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 전기차 생산 계기···SK온과 밀월 강화되나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2021.10.28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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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인터배터리 2021' SK이노베이션 부스. SK 배터리가 탑재된 현대차 '아이오닉5'가 전시돼있다 /사진=뉴스1지난 6월 '인터배터리 2021' SK이노베이션 부스. SK 배터리가 탑재된 현대차 '아이오닉5'가 전시돼있다 /사진=뉴스1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전기차 생산설비 구축을 준비 중이다. 배터리는 기존 공급사인 LG에너지솔루션·SK온 등으로부터 공급받을 전망이다. 업계는 양사의 현대차 납품량 격차가 확대될 것이라 입을 모았다. SK온에 보다 많은 물량이 배분된다는 의미였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6일 진행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전기차 시장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며, 현지 생산 계획이 확정되면 발표하겠다"면서 북미 전기차 전략이 수립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현대차·기아 등은 앨라배마·조지아주(州)에 북미 생산공장을 보유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차량은 모두 내연차다.



현대차의 미국 전기차 생산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2025년부터 미국 내 생산비중 75% 이상을 달성해야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신북미무역협정(USMCA)'이 발효된다. 배터리 업계가 북미투자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던 이유와 같다. 북미는 중국·유럽 등과 더불어 3대 전기차 시장으로 손꼽힌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부터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SK온 등이 공급사로 유력한 까닭은 단순히 기존 거래처라는 이유뿐만은 아니다. 이들은 미국 내 최고 수준의 배터리 연산능력을 보유한 업체들이다. 두 회사는 북미 3대 전기차 브랜드와 배터리 합작사(JV)를 설립했다. LG는 GM과 JV를 설립한 데 이어 최근 크라이슬러를 보유한 스텔란티스와 JV 출범 계획을 밝혔다. SK온은 포드와의 JV를 통해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양사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는 동남아 전기차 시장공략을 위해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JV를 합작하기도 했다. 업계가 현대차 미국 배터리 수주전에서 SK온의 '판정승'을 예견하는 이유는 현대차의 최근 행보와 관계 깊다. 현대차그룹 최초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을 도입하면서 SK온 의존을 대폭 키웠기 때문이다.

SK온은 E-GMP 1차 배터리 단독공급사로 선정됐으며, 작년 말 3차 공급사 선정 때는 중국의 CATL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물량을 확보했다. 3차 납품 계약에 포함될 예정이던 아이오닉7 물량에 대한 배터리 납품 계약이 최근 이뤄졌는데, SK온이 단독으로 수주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CATL과 함께 2차 E-GMP(아이오닉6) 공급사로 선정됐다.

1차 물량이 2차와 엇비슷한 수준이고, 아이오닉7을 포함한 3차 물량이 1·2차보다 높은 수준으로 전해진다. SK온 납품비율이 압도적임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격차는 LG에너지솔루션의 수용 능력 때문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온보다 많은 거래처를 확보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의 주요 완성차 브래드가 고객사다. 현대차에만 신경 쓸 수 없는 처지다.


또, SK온의 북미 생산능력이 LG에너지솔루션을 앞선다. 양사는 JV와 자체적으로 북미 생산량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계획된 합산 생산량은 유사하지만, JV가 아닌 독자 공장에서의 양산능력은 SK온 조지아공장이 가장 높다. JV는 현대차의 경쟁사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현대차에 탑재될 배터리는 자체공장에서 생산될 것이 확실시된다.

SK온 조지아공장은 단일공장 기준 북미 최대규모 배터리 생산시설이다. 포드·폭스바겐 등과 북미 배터리 납품계약을 체결한 SK온은 조지아 1·2공장이 완공되기도 전에 3·4공장을 착공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현대차 등 다른 브랜드 대응을 위해 SK온이 케파를 키우고 있다"고 해석했다. 배터리업계에서는 '선(先) 수주 후(後) 신·증설'이 일반적이지만 SK온은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배터리 수주전에 임하고 있다.

한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아이오닉7 탑재 배터리 물량 전체를 SK온에 맡긴 것은 현대차가 아이오닉7의 미국 생산까지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면서 "북미뿐 아니라 현대차그룹의 SK온 배터리 의존은 점차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며, 2030년을 전후로 현대차에서 생산되는 전기차 60% 이상에 SK온 배터리가 탑재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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