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뉴스1) 이재명 기자 = 경기도 성남시 판교 대장동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1.10.6/뉴스1
하지만 성남민권운동이라는 새 이름이 채 자리잡기도 전에 성남은 새로운 비리의혹에 휩싸여있다.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에 5900여 세대의 공동주택 등을 짓는다는 대장동 개발사업을 두고 온갖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탓이다. 정치권에서는 개발과정에서 5503억 원을 시민의 이익으로 환수한 모범적인 공익사업이라는 이재명 경기지사 등 여권의 주장과 돈과 권력의 이권카르텔이 맞물리며 특정인들에게 1조원에 육박하는 개발이익이 흘러들어간 단군 이래 최대의 비리라는 야당의 의혹제기가 맞부딪친다.
대장동 개발과 아파트 시공사업 과정에서 원주민들은 땅을 싸게 팔도록 했고 입주(예정) 주민들에는 집값을 비싸게 내도록 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토지가 수용될때의 시세가 대략 3.3제곱미터(1평)당 600만원이었지만 원주민들은 공영개발과 토지수용권 앞에 무력하게 대략 300만원 안팎에 땅을 팔 수 밖에 없었다. 공동주택으로 분양될때는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며 대략 1300만원 안팎에 분양을 했다.
해방 이후 도시빈민의 첫 투쟁사였으니 그 내용을 다룬 문학작품도 당연히 나왔다. 이문열의 장편소설 '변경'에 그려진 남매 중 오빠는 광주대단지 사건으로 사고를 당해 죽음을 맞고 여동생은 오빠의 존재를 전혀 모른채 그 지역에서 부동산투기를 하는 새끼 복부인으로 그려진다.
국어교과서에도 실려있는 소설 '아홉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윤흥길 작)는 광주대단지 사건으로 전과자가 된 소시민 권씨의 얘기를 다룬다. 철거민 입주권으로 내집 마련을 기대하던 그는 땅값 때문에 파산해 셋방살이를 전전하는 빈민으로 전락한다. 순산이 어려운 아내의 수술비를 구하지 못해 주인집에 대해 서툰 강도행위를 하다가 마침내는 스스로 사라져버린 이가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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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 간 원주민은 또다시 다른 지역의 빈민으로 밀려났고 서민들은 여전히 집값에 혀를 내두르며 일부가 독식했다는 천문학적 개발이익에 공분한다. 광주대단지 민권운동의 해인 1971년과 대장동 의혹사건 원년인 2021년은 대통령 선출과 연관된 정치의 계절이라는 점도 같다. 정쟁과 상대 진영을 헐뜯는 독설의 성찬이지만 진상규명도 여전히 불투명하고 민심은 흉흉하기 그지 없다. 바스러져 가는 마지막 자존심이라는 아홉켤례 구두만을 남기고 사라진 권씨와 그의 가족이 평당 2000원 짜리 땅이 어느덧 만배 이상으로 올라 2000만 ~ 3000만원대를 넘보는 지금의 성남과 대장동을 본다면 어떤 심경일까.
배성민 경제에디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