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재명·윤석열의 '중소기업 파이팅'이 허탈한 이유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2021.10.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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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재명·윤석열의 '중소기업 파이팅'이 허탈한 이유


서울 여의도에 있는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 5층. 중앙회장실과 대회의실 등이 있는 이 곳에 유력 정치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때문이다. 국회 정문에서 이곳까지는 600m(미터), 걸어서 5분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정치인들에게 중소기업은 2018년 기준 663만개에 종사자가 1700만명에 달하는 빼놓을 수 없는 표밭이다.

명분은 정책간담회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도 최근 중앙회를 찾아 애로사항을 들었다. 참석자에 따라 분위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정치인들은 똑같은 의자에 앉고, 비슷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고 돌아간다. 당연히 "중소기업 파이팅"을 외친다.



김기문 중앙회장이 발언 말미에 건내는 덕담도 "꼭 필승하시길 바란다"로 똑같다. 문턱이 닳도록 찾아오는 정치인들에게 줄기차게 요구하는 골자도 비슷하다. 대·중소기업 격차를 줄이고 일하기 좋은 경제토양을 마련해달라는 취지다. 쉽게 말하면 대기업들이 제 값 주고 물건을 사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나아가 작은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자.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1월 2일 첫 업무일 '정부부처 합동 신년회'를 중앙회에서 가졌다. 주제는 '더 잘 사는, 더 안전한, 더 평화로운 대한민국'이다. 대통령이 새해 첫날 중소기업 대표단체에 방문한 건 중앙회가 1962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로 출범한 이후 57년만에 처음이었다. 중앙회 신년회에 대통령이 참석한 경우는 있었지만, '새해 첫날'에 의미가 있다.



현직 대통령부터 정권교체를 꿈꾸는 미래 후보들까지 빠지지 않고 중소기업을 찾았다. 하지만 정작 중소기업 경영환경을 돌아보면 이중고를 넘어 사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중소기업 사장들은 주52시간 근로제 도입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이 커졌고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되면서 잠재적 범죄자 낙인이 찍혔다. 코로나19(COVID-19)는 중소기업에 더 가혹하다.

'제 값만 받게 해달라'는 중소기업계 요구가 민망할 정도다. 중앙회의 메시지를 "더 나빠지지만 않게 해달라"고 바꿔야 할까. 한 중소기업 대표는 기자에게 "맨날 속는데 뭐, 또 한번 속아본다"며 허탈한 미소를 보였다. 내년 봄이면 새로운 대통령이 뽑히고 새 바람이 분다. 탄탄한 중소기업이 많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기를 또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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