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만기일' 中헝다, 주식 1조8000억어치 팔았다…급한 불 끄나?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박가영 기자 2021.09.2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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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추가 비핵심 자산 처분할듯…23일 채권 이자는 지급 못해

/사진=AFP/사진=AFP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린 중국 2위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가 달러 채권 이자 지급 만기일인 29일 비핵심 자산 일부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헝다는 이날 중국과 홍콩 증시 개장 직전 낸 성명에서 자회사 보유 중국 성징은행 지분 19.93%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헝다는 계약 당사자를 '인수 측'이라고만 설명하고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성징은행의 시총은 615.77억 홍콩달러(약 9조4000억원)이다. 이번 매각 절차가 완료된다면 헝다는 약 1조8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해 채권이자 지급 등 당장 급한 유동성 위기를 넘길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성징은행 지분 매각 발표는 헝다가 이날 달러 채권 이자 4750만 달러(약 559억원)를 지급해야 해 또 한 차례 유동성 고비를 맞은 가운데 나왔다. 달러 채권의 경우 예정일에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채무불이행 처리 전까지 30일의 유예 기간이 있는데, 그 전까지 헝다가 성징은행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달러 채권 이자를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헝다는 지난 23일 달러 채권 이자 8350만달러(약 993억원)와 위안화 채권 이자 2억3200만 위안(약 425억원)을 지급해야 했지만 두 채권 이자 모두 제대로 지급하지 못했고, 이번 달러 채권 이자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할 것으로 시장은 전망했었다.

한편 이번 발표는 다음달 1~7일 장기간 이어질 중국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나온 것이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당국이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시장 안정을 위한 모종의 구체적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이번 은행 지분 매각 절차가 완료돼 헝다가 약 1조8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면 돌아오는 채권 및 금융권 대출 이자 지급 등 급한 유동성 위기는 막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헝다가 추가로 비핵심 자산을 처분해 자금을 확보하려 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비핵심 계열사 중 규모가 큰 전기차 자회사인 헝다자동차는 샤오미 등 다른 회사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시장 일각에서는 헝다가 결국 일부 채권의 공식 디폴트를 선언하고 핵심인 부동산 사업의 전체 또는 일부분을 당국의 통제 하에 있는 국유기업에 넘기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중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개입할지, 헝다를 파산하게 내버려 둘 것인지에 관해서는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헝다 채무 위기가 중국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떠오른 가운데 중국 정부가 헝다를 직접 구제하지 않더라도 경제 안정을 위해 최소한 '질서 있는 파산'을 유도하려 한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금융 당국은 헝다 사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헝다 위기가 체제 위험으로 확대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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