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견제 위해 만들어진 '나토', 타깃에 '중국' 추가될까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21.10.1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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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의 러시아 직원 추방에 러시아는 대표부 폐쇄 맞대응

미국 국기와 나토기/사진=AFP미국 국기와 나토기/사진=AFP


북서대양조약기구(나토)가 동맹의 이유에 '중국의 위협'을 정식 포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세계 2차대전 후 러시아를 적국으로 상정해 출범한 나토의 견제 범위가 중국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중국은 '적'은 아니지만, 유럽 안보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미국의 지정학적 중심축이 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하는 가운데 나토도 군사전략에 이를 반영해 재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중국의 사이버 능력, 신기술, 장거리 미사일 등이 유럽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런 위협으로부터 나토 동맹국을 방어하는 방법이 향후 10년간 동맹의 새로운 전략 안에서 철저히 다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토는 내년 여름 정상회담을 열고 향후 10년간의 동맹의 목적을 정의하는 새로운 전략을 채택할 계획이다. 이 전략에 중국에 대한 나토의 새로운 시각과 대응법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0년 채택된 최신판에는 중국이 언급돼 있지 않다.



앞서 2019년 12월 나토는 공동선언문에서 처음으로 중국의 군사대국 부상을 언급했다. 공동선언문엔 "중국의 커지는 영향력은 NATO 회원국이 함께 대처할 필요가 있는 기회이자 도전"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나토는 지난 8월 미군이 20년간의 아프가니스탄 주둔을 끝낸 뒤 동맹의 존재 이유와 미래 목표, 유럽 주둔 미군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리적으로 붙어있진 않지만 경제와 외교, 사이버 공간 등을 통해 침투하는 중국을 공식적인 견제국으로 상정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중국은 우리에게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을(중국) 북극에서, 사이버 공간에서 보고 있으며 또 그들이 우리 동맹국의 중요 기반 시설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모든 나토 동맹국에 도달할 수 있는 고사정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젠 장거리 대륙간 미사일을 위한 많은 시설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사진=AFP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사진=AFP
중국은 앞서 지난 8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초음속순항비행물체(HGV)를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HGV는 지구 궤도로 쏘아진 뒤 자체 추진력으로 비행하다 목표물을 타격하는 무기로, 예측가능한 포물선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탄도미사일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비행 궤도를 바꿀 수 있어 요격이 힘들다.

지난달에도 나토는 성명을 내고 중국의 강압적인 정책과 핵무기 확대, 군사 현대화의 투명성 부족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한편 나토가 전략 초점을 러시아에서 일부 중국에서 돌리는 전략이 여전히 러시아를 실존적 위협으로 간주하는 동유럽 국가들의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등 러시아가 여전히 동유럽 국가들에 물리적 위협을 가하고 세력 확대 의지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러시아와 중국이 별개의 위협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며 "중국과 러시아는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토는 지난 6일 러시아 대표부 직원 8명에 대한 외교관 자격 승인을 취소하고 이들을 추방했다. 이들이 러시아 정보기관 소속 요원들로, 외교관 자격에 부합하지 않는 활동을 했다는 혐의 때문이다. 나토와 러시아 간 외교 갈등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러시아는 이에 나토 주재 러시아 대표부 업무를 중단하고 잠정 폐쇄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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