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을 가진 세 기관은 각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에 사활을 걸었다. 그 어느 때보다 관련자들을 빠르게 잡아들이는데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경찰은 화천대유에 대한 수사를 뭉갰다는 의심을 불식시키겠다며 수사에 68명을 투입했다. 고위공직자수사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입건하고 고발사주 의혹 수사에 사실상 수사력 전부를 쏟아부었다.
2007년 6월 대통령 선거를 반년 앞둔 시점에 제기된 BBK 의혹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은 당시 검찰이 이명박 당시 후보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며 끝났지만, 이후 10년 넘는 기간 동안 검찰을 괴롭혔다. 여전히 BBK 사건을 검찰이 정치적 목적으로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상당수다.
수사기관이 이렇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반면 정치권 인사들은 무분별하게 의혹을 제기하면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아예 "구치소에 가야 할 사람이 대선 후보가 됐다" "국기 문란의 몸통"이라며 제기된 의혹이 사실인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수사기관이 자신들의 주장과 다른 결과를 내놓는다면 비난의 방향을 바로 수사기관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수사 시작도 전에 특검을 거론한 정치인도 있다. 이는 선거에 유리한 상황만 만들면 된다는 의도도 읽힌다.
수사기관이 좌고우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정론이지만, 이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책임이 정치인에게도 있다. 합리적인 의혹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아무런 증거 없이 '그랬을 것이다'라는 말로 국민을 현혹시키는 것은 무책임하다. 지금 정치권은 수사기관이 대선을 결정하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고 있다. 정치인이라면 참담함을 먼저 느껴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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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