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으로 얻은 경제적이익 화천대유급"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10.1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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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국정감사] 오징어게임 등 한류 콘텐츠 성공에도 IP 종속, 불법 유통으로 국내 창작생태계는 오히려 위기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오징어게임 옷을 입고 오버더톱(OTT)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0.14.[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오징어게임 옷을 입고 오버더톱(OTT)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0.14.


"'오징어 게임'은 물론 우리 콘텐츠 IP(지식재산권)가 도둑 맞고 있는데, 어떻게 막을지에 대한 대책은 아무도 몰라요."(정청래)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으로 얻은 경제적이익이 화천대유급입니다. 이러다 우리 제작사들은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어요."(김승수)



글로벌 신드롬을 낳은 '오징어 게임'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K콘텐츠 산업의 앞날을 가늠하는 키워드로 등장했다. 역사에 남을 작품이 나왔는데도 중국의 콘텐츠 불법 유통과 베끼기, 국내 콘텐츠 생태계의 넷플릭스 종속화로 창작자들의 위기는 더욱 커지고 있단 우려에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오징어게임 체육복을 공수하고 나훈아의 노래까지 틀며 질타를 쏟아냈다.

12일 문체위는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13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하면서 오징어 게임의 성공 이면에 드러난 콘텐츠산업 과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뤘다.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전 세계 83개국에서 1위에 올랐지만 부실한 제도와 콘텐츠 당국의 소극행정이 이 같은 성과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단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재주는 韓이 부리는데, 왜 돈은 못 버나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에서 중국에서 만들어진 오징어 게임 의상 등 굿즈가 판매되고 있다. /사진=이베이 캡처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에서 중국에서 만들어진 오징어 게임 의상 등 굿즈가 판매되고 있다. /사진=이베이 캡처
오징어게임 콘텐츠로 발생한 수익이 국내 콘텐츠 시장에 돌아오지 않는 기형적 구조가 화두로 거론됐다. 핼러윈을 앞둔 미국에서 오징어게임 체육복 등 굿즈가 인기를 끄는 등 2차 부가수익 창출기회가 커지는 데도, 정작 드라마가 서비스 되지도 않는 중국 기업들이 특수를 맞고 있어서다. IP 자체를 넷플릭스가 독점하다보니 드라마 수익은 물론 차후 발생하는 부가가치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오징어게임 체육복을 입고 국감장에 출석한 임오경 의원은 "오징어게임 체육복을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구매하려고 했더니 70만원이 넘어서 못 사고 국내 인터넷 사이트에서 저렴하게 구매했다"며 "오징어게임이 아무리 흥해도 이런 굿즈 수익은 전부 넷플릭스가 가져간다"고 말했다.

김승수 의원은 "오징어게임 제작사가 받게 될 금액은 240억원 정도에 불과하고 흥행 이후 추가 인센티브도 없지만, 2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한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 출시 후 시가총액이 28조원이 늘어나는 등 경제적 이익이 1166배나 된다"며 "2차 저작권까지 넷플릭스가 독점하면서 국내 유수의 제작사들은 플랫폼 하청업체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중국 억지 부려도 한 마디도 못해
12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테마로 한 달고나 가게서 손님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12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테마로 한 달고나 가게서 손님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한류 배척과 함께 중국에서 한국 콘텐츠 불법 유통과 베끼기, 왜곡이 성행하는데도 관련 기관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단 지적도 나왔다. 정청래 의원은 "중국 SNS 웨이보에 오징어게임 해시태그로 보면 불법다운로드해서 본 게 13억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는 지난 6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오징어게임이 중국 내 60여개 불법 사이트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오징어게임에서 화제가 된 초록색 체육복에 대해서도 "(베낀 게 아니라) 우리가 원조"라고 주장했다. 오징어게임 뿐 아니라 드라마, 영화, 웹툰, 애니메이션 등 각종 한류 IP들이 중국 내에서 버젓이 불법 유통되고 있다.

최형두 의원은 "최근 5년 간 중국내 우리 저작권 침해 구제조치만 9만건이 넘는 등 국내 창작물을 도둑질하고 있는데 이를 보호해야 할 정부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오징어게임 체육복도 뺏겼다고 주장하는데, 이러다간 김치부터 모든 콘텐츠를 오히려 우리가 훔친 상황이 된다. 정부 차원에서 국제기구 등을 활용해 적극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K콘텐츠 지킬 방법 '아무도 몰라'
넷플릭스에서 8일(현지시간) 제공한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사진=뉴스1넷플릭스에서 8일(현지시간) 제공한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사진=뉴스1
이처럼 해외 플랫폼 IP 독점, 불법 유통으로 정작 콘텐츠 산업 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정작 정부 등 관련 기관이 '모르쇠'로 일관하며 사태를 키우고 있단 비판도 제기됐다.

정청래 의원은 질의 중 나훈아의 갈무리를 틀고 '아무도 몰라'란 가사를 인용하며 콘텐츠 IP 침해 등의 실태파악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콘텐츠가 도둑맞는걸 막아야 한다는 데 모두가 공감하지만 어떻게 막을지는 모른다"면서 "오징어게임이 1억1000만가구가 봤다고 하는데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불법다운로드는 얼마나 됐는지 문체부나 콘진원 등 관련 기관 어디서도 모른다"고 했다.

김승수 의원은 "EU는 OTT사업자가 전체 서비스의 30%를 유럽 저작물을 의무적으로 이용하게 하고, 프랑스는 연간 매출액의 20~25%를 자국 콘텐츠에 투자하도록 하는 등 선진국들은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은 늦다"고 말했다. 유정주 의원은 "어떻게 하면 넷플릭스처럼 작품을 만들면서 IP를 독점하지 않고 창·제작사들이 공생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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