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드라마 NFT 뜬다…업비트에 이어 빗썸까지 뛰어든 엔터 투자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2021.11.1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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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코리아·위메이드트리 등, 초록뱀미디어에 투자…드라마 NFT 출시

연예기획사, 드라마 제작사들이 앞다퉈 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K팝과 K드라마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게임사,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의 투자를 받아 NFT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9일 초록뱀미디어 (5,400원 ▼250 -4.42%)는 빗썸코리아, 버킷스튜디오 (1,153원 ▲1 +0.09%), YG PLUS (3,985원 ▼55 -1.36%), 비덴트 (3,320원 ▼60 -1.78%), 위메이드트리 PTE, 우리홈쇼핑(롯데쇼핑), 초록뱀컴퍼니 (420원 ▲27 +6.87%)를 대상으로 8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초록뱀컴퍼니와 우리홈쇼핑이 각각 250억원, 빗썸코리아 100억원, 위메이드트리 PTE, 버킷스튜디오, 와이지플러스, 비덴트가 각각 50억원을 투자한다. 또 라비노 투자조합을 대상으로 300억원의 전환사채 발행도 결정했다.

특히 이번 유상증자는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운영사인 빗썸코리아의 첫 엔터 기업 투자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초록뱀이 제작한 드라마 '어느날'초록뱀이 제작한 드라마 '어느날'


초록뱀, 드라마 및 아티스트 NFT 만든다
초록뱀미디어는 유상증자 참여 기업들과 함께 NFT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제작 드라마와 아티스트 NFT를 만들어 새로운 수익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NFT는 토큰마다 별도의 고유한 표식을 부여한 대체불가토큰이다. 위·변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산의 소유자를 파악할 수 있고, 작품의 원작자, 판매 과정 등의 세부 정보 등을 담을 수 있다.

초록뱀미디어는 최근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기업들이 앞다퉈 한국 드라마 투자를 확대하는 점에 주목했다. OTT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우 흥행을 하더라도 제작사가 받는 추가 수익은 없다. OTT들이 작품의 지적재산권(IP)을 가져가고, 제작사는 총 제작비 외에 10~30%의 마진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흥행을 예측하기 어려운 드라마는 굿즈(MD)를 사전에 제작하기 힘들다. 또 OTT를 통해 글로벌 전역에서 동시에 방송되기 때문에 각 국가별 인기 아이템을 예측하기도 사실상 어렵다.

초록뱀미디어는 NFT가 드라마를 대표하는 굿즈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 장면들을 미리 NFT로 만들어 출시하면 시청률에 따라 거래가 활성화되고, 가격도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사전 제작 드라마들이 늘어나면서 NFT 출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예를 들어 다음 회의 예고편이 아니라 매주 새로운 NFT를 출시하면 드라마의 흥행몰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초록뱀미디어는 올해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흥행으로 기획력을 인정 받았고, 김수현 주연의 '어느 날', 방탄소년단의 세계관을 담은 'Youth' 등의 라인업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하이브 방시혁 의장과 두나무 송치형 의장 (왼쪽부터)하이브 방시혁 의장과 두나무 송치형 의장
빗썸, 업비트가 주도하는 엔터 NFT..내년 본격 경쟁
엔터 NFT 시장은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적극 투자하면서 커지고 있다. 내년 엔터 NFT가 출시되면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하이브와 JYP Ent.에 각각 7000억원, 366억원을 투자했다. 이들은 합작법인을 설립해 아티스트 IP(지적재산권) 기반의 콘텐츠와 상품들을 NFT로 출시할 계획이다.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등의 기념품을 NFT로 발행하면 자연스럽게 한정판으로 인식돼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나무는 '킹덤'과 '지리산'의 제작사 에이스토리의 자회사 에이아이엠씨와도 NFT 사업 협력을 체결했다.

빗썸의 운영사인 빗썸코리아도 초록뱀미디어 투자를 시작으로 엔터 기업과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에스엠, 와이지엔터, 에프엔씨엔터 등 아직 NFT 파트너를 밝히지 않은 기업이 많은 만큼 빗썸코리아가 투자할 수 있는 엔터기업들이 많다는 분석이다.

엔터 NFT의 독자행보를 보이는 기업들도 있다. 이즈미디어 (2,705원 ▼100 -3.57%)는 12월 아타스트, 드라마, 영화 등의 NFT 거래가 가능한 플랫폼을 론칭할 예정이다. '마이네임'의 제작사인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아이오케이 (3,760원 ▼20 -0.53%) 등의 포괄적 콘텐츠에 IP를 확보한 상태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 (155원 ▼55 -26.19%)는 중국 한엽호오와 손잡고 현지 NFT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메타버스로 확대되는 팬플랫폼, 무형의 팬덤이 이익으로 돌아온다
엔터 NFT는 팬덤을 기반으로 한다. 가수 기획사의 경우 신인 아이돌 그룹 론칭에 수십억원이 들지만, 수익원은 음반 발매, 음원 유통, 콘서트 개최 등으로 제한적이다. 결국 신인 아이돌그룹이 흑자전환하기까지 길게는 4~5년이 걸리는게 현실이다.

때문에 NFT는 대형이 아닌 중소형 기획사들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데뷔 때 뮤직비디오 장면이나 화보 등을 NFT로 발행하면 인기와 함께 NFT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NFT 발행을 위한 비용투자가 낮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또 NFT의 국가별 유통 현황을 통해 유튜브 조회수 외에 팬덤을 확인하는 지표가 될 수도 있다.

연예기획사들이 기존의 팬 플랫폼을 메타버스로 확장시키는 점도 기회요인이다. 팬 플랫폼 시장은 하이브의 위버스와 에스엠의 디어유로 양분화되고 있다. 두 플랫폼 모두 팬들이 나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고, 이 공간에 자신의 '덕질'을 뽐낼 수 있는 엔터 NFT의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NFT에 담아낼 ARMY의 가치'라는 리포트에서 NFT시대에서 기획사는 최소한 3가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에 국가의 개념이 사라지고 △가격의 상승이 용인되고 △무형의 팬덤을 유형의 경제 규모로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팬덤의 활동에 따라 보상으로 NFT를 받고, NFT의 가격 상승과 거래 수수료를 통해 기획사는 이익을 올리며, 더 나아가 음반, 음원, 매니지먼트 매출 성장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팬덤의 경제규모는 거래소의 거래량과 자산의 합산인 시가총액의 개념으로 확인될 것"이라며 "NFT가 더 활발하게 거래된다면 리셀 산업 또한 자연스럽게 내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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