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소매금융 17년만에 접는다…'부분 매각'도 불발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1.10.2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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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인력 문제로 협상 난항, 단계적 폐지 수순 밟기로…향후 기업금융만 영위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한국씨티은행이 결국 소비자금융 사업을 접는다. 당초 매각을 검토했으나 불발되면서 '단계적 폐지' 수순을 밟기로 했다. 미국 씨티그룹이 2004년 한국씨티은행을 출범시킨지 17년 만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의 출구방향을 '단계적 폐지'로 결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앞서 미국 씨티그룹 본사는 지난 4월 국내에서 소비자금융 사업을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한국씨티은행은 6개월간 전체 매각, 부분 매각 등을 시도했으나 적절한 인수회사를 찾지 못했다. 한국씨티은행은 당초 소비자금융 통매각을 우선순위에 뒀지만 이를 수용하는 금융사를 찾지 못했다. 이후 WM(자산관리), 신용카드 등 사업별로 따로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부분 매각도 성사시키지 못하면서 결국 사업 폐지로 방향을 정했다. 고연봉, 고령 등으로 구조가 고착된 인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인수의향사와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인수의향서를 낸 금융사들은 모두 소비자금융 전체 직원의 고용 승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기존 은행의 소비자금융 영업환경이 어려운 상황 등도 제약 조건으로 꼽혔다.



이러한 결정에 따라 앞으로 한국씨티은행은 기업금융만 영위한다. 예금, 대출, 카드 등을 이용하던 기존 개인고객은 만기, 해지 시점까지 그대로 쓰면 된다. 모든 상품, 서비스의 신규 가입은 불가능하다. 신규 중단 시점은 추후 다시 공지한다. 이에 대해 유명순 행장은 "단계적 폐지가 완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관련 법규, 절차를 준수하고 금융감독당국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약 2500명으로 알려진 소비자금융 부문 직원들은 잔류를 희망할 경우 재배치되고, 아닌 경우 희망퇴직 대상자가 된다. 한국씨티은행 사측은 앞서 '정년까지 잔여 월급 보전', '최대 7억원의 퇴직금 지급'을 내용으로 하는 희망퇴직안을 내놨다. 업계 최고 수준이다.

앞으로 한국씨티은행엔 노조와 합의점을 찾고 금융당국의 조치명령을 따라야 하는 과제가 놓였다. 향후 노사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 노조는 지난 22일 입장자료를 내고 "소비자금융의 졸속 청산을 의결하는 결정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면서 "금융산업 전반의 여건이 개선될 때까지 매각을 유보했다가 추후 재매각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이날 "필요한 경우 조치명령을 내리겠다"고 사전 통지했다. 명령 발동 여부는 오는 27일 확정한다.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조치명령을 내릴 수 있다"며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적극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조치명령안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상품·서비스별 이용자 보호방안, 영업채널 운영 계획, 금융사고 방지 계획 등을 제출해야 한다.

한편 이번 결정에 따라 국내에서 소비자금융 영업을 벌이는 외국계 은행은 SC제일은행이 유일해졌다. SC제일은행도 몇 차례 매각설이 돌았으나 잠잠해졌다. 앞서 HSBC도 2013년 국내에서 소비자금융을 접고 기업금융만 남겼다. 정부의 규제 등이 외국계 은행의 영업 제약 사항으로 지적된다. 인터넷전문은행, 빅테크의 진입으로 은행업의 경쟁이 심화한 것도 이유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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