20 06:00
글자크기

[이재은의 '똑소리'] 소비자 시선 닿는 '골든존'엔 신상품이나 전략적으로 미는 상품 배치

편집자주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똑소리'는 소비자의 눈과 귀, 입이 되어 유통가 구석구석을 톺아보는 코너입니다. 유통분야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똑소리나는 소비생활, 시작해볼까요.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 이마트24 한 가맹점에서 고객이 상품을 고르고 있는 모습. 2021.09.15. 뉴시스15일 오후 서울 성동구 이마트24 한 가맹점에서 고객이 상품을 고르고 있는 모습. 2021.09.15. 뉴시스


"이곳에 놓으면 매출 20~30% 껑충"...편의점 '골든존'의 비밀
필자에겐 일종의 버릇이 하나 있다. 편의점에서 결제를 위해 카드를 내밀고, 결제 전에 급하게 "이것도 하나 주세요"라고 외치는 버릇이다. 계산대 옆에 잔뜩 진열돼있는 상품을 보기만 하면 바로 '사고 싶다'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계산대 옆엔 주로 숙취해소제나 소시지, 지구젤리 등 간단한 군것질거리가 배치되는데, 이것들을 꼭 함께 구매해야 직성이 풀린다.

각 편의점들이 계산대 앞에 이 같은 물건을 잔뜩 배치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편의점은 상품을 진열하기 전에 고객 심리와 행동 유형 등을 철저히 분석한다. 각 상품군을 소비자의 시선이 닿는 곳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곳에 의도적으로 배치한다.



가장 눈에 잘 띄는 진열 구간은 '골든존(Golden Zone)'이라고 부른다. 과자, 빵, 주류 등은 성인이 매대 앞에 똑바로 섰을 때 눈높이로 가장 눈에 잘 띄며 손으로 집기 쉬운 위치인 120~160㎝ 부근이 골든존이다. 아동을 타깃으로 하는 사탕, 젤리, 장난감 등은 당연히 골든존의 위치가 훨씬 낮다. 계산대 옆 역시 일종의 골든존이다. 계산을 기다리는 몇초 사이에 소비자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와닿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같은 상품을 골든존에 배치할 경우 매출이 20~30% 뛴다. 이 때문에 제조사에서는 편의점 MD(상품기획자)들에게 "이번 상품은 공을 들여 만들었다" 등 자사 상품을 골든존에 배치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하기도 한다.



편의점들은 높은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이나, 전략적으로 미는 신상품을 주로 이곳에 배치한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골든존의 경우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고객에게 가장 많이 노출되는 곳으로 이 곳을 전략적으로 이용한다"며 "신제품 및 PB(자체브랜드) 상품을 진열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고객이 GS25의 빵 코너 골든존에 배치된 브레디크 순우유식빵을 구매하고 있다. (GS25 제공)고객이 GS25의 빵 코너 골든존에 배치된 브레디크 순우유식빵을 구매하고 있다. (GS25 제공)
실제 업계가 최근 골든존에 주로 배치하는 상품은 대부분이 PB 신상품이다. 세븐일레븐 과자 진열대 골든존에서는 PB 바프허니버터팝콘이 눈에 들어왔고, GS25 빵 진열대 골든존에서는 GS25가 론칭한 프리미엄 베이커리 PB 브랜드 '브레디크'의 순우유식빵, 소금버터브레드 등이 눈에 띄었다.

반면 스테디셀러로, 어디에 배치하든 고객이 찾는 상품은 골든존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배치한다. 새우깡, 신라면 등의 스테디셀러 상품들은 바닥과 가까운 곳에 진열해도 고객이 기꺼이 허리를 숙여 상품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주류 골든존에는 최근 모든 편의점에서 수제맥주가 진열되고 있다. 수제맥주는 대기업이 아닌 소규모 브루어리(맥주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를 통칭하는데, 새로운 상품들이 꾸준히 출시되는 데다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때문에 각 편의점들은 독특한 자체 수제맥주를 준비하고 이를 골든존에 배치한다. CU는 곰표·말표·양표 맥주, GS25는 경복궁, 제주맥주 배럴 시리즈 : 블루보틀커피 에디션, 금성맥주, 세븐일레븐은 유동골뱅이맥주와 쥬시후레쉬맥주, 스피아민트맥주 등을 전시했다.


음료 코너 골든존에는 최근 건강음료가 진열되고 있다. 과거 탄산음료, 에너지 음료, 과일맛 가공유 등이 골든존에 배치됐었지만 최근 건강과 몸 키우기 등이 인기를 끌면서 아몬드 우유, 귀리우유, 단백질 음료가 이 자리를 대신 채웠다.

20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호빵을 꺼내고 있다. 2021.10.20. 뉴시스20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호빵을 꺼내고 있다. 2021.10.20. 뉴시스
계절에 따라서 골든존에 배치되는 상품이 달라지는 것도 흥미롭다. 최근 각 편의점 계산대 앞에는 숙취해소제가 깔리는 일이 잦아졌는데, 이는 위드코로나와 연말을 맞아 저녁 술자리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타깃한 것이다. 더 추워지면 계산대 옆에 찐빵기나 온장고를 놓는 점주도 늘어난다. 반면 여름철엔 이 자리를 우산이 대신한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편의점 매장에서 판매하는 평균 상품 수가 3000개(담배, 서비스 제외)임을 고려할 때, 골든존을 꿰찬 상품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그 자리에 배치된 상품"이라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고, 잘 팔릴만한 상품이므로 한번쯤 눈여겨보고 구매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