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기성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그라운드 안에서 기성용의 역할은 안 감독 부임과 동시에 눈에 띄게 달라졌다. 공격 시엔 공격에 가담하긴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 그는 두 센터백 사이에 위치할 만큼 깊숙하게 내려설 정도다. 수비 상황 시 서울의 수비 전형은 사실상 기성용을 중심으로 한 백3에 가까울 정도다. 서울은 물론 국가대표팀 시절에도 중원의 사령관이던 그의 눈에 띄는 위치 변화다.
비단 경기장 안에서만 팀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건 아니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경기가 끝난 뒤에도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는 게 안 감독과 조영욱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후배들이 자신 등 선배들을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솔선수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성용이 선수단을 '원 팀'으로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다.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삼성과의 K리그1 32라운드 슈퍼매치에서 수원 정상빈(왼쪽)과 볼 경합 중인 FC서울 기성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그런데 공교롭게도 조영욱은 최근 득점력이 폭발했다. 슈퍼매치 결승골을 포함해 최근 4경기 중 3경기에서 골을 넣으며 '안익수호' 서울의 황태자로 거듭났다. 안 감독은 "기성용을 보고 배우는 건 조영욱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구심점"이라며 "기성용을 보고 배우고, 또 기성용이 경험을 나눠주면 조영욱이 발전하는 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더 빨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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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캡틴'의 리더십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26일 수원전 2-0 승리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선수들과 스태프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한 명을 콕 집어 축하 인사를 전했다. 이날 선발로 출전해 프로 첫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2003년생 막내 강성진(18)이었다.
이날 강성진은 조영욱의 선제 결승골을 돕는 날카로운 크로스로 데뷔 7경기 만에 첫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기성용은 "제일 막내 성진이 어시스트 축하"라는 문구를 덧붙여 자칫 조영욱 활약상이나 팀 성적에 가려질 수도 있었을 막내의 기록을 직접 챙긴 것이다. 서울의 반등을 이끌고 있는 기성용이 서울을 원 팀으로 만드는 또 다른 방법이다.
26일 수원삼성전 2-0 승리 이후 18세 막내 강성진의 첫 어시스트를 축하한 기성용. /사진=기성용 SNS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