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로 美 빌보드 점령한 BTS…日 아이돌도 '한국어' 노래 냈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10.07 09:20
글자크기

[MT리포트]세계로 뻗은 '나랏말싸미'③
K팝 한류 인기 타고 한국어 위상도 높아져…"한글·한국어는 한류의 본질, 문화산업에 적극 접목해야"

편집자주 한글과 한국어가 한류의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과거엔 취직과 유학을 위해 한국어를 배웠다면 지금은 "한국어가 좋아서 배운다"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과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창제된 문자인 한글. 이제 전 세계 사람들이 한글과 한국어를 주목하고 있다. 10월 9일 '575돌 한글날'을 맞아 전세계에서 불고 있는 한글과 한국어 열풍의 현황 및 과제를 짚어본다.

콜드플레이와 BTS가 함께 발표한 신곡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 공식 영상. 전체 가사의 상당 부분이 한국어로 구성됐다. /사진=유튜브 캡처콜드플레이와 BTS가 함께 발표한 신곡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 공식 영상. 전체 가사의 상당 부분이 한국어로 구성됐다. /사진=유튜브 캡처


너는 내 별이니까 나의 우주니까 / 지금 이 시련도 결국 잠시니까 / 너는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밝게만 빛나줘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BTS)이 세계적인 락밴드 콜드플레이와 함께 부른 신곡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Hot 100' 1위에 올랐다. 빌보드 역사상 '핫100' 1위 경험이 있는 두 그룹이 합작해 만든 첫 1위 곡이란 대기록을 썼다.

마이 유니버스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 이후 13년 만에 콜드플레이를 빌보드 1위로 올린 곡이 가사의 상당수를 한국어로 썼다는 점에서다. BTS가 처음으로 'Hot 100' 1위를 기록한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영어곡이었던 것과도 비교된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OTT(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83개국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등 한국산 K콘텐츠가 전 세계를 장악하면서 한글과 한국어도 신(新)한류 열풍에 합류하고 있다. 특히 K팝이 장악한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변화가 두드러진다. 미국, 일본 등에서 한국어 가삿말이 담긴 노래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일본 아이돌그룹 초특급이 지난달 '같이 가자'란 제목의 곡을 발표했다. /사진=불렛트레인 홈페이지일본 아이돌그룹 초특급이 지난달 '같이 가자'란 제목의 곡을 발표했다. /사진=불렛트레인 홈페이지
한글은 BTS를 통해 매력적인 언어로 소개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우리말로 가사를 쓴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으로 빌보드 '핫 100' 석권했다. 한국어 곡이 1위에 오른 것은 빌보드 차트 62년 역사상 처음이다. BTS 멤버 슈가는 미국 인기 가수 할시의 신곡에 참여하며 한국어로 된 랩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마이 유니버스의 경우 콜드플레이가 먼저 BTS에게 한국어 가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들어선 BTS 뿐 아니라 현지 가수들도 한글을 애용하기 시작했다. 일본 아이돌그룹 초특급(超特急)은 지난달 '같이 가자'라는 한국어 제목의 신곡을 발매해 화제를 낳았다. 심지어 가사에도 다소 어눌하지만 '오 괜찮아. 좋은 느낌' 등의 한국어로 된 가사를 사용했다. 해당 곡은 일본 음원 사이트 라인 뮤직 차트에서 1위에 오르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채택한 베트남에선 마치 K팝에 영어를 녹여쓰듯 한국어를 사용하는 게 자연스럽다. 베트남의 가수 비엣 아텐(Viet Athen)은 2019년 'Annyeong(안녕)'이란 곡을 냈는데, 후렴구에 우리말 안녕이 반복된다. Tam biet nhung yeu thuong, gian hon / Annyeong annyeong annyeong 식이다. 이 밖에도 '사랑해', '오빠' 등의 한국어를 가사로 사용하는 가수들도 볼 수 있다.
BTS '버터' 영상에 외국인 팬이 한국어로 남긴 댓글. /사진=유튜브 캡처BTS '버터' 영상에 외국인 팬이 한국어로 남긴 댓글. /사진=유튜브 캡처
BTS를 비롯한 K팝 가수들이 전 세계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자연스럽게 한국어가 퍼진 결과다. 한국 문화를 소비하는 데 있어 한국어가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1020 세대에 익숙한 유튜브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한국 콘텐츠를 접하며 직접 한국어를 배우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트렌드에 민감한 미국 등 각국 음악시장도 이 같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세종학당재단에 따르면 K팝, K드라마 등 한류 인기로 최근 세계 각지에서 한국어 교육 시설이 늘어나는 추세다. 해외에서 한국어를 전파하는 기관인 세종학당만 해도 올해 기준 전 세계 82개국 234곳에 달한다. 특히 올해 세종학당 신규 공모에만 43개국 85개 기관이 신청해 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매년 한국어 교육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어를 글로벌 한류 문화 산업 확산에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길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은 "한글과 한국어 자체의 한류의 본질이라고 볼 수 있다. 오징어 게임 등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것 역시 한국어와 한글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의 힘이 전달됐기 때문"이라며 "한글을 독학해 K팝 가사를 외워 부르는 한류팬이 많다는 점에서 한국어를 한류 콘텐츠로 접목시키기 위한 구상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