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가스가 필요하긴 한데…독일 '새 가스관' 왜 세웠나?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21.11.1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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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완공 '노드스트림2' 승인절차 중지…
벨라루스 통한 이민자 유입 문제 배경,
최근 진정세 보이던 가스 가격 또 급등

노드스트름2/사진=AFP노드스트름2/사진=AFP


독일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송하기 위한 해저 가스관 사업인 '노드스트림2'에 대한 승인 절차를 16일(현지시간) 중단했다. 한동안 불안했던 유럽의 가스 가격은 이날 17% 급등했다.

이날 도이치벨레(DW)에 따르면 독일 에너지 규제 당국은 "노드스트림2 운영기관이 독일이 아닌 스위스에 기반을 두고 있어 승인하지 않았다"며 "해당 기관이 독일 법에 따라 구성됐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승인 절차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절차적 문제에 따른 일시적 중단이라는 설명이지만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를 둘러싼 러시아와의 갈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드스트림2는 러시아 북서부에서 발트해 해저를 지나 독일 북부로 이어지는 길이 1230㎞짜리 해저 가스관이다. 2010년 노스스트림1이 가동을 시작했고, 러시아와 독일은 2018년부터 그 옆에 노드스트림2 건설 공사를 추진해 올해 9월 완공했다. 러시아는 독일 정부가 가동승인을 하는 즉시 유럽 가스 공급을 시작하겠다고 해왔다. 이 가스관의 1년 수송량은 550억㎥로, 유럽 천연가스 수요의 4분에 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정부는 지난 9월 완공 당시 승인 검토에 약 4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직 검토 기간이 남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등에서 유럽연합(EU)과 러시아 간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독일의 승인 절차가 더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 벨라루스를 통해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EU 국가로 입국을 시도하는 난민이 증가했다. 폴란드는 벨라루스 정부가 이들을 폴란드 쪽으로 밀어내려 한다고 주장하면서 군을 배치해 유입을 막고 있다. EU도 벨라루스가 자국을 겨냥한 EU 제재에 보복하려고 난민들의 유럽행을 방조하거나 고의로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러시아가 배후에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벨라루스의 동맹인 러시아는 핵폭격기를 벨라루스에 급파하며 대응했다. 또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도 최근 대규모의 군사력을 투입했다. 이에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흑해 공해상에서 연합 해상 훈련을 진행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전날 "러시아의 이례적인 군사력 증강에 맞서 나토는 우크라이나의 편에 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EU와 러시아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독일은 입장이 난처해졌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독일이 우크라이나의 편에 서거나 노드스트림2 사업을 승인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며 압박했다. 우크라이나도 이날 "독일의 노드스트림2 승인 절차 중단을 환영한다"며 "러시아가 가스를 무기로 사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독일이 승인 절차를 중단하면서 유럽 내 가스 가격은 17% 치솟았다. 난방 수요가 높은 겨울철을 앞두고 에너지 대란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가스 가격은 8월 이후 급등했다가 최근 들어 안정세를 보이던 중이다. 제레미 와이어 에너지 무역회사 트라피구라 회장은 "러시아와의 갈등으로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빚어져 올 겨울 유럽에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는 유럽 내 천연가스를 40%가량 책임지고 있으며, 미국은 러시아의 유럽에 대한 천연자원 무기화를 우려하며 노드스트림2에 대해 강하게 반대해왔다. 지난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새 가스관을 용인하면서 러시아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경우 추가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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