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네이버에 따르면 이사회는 신임 대표에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부 책임리더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사업개발과 M&A(인수·합병)를 총괄해온 김남선 책임리더를 내정했다. 최인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지난 5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직원의 극단적 선택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일찍이 사퇴한 점을 고려하면, 네이버 주축인 CXO 4명 중 3명이 교체되는 셈이다. 남은 한 명인 채선주 최고소통책임자(CCO)의 거취는 정해지지 않았다.
실제 한 대표가 2017년 취임한 후 네이버는 극적인 성장을 이뤘다. 글로벌 계열사 라인을 제외하고도 매출 5조, 영업이익 1조 시대를 연 것이 대표적이다. 커머스·핀테크·콘텐츠·클라우드 등도 급성장하며 올해 처음으로 신산업 매출 비중이 본업인 검색(서치플랫폼)을 넘어섰다. 무엇보다 한 대표가 주도한 온라인창업지원 프로그램 '프로젝트 꽃'은 IT업계 대표 상생 사례로 자리매김해 네이버의 갑질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는 네이버쇼핑 생태계 확대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도 했다.
/사진=김지영 디자인 기자
CXO 중 유일하게 자리를 보전한 채 CCO의 거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채 CCO는 네이버 창업 초기인 2000년 합류해 대관·홍보·마케팅·인사 등을 두루 거쳤다. 20여년 간 네이버의 대외 이미지를 맡아온 셈이다. 최 신임 대표 내정자도 신입사원 시절에 채 CCO 밑에서 일했다.
그만큼 채 CCO의 잔류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경영진 세대교체에 동참하기위해 내정자들에게 거취를 일임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그가 사임하면 대관·홍보 공백이 커진다는 우려도 있다. 신임 경영진이 안착하려면 대외 이미지가 중요한 데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대외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관·홍보 업무 특수성을 고려하면 20여년간 채 CCO가 쌓아온 노하우를 대체할 인력이 없다"며 "아마도 회사에서 강력하게 붙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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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멀어지겠다"는 이해진, 다음행보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사진=뉴스1
이에 신임 경영진이 내놓을 조직개편안에 이 GIO의 다음 행보도 포함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이 GIO는 지난 2016년 한 대표를 새 사령탑에 내정하며 본인도 이사회 의장직에서 사임한 바 있다. 북미·유럽시장에 승부수를 걸기 위해서였다. 덕분에 라인은 일본 Z홀딩스와 합병하며 아시아 최대 IT기업으로 거듭났다. 미·중 기술 패권에 맞선 네이버 '글로벌 AI R&D(연구개발) 연구벨트'도 북미·유럽·아시아로 확장 중이다.
일각에선 40대 초반 신임 경영진 선임으로 이 GIO의 친정체제가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이 GIO가 조직문화에대한 애착이 큰 가운데 본인의 다음 역할에대한 고민이 클 것 같다"면서 "신임 경영진과 상의해 내년 정기주총 전에 구상을 밝히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이번 인사는 경영쇄신 및 조직개편의 첫 단계로, 아직 구체적으로 전해진 게 없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