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좋은데, 마냥 웃을 수가"...인터넷은행 '건전성 딜레마'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21.11.0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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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케이·토스뱅크 '디지털·비대면' 금융 세 확산
카카오·케이뱅크 올해 1~3분기 누적 성적표 양호
총량 규제 속 중금리 대출 확대로 부실리스크 우려도

"실적 좋은데, 마냥 웃을 수가"...인터넷은행 '건전성 딜레마'


디지털과 비대면 금융에 기반해 세를 넓히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성장 딜레마에 봉착했다. 총량 규제로 대출 자산을 늘리기 쉽지 않은 데다 2023년까지 중저신용자(중금리) 대출 비중 목표를 맞추려면 대손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5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지난 1~3분기 누적 순이익이 각각 1679억원과 84억원이었다. 카카오뱅크는 전년 동기보다 순이익이 2배 수준으로 늘었고, 케이뱅크는 누적 기준 첫 흑자를 달성했다. 인터넷은행의 쉽고 편한 금융 서비스를 선호하는 고객들이 몰리면서 여수신 모두 증가한 덕분이다. 3분기 말 카카오뱅크 앱의 MAU(월간 실사용자 수)는 1470만명을 넘어 금융 앱 부문 1위 자리를 지켰다. 케이뱅크 고객도 작년 말(219만명)보다 3배 가량 증가한 660만명으로 늘었다.



건전성 지표도 표면적으로는 양호하다. 지난 3분기 말 현재 카카오뱅크 대출 연체율은 0.21%로 전분기보다 0.1%포인트 높아진 정도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3분기 말 기준 평균 연체율(0.20%)과 비슷한 수준이다. 케이뱅크는 손익 외에 연체율 등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으나 지난 1분기 말 0.55%에서 2분기 말 0.37%로 내려간 데 이어 연체율이 더 개선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출 자산 증가 효과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에 부여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중저신용자 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 3분기 말 현재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13.4%, 15.5% 정도다. 연말까지는 두 은행이 각각 20.8%, 21.5%까지 확대해야 한다. 4분기엔 사실상 중저신용자 대출에 올인해야 한다.



신용등급 4~6등급 차주에게 한 자릿 수의 중금리로 빌려주는 중저신용자 대출은 예대마진은 높지만 그만큼 부실 위험도 크다. 충당금 전입액이 늘어나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9월 발표한 '인터넷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영향과 시사점' 분석에서 인터넷은행들이 2023년까지 중저신용자(신용점수 하위 50%) 대출 비중을 계획(카카오뱅크 30.2%, 케이뱅크 32.1%, 토스뱅크 44.9%)대로 높이면 2022~2023년 연체율이 1.7~2.2%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최근 카카오뱅크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한 것도 이런 요인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증가로 올 들어 지난 3분기까지 598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전년 동기(353억원)와 견줘 약 70% 늘어난 것이다. 충당금 적립률은 2분기말 198%에서 3분기말 228%로 뒤었다. 케이뱅크 역시 1분기 152%였던 충당금 적립률이 2분기 191%로 올랐고 3분기 더 상향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현 정부 금융혁신 1호 공약인 인터넷은행 활성화가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발목 잡힌 형국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은행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상에 중저신용자 대출을 빼 달라고 했지만 금융당국은 난색을 표한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대출 리스크를 잘 관리하려면 대출 자산을 늘리면서 신용평가모형을 고도화하고 차주들의 성격과 리스크를 잡아낼 수 있어야 한다"며 "대출을 늘리지 못 하는데 중저신용 대출을 확대해야 해 난감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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