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포털 1세대'의 퇴진…"더 멀어지겠다"던 이해진 다음 행보는?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2021.11.1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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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포털 1세대'의 퇴진…"더 멀어지겠다"던 이해진 다음 행보는?


국내 최대 인터넷기업 네이버(NAVER (170,600원 ▲200 +0.12%))의 세대 교체가 본격화됐다. '포털 1세대' 한성숙 대표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그 자리에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 맏언니 격인 최수연 신임 대표가 내정됐다. 국내 인터넷 산업을 일군 선배세대가 떠나고 포털 네이버와 함께 청년기를 보낸 후배세대가 새 사령탑에 올랐다는 점에서 IT업계 던지는 함의가 적지 않다.

18일 네이버에 따르면 이사회는 신임 대표에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부 책임리더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사업개발과 M&A(인수·합병)를 총괄해온 김남선 책임리더를 내정했다.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지난 5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직원의 극단적 선택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일찍이 사퇴한 점을 고려하면, 네이버 주축인 CXO 4명 중 3명이 교체되는 셈이다. 남은 한 명인 채선주 최고소통책임자(CCO)의 거취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인사로 포털 1세대는 네이버에서 퇴장한다. IT전문기자였던 한 대표는 야후가 국내 포털시장 1위를 차지했던 1999년 토종 검색포털 '엠파스' 창립멤버로 참여해 검색사업본부장을 맡았다. 2007년 경쟁사였던 네이버에 합류한 후엔 서비스총괄이사로서 검색 외 신규사업을 진두지휘했다. 특히 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수익화 모델을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PC 강자인 네이버가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한 데에는 한 대표의 공로가 컸다는 의견이 주류다.

실제 한 대표가 2017년 취임한 후 네이버는 극적인 성장을 이뤘다. 글로벌 계열사 라인을 제외하고도 매출 5조, 영업이익 1조 시대를 연 것이 대표적이다. 커머스·핀테크·콘텐츠·클라우드 등도 급성장하며 올해 처음으로 신산업 매출 비중이 본업인 검색(서치플랫폼)을 넘어섰다. 무엇보다 한 대표가 주도한 온라인창업지원 프로그램 '프로젝트 꽃'은 IT업계 대표 상생 사례로 자리매김해 네이버의 갑질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는 네이버쇼핑 생태계 확대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도 했다.



/사진=김지영 디자인 기자/사진=김지영 디자인 기자
네이버 초기멤버 박상진·채선주, 잔류여부 관심
박상진 CFO도 네이버 초창기 멤버다. 박 CFO는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같은 삼성SDS 출신이다. 네이버가 1999년 주식회사로 독립하자 경영관리팀장으로 합류해 재무기획실장 등을 역임한 재무통이다. 2016년부터 CFO를 역임하며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재무 전략을 짜왔다. 이에 일각에선 박 CFO가 최 COO의 뒤를 이어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맡을 것이라 본다.

CXO 중 유일하게 자리를 보전한 채 CCO의 거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채 CCO는 네이버 창업 초기인 2000년 합류해 대관·홍보·마케팅·인사 등을 두루 거쳤다. 20여년 간 네이버의 대외 이미지를 맡아온 셈이다. 최 신임 대표 내정자도 신입사원 시절에 채 CCO 밑에서 일했다.

그만큼 채 CCO의 잔류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경영진 세대교체에 동참하기위해 내정자들에게 거취를 일임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그가 사임하면 대관·홍보 공백이 커진다는 우려도 있다. 신임 경영진이 안착하려면 대외 이미지가 중요한 데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대외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관·홍보 업무 특수성을 고려하면 20여년간 채 CCO가 쌓아온 노하우를 대체할 인력이 없다"며 "아마도 회사에서 강력하게 붙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멀어지겠다"는 이해진, 다음행보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사진=뉴스1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사진=뉴스1
이 GIO의 행보도 주목할 부분이다. 앞서 이 GIO는 지난 6월 임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지금의 어려움은 모두 저의 부족함에서 왔다"라며 "회사에서 한 발 더 멀리 떨어져 저 스스로를 냉정히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신임 경영진이 내놓을 조직개편안에 이 GIO의 다음 행보도 포함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이 GIO는 지난 2016년 한 대표를 새 사령탑에 내정하며 본인도 이사회 의장직에서 사임한 바 있다. 북미·유럽시장에 승부수를 걸기 위해서였다. 덕분에 라인은 일본 Z홀딩스와 합병하며 아시아 최대 IT기업으로 거듭났다. 미·중 기술 패권에 맞선 네이버 '글로벌 AI R&D(연구개발) 연구벨트'도 북미·유럽·아시아로 확장 중이다.

일각에선 40대 초반 신임 경영진 선임으로 이 GIO의 친정체제가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이 GIO가 조직문화에대한 애착이 큰 가운데 본인의 다음 역할에대한 고민이 클 것 같다"면서 "신임 경영진과 상의해 내년 정기주총 전에 구상을 밝히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이번 인사는 경영쇄신 및 조직개편의 첫 단계로, 아직 구체적으로 전해진 게 없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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