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융위의 '혁신' vs 핀테크의 '혁신'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21.10.12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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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10.6/뉴스1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10.6/뉴스1


"금융당국은 제발 아무것도 안하면 안되나요"

지난 6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하면서 제출한 업무현황자료에 '연구용역 결과 등을 바탕으로 '(가칭)핀테크 육성 지원법(안)' 을 마련 중'이라는 메시지를 본 한 핀테크 스타트업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금융위는 "금융권의 핀테크 투자확대와 금융-IT 간 융합을 뒷받침하기 위한 '핀테크 육성 지원법'을 제정하기 위해 먼저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또 금융위가 집대성할 '핀테크 산업의 종합적·체계적 육성 방안'이라고 소개했다.



금융당국이 핀테크 회사의 보험 사업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시사하면서 카카오페이 및 네이버파이낸셜에 '공개 경고'를 한 지 불과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핀테크 업체들이 금융당국의 작은 움직임에도 기겁을 하며 손사레를 치는 이유다.

금융위는 카카오페이와 같은 플랫폼이 앱을 통해 펀드나 보험 상품을 소개하는 데 대해 단순 광고를 넘은 '중개 행위'라고 판단했다. 법률 위반이라는 의미다.



예컨대 카카오는 카카오택시를 이용한 소비자가 결제금의 일부를 일명 '알 리워드'라는 개념으로 10원~300원씩 적립해줬다. 이 돈을 모아서 앱이 소개하는 펀드투자하기 서비스로 연계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용자들은 '신박하다'며 소액이라도 '투자' 해서 '불리는 재미'를 누렸다. 이렇게 모인 '알 리워드' 금액이 1만원 정도 됐을 때 어떤 펀드에 담을까 서너 번 더 클릭하면 상품 몇 개가 뜬다.

이것이 광고인지 중개인지 애매하다는 평가가 '위법'으로 바뀐 것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보호법 계도기간인 오는 24일까지 중개업 등록 등 핀테크의 법적 시정 조치를 완료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지 않으면 법률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혁신과 새로운 서비스는 공무원들에게 낯설고 귀찮은 일임에 분명하다. 기존의 제도나 법에 딱 맞는 구석이 없어서다. 그 '애매함'이 혁신의 시작일지 모른다.


2020년 시장의 환대를 받았지만 국회에서 사망선고를 받았던 '타다 베이직'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치권 뿐만 아니라 매일매일 '관치'가 가능한 공무원이 새로움에 대한 선의(善意)보다 악의(惡意)를 먼저 드러낸다면 혁신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그러한 토양 위에 자란 육성법은 시대를 더 뒤로 끌어내릴 위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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