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상권 다 죽었는데…돌아온 일상, 돌아오지 않는 손님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구단비 기자 2021.11.0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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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이대 상인들 울상…"관광 재개돼야"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 1일 오후 1시쯤 명동 거리엔 여전히 공실인 상가가 눈에 띈다./사진=구단비 기자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 1일 오후 1시쯤 명동 거리엔 여전히 공실인 상가가 눈에 띈다./사진=구단비 기자


"오늘부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라 기대했는데 큰 변화는 없네요."(서울 중구 명동 거리 상인)

"계속 적자라 많이들 못 버티고 나갔어요. 이 정도면 대학가는 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해요."(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인근 구두판매점 상인)



위드 코로나 첫날인 1일 '관광 특구'인 명동과 대학가 주요 상권인 이대 등의 상인들은 여전히 굳은 표정이었다. 최근 젊은 층들이 많이 모인다는 홍익대학교 인근도 손님이 늘었지만 코로나19(COVID-19) 이전 수준엔 못 미친다고 고개를 저었다.

점심 시간인 이날 오후 1시쯤 명동을 방문한 사람들은 "볼 게 없다" "왜 이렇게 문 닫은 곳이 많냐"는 반응을 보였다.



명동에서 일본음식 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명동 상권이 다 망했는데 점심, 저녁 장사가 기대되겠냐"며 "명동은 위드 코로나랑 전혀 상관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사무실이 있는 것도 아닌데 시간제한 풀어주고 인원 제한 풀어준다고 장사가 좀 더 잘 되는 일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인근 식당 주인 B씨도 "친구들이 아직도 명동에서 어떻게 장사를 하느냐고 묻는다"며 "위드 코로나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 1일 오후 1시쯤 명동 거리엔 여전히 공실인 상가가 눈에 띈다./사진=구단비 기자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 1일 오후 1시쯤 명동 거리엔 여전히 공실인 상가가 눈에 띈다./사진=구단비 기자
상황이 더 심각한 건 인근 상점들이었다. 7개월간 휴점하다 이날 다시 문을 연 화장품 점주 C씨는 "주변 화장품 가게들은 이미 폐업했다"며 "3년째 가게를 운영 중인데 코로나19 이전부터 매출의 90%를 외국인이 차지해왔기 때문에 위드 코로나 효과가 큰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옛날엔 직원을 7명이나 썼는데 이젠 혼자 운영하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명동 소상공인들은 '관광 재개'를 강조했다. 10년 넘게 환전소를 운영해온 D씨는 "요즘은 찾아오는 손님이 없다"며 "환전소는 내국인보다 외국인을 상대로 하고 있어 나라간 교류가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1일 이대역과 이화여대 정문 사이 거리에 공실인 상가들이 곳곳에 있다./사진= 박미주 기자1일 이대역과 이화여대 정문 사이 거리에 공실인 상가들이 곳곳에 있다./사진= 박미주 기자
이대 상권도 비슷했다. 이대역에서 이대 정문으로 향하는 거리엔 '임대'가 붙은 빈 상가들이 줄지어 있었다.


이곳에서 32년간 구두가게를 운영하는 E씨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보다 더 심각하다"며 "학생들도 오지 않고 연 2억8000만원의 적자만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면 정부에서 대학가를 재난지역으로 지정하고 지원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일 홍대 걷고싶은거리 모습/사진= 박미주 기자1일 홍대 걷고싶은거리 모습/사진= 박미주 기자
홍대 걷고싶은거리 인근 식당은 손님이 늘었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매출이 회복되진 않은 모습이다. 한 고깃집 관계자는 "점심 시간에 2팀만 있었는데 오늘은 7팀으로 손님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점심 손님들이 줄 서 있던 한 국밥집 관계자는 "한때 매출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시 손님이 늘고 있지만 아직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며 "외국인들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변 액세서리 판매점 상인도 "손님의 절반 이상이 일본인, 중국인 등 외국인이었는데 관광객이 줄면서 매출이 40~50%로 감소했다"며 "외국인 방문객들이 늘어야 상권이 더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트럴파크'로 불리는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 인근 맥줏집 대표는 "3개 점포를 운영했다가 적자가 심해 1개는 처분하기도 했다"며 "최근엔 위드 코로나가 되면서 손님이 늘어나는 추세라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1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숲길 인근 모습/사진= 박미주 기자1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숲길 인근 모습/사진= 박미주 기자
한편 한국부동산원의 '3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은 명동이 43.4%, 홍대·합정은 24.7%, 신촌·이대 9.9%, 광화문 19.3%, 이태원 18.0%, 압구정 17.1%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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