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토크]흥행 성공했는데 대출 중단?…토스뱅크의 성장 딜레마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21.10.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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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토크]흥행 성공했는데 대출 중단?…토스뱅크의 성장 딜레마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가 출범과 동시에 진퇴양난에 빠졌다. 은행 문을 열자마자 올해 내어 줄 수 있는 대출 한도의 절반 가까이를 소진하면서 대출 영업을 접어야 할 위기다. 파격적인 예금과 대출 조건 덕에 150만명의 사전 신청자가 몰렸고, 속도 조절을 위해 '순차 오픈'했으나 순식간에 대출 한도가 찼다. 모객과 초반 흥행엔 성공했지만 최악의 경우 대출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다. 예금은 몰려드는데 대출이 막히면 이자비용 증가로 적자가 쌓여 자본금을 까먹게 된다. 토스뱅크의 증자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그래서 나온다.

연말까지 한도 5000억, 3일 만에 2000억 대출 실행
10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세 번째 인터넷은행 인가를 받아 지난 5일 출범한 토스뱅크는 영업 개시 3일 만에 대출 잔액 2000억 원을 넘겨 조만간 한도(약 5000억 원)를 모두 소진할 전망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24시간 대출을 실행하는 만큼 현재 속도라면 연휴 기간 내 대출 한도가 모두 찰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완전히 새로운 은행'을 기치로 야심차게 돛을 올린 토스뱅크가 출항과 동시에 암초와 마주한 것은 금융당국의 엄격한 가계대출 총량 관리때문이다. 토스뱅크는 2019년 사전 예비인가 당시 출범 첫 해 4693억원의 가계 신용대출을 실행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지난 6월 본인가를 받고 출범 전 금융당국과 협의하는 과정에선 대출 한도 증액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계대출 규제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해 대출 수요가 토스뱅크로 몰릴 수 있는 만큼 적정 수준의 대출 여력이 필요하다는 이유였으나 현재로선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최저한도 2.7억·최저금리 2%대" '대출 난민'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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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뱅크의 파격 마케팅이 대출 폭증이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토스뱅크의 개인 신용대출은 최대 2억7000만원의 한도와 2%대의 최저 금리(연 2.76~15.00%), 상환 능력 중심의 자체 신용평가모델 등이 사전에 알려지면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일반 은행에서 대출이 거절됐거나 낮은 한도와 높은 금리가 책정된 차주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대출 난민들이 모여 들었다. 가입 기간이나 금액에 상관없이 무조건 연 2.0%의 이자를 주는 수시입출금식 통장과 월 최대 4만6500원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체크카드도 주목을 끌었다. 사전 신청자 150만명, 영업 개시 이틀 만에 21만명이 토스뱅크를 이용한 까닭이다.


토스뱅크는 내부적으로 대출 영업과 관련한 다양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어 난감함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 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한도 확대를 요청하거나 순차 오픈 속도를 최대한 늦춰 대출을 억제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의지와 가입자 및 고객 불편 등을 두루 고려하면 모두 쉽지 않은 선택이다.

최악은 '대출 중단' 자본금 2500억 불과 '증자'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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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업계에선 토스뱅크가 대출을 중단할 경우 증자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연 2% 이자를 주는 예금은 계속 들어오는데 대출 영업을 못 하면 적자가 쌓이고 자본금을 까먹을 수밖에 없다"며 "자본금이 줄면 대출 여력이 감소하는 악순환에 빠져 정상 영업을 위해 서둘러 증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인터넷은행 업계 관계자는 "토스뱅크는 설립 자본금이 2500억원에 불과한 데다 예비인가 후 본인가까지 준비 기간이 길어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출범 당시보다 비용이 더 소요됐을 것"이라며 "자본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데 대출 영업이 중단되면 연내 증자 외엔 답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토스뱅크가 출범과 동시에 성장성과 건전성 측면에서 본격적인 시험대에 서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선 토스뱅크의 지속적인 증자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았다. 경쟁사인 카카오뱅크(카카오), 케이뱅크(BC카드)의 최대주주에 견줘 토스뱅크 대주주인 핀테크기업 비바리퍼블리카(지분율 34%)의 실탄 동원력이 달리기 때문이다.

성장성·건전성 시험대, 증자여력·부실관리 관건
대주주 외엔 하나은행과 한화투자증권, 이랜드월드가 토스뱅크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9.99%), SC제일은행(6.67%), 웰컴저축은행(5%), 알토스벤처스(4.49%), 굿워터캐피털(4.49%), 한국전자인증(4.01%), 리빗캐피털(1.35%) 등도 토스뱅크 주주사로 참여하고 있다. 주주 구성이 다양하고 복잡한 데다 이해관계가 갈리면 적시에 증자하기가 쉽지 않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사업계획에 나온 향후 5년간 1조원의 증자 계획은 베이스(기본)"라며 "수요와 모객 등 흥행에 성공하면 더 빠르게 큰 금액을 증자하도록 모든 주주와 사전 협의가 돼 있다. 중단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는게 우선순위"라고 했다. 증자와 관련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토스뱅크가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을 계속 늘려야 하는 것도 성장성 측면에선 적잖은 부담 요인이다. 부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 자산 취급 과정에서 건전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토스뱅크는 올해 전체 가계대출의 34.9%를 중금리 대출로 채워야 한다. 2023년까지 중금리 대출 비중을 44%까지 늘려야 한다. 빚 갚을 능력이 충분한 차주를 골라내 부실 자산을 최소화하는 게 토스뱅크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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