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님, 내가 갈게"…하루 7명의 '전관'이 공정위 직원과 접촉

머니투데이 세종=유재희 기자, 유효송 기자 2021.09.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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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뉴스1사진제공=뉴스1


공정거래위원회 직원이 지난해 공정위 출신 로펌·대기업 임직원 등과 접촉한 건수가 1626건으로, 하루 평균 7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공정위 내부 출신 로펌 임직원과 접촉한 횟수는 김·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세종·태평양 순으로 많았고, 공정위 출신 대기업 임직원을 접촉한 건수는 SK·삼성·CJ 순이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4일 공정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위 직원이 대기업 또는 로펌 임직원 등을 접촉한 건수는 총 3589건이었다. 이 가운데 △로펌 임직원을 접촉한 건수가 2482건 △대기업 임직원을 접촉한 건수 1092건 △교수 등 기타로 분류된 건수 15건이었다.



이는 공정위 직원이 △로펌 변호사 △대기업 임직원과의 대면하거나 △이에 소속된 공정위 퇴직자와 대면 또는 통화 등으로 접촉했을 때 조직 내 감사담당관실에 보고한 결과를 집계한 것이다. 2018년부터 시행된 외부인 접촉 규정에 따라 공정위 직원들은 이들을 접촉할 경우 5일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

통계는 인원 수를 기준으로 집계됐다. 예컨대 대기업 임원과 로펌 변호사가 함께 공정위 직원을 대면했다면 대기업 임직원 1건, 로펌 임직원 1건 등 총 2건으로 간주됐다.



"후배님, 내가 갈게"…하루 7명의 '전관'이 공정위 직원과 접촉
지난해 공정위 직원이 외부인과 접촉한 총 3589건 가운데 1626건(45.3%)은 공정위에서 퇴직한 뒤 자리를 옮긴 내부 출신 로펌·대기업 임직원이었다. 매달 평균 약 136건씩 내부 출신 직원과 접촉한 셈이다. 한달 평균 영업일수 20일로 나누면 하루에 7명꼴이다. 이 가운데 내부 출신 로펌 임직원을 접촉한 건수가 1521건, 내부 출신 대기업 임직원을 접촉한 건수가 105건이었다.

같은 기간 공정위 직원이 내부 출신 로펌 임직원을 접촉한 건수를 소속별로 보면, 김·장 법률사무소(557건)·법무법인 광장(204건)·법무법인 세종(173건)·법무법인 태평양(164건)·법무법인 율촌(129건) 등 순으로 많았다. 내부 출신 대기업 임직원을 접촉한 소속별 건수는 SK(27건)·삼성(19건)·CJ(19건)·KT(11건)·현대자동차(7건) 등 순이었다.

범위를 넓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공정위 직원이 접촉한 외부인 접촉 신고 건수는 총 5713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로펌 임직원을 접촉한 건수가 3973건 △대기업 임직원을 접촉한 건수가 1723건 △교수 등이 17건이었다.


공정위 직원이 외부인과 접촉한 총 5713건 중 공정위 직원이 공정위 내부 출신인 대기업·로펌 임직원과 접촉한 건수는 총 2444건(42.8%)에 달했다. 매달 평균으로 보면 약 129건을 접촉한 것이다. 이중 공정위 내부 출신 로펌 임직원과 접촉이 2284건, 내부 출신 대기업 임직원 접촉이 160건이었다.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공정위 직원이 내부 출신 로펌 임직원을 접촉한 건수를 소속별로 보면, 김·장 법률사무소(854건)·법무법인 광장(311건)·법무법인 태평양(261건)·법무법인 세종(229건)·법무법인 율촌(176건) 순으로 많았다. 같은 기간 공정위 직원이 내부 출신 대기업 임직원을 접촉한 소속별 건수는 SK(36건)·CJ(30건)·삼성(23건)·KT(19건)·쿠팡(13건) 순으로 많았다.

한편 같은 기간에 공정위 직원이 외부인을 접촉하고도 보고를 누락한 건수는 77건인데, 관련 징계는 주의 73건·경고조치 4건에 그쳤다.

이에 대해 민형배 의원은 "공정위는 사건 처리과정에서 의견을 청취해야하기 때문에 퇴직자 등 외부인 접촉이 문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접촉사실을 신고하지 않거나 축소하더라도 막아낼 방법이 없다는 게 허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적발되더라도 경징계보다 못한 수준에 그치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에 징계 규정에 있어 강력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퇴직자와의 접촉에 대해서는 사무실 전화를 통한 접촉도 보고하도록 하는 등 대기업 또는 로펌 직원보다도 강화된 보고의무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퇴직자와의 접촉 비중이 높게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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