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처음으로 초전도 케이블 연구를 시작했을 때 LS전선은 업계 맨뒷줄이었다. 영하 200℃를 넘나드는 기술력이 관건인 탓에 지금까지도 4개국 5개사(한국 LS전선, 프랑스 넥상스, 일본 스미토모·후루까와, 미국 울테라)만 기술을 보유했다. LS전선은 2004년 5개사 중 4번째로 교류 22.9㎸ 배전급 초전도 케이블 개발에 성공했다.
LS전선의 급격한 성장이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국책과제 선정과 지원, 집중 투자 등 내·외부 요인을 비결로 꼽는다. 초전도 케이블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는 2001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가 주도해 '21C 프론티어 연구개발 사업' 일환으로 시작해 10년 동안 진행됐다. LS전선과 한국전력공사 등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오히려 적자인 사업이지만 LS전선은 530억원을 투입하는 뚝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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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 관계자는 "상용화 전까진 매출이 0원인데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투자만 한 것"이라며 "기업이 연구비만 쏟아붓는 게 쉽지 않은데 그만큼 기술개발 의지가 컸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상용화 경험으로 해외시장 입찰 경쟁력 확보"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 전체를 작동하게 하는 부대시설의 기술 난이도가 높고 신뢰성도 중요하기 때문에 케이블과 부대시설 기술을 모두 갖춘 경쟁사는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LS전선은 용인 흥덕~신갈 구간 상용화에 앞서 2011년 경기도 이천변전소에서 배전용 22.9㎸ 케이블 시스템 전력계통을 운전할 당시에 이미 단일 제조사 최초로 케이블 시스템을 비롯한 냉각시스템, 제어시스템을 일괄 납품해 설치하고 준공했다.
교류(AC)와 직류(DC) 기술력을 모두 확보한 업체도 전세계에서 LS전선이 유일하다. LS는 총 5개의 초전도 케이블 제품군을 갖췄다. 교류든 직류든 다양한 상황에서 적합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세계 전력망의 95%가 교류지만 점차 직류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LS전선은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와 함께 상용화 경험까지 갖췄기 때문에 해외 입찰 경쟁에서 우선순위를 선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초전도케이블 시장은 올해 3017억원, 5년 뒤인 2026년에는 6833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전은 계속된다…차세대 시장 주도권도 선점
이 제품은 전세계에서 LS전선을 포함한 3개 업체가 개발했지만 국제 인증을 획득한 곳은 LS전선뿐이다. 한국전력이 내년부터 시작하는 초전도 플랫폼 사업에 차세대 모델을 적용할 전망이다.
명노현 LS전선 대표는 "북미와 유럽 등을 중심으로 초전도 사업이 확대될 것"이라며 "국내 상용화 경험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LS전선 관계자는 "2019년 세계 최초 초전도 케이블 상용화에 이어 차세대 제품 상용화 역시 앞서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