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받고 2주일 뒤 뇌출혈로 쓰러진 25세 A씨가 지난 12일 수술을 위해 부산시 동아대병원 수술대 위에 누워있다. A씨는 수술 일주일째인 19일 기준 의료진이 이름을 부르면 반응을 하지만 아직 의식이 없는 상황이다./사진=A씨의 아버지 이호익씨 제공
A씨의 부친 이호익씨(52)는 19일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딸이 화이자 백신을 맞고 발작을 일으켜 현재 부산시 동아대 병원에 입원한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 12일 수술을 받은 A씨는 의료진이 이름을 부르면 손가락만 간신히 움직이는 등 의식이 희미한 상황이다.
백신을 맞은 당일 A씨는 머리가 아프고 주사맞은 부위가 욱신거리며 몸살에 걸린 듯 뼈 마디가 아팠지만 심각한 부작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씨는 "딸은 접종 후 두통은 흔한 증상이라 해서 널리 알려진대로 해열제, 타이레놀을 먹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쓰러질 당시 친구들과 짧은 여행을 한다며 부산에 있었다. 친구들은 12일 오전 9시40분쯤 쓰러진 A씨를 발견하고 구급차를 불렀다. 구급대원들은 "뇌출혈"이라며 A씨를 즉시 병원으로 옮겼지만 코로나19를 이유로 연달아 접수를 거부당했다. 2시간쯤 지나서야 간신히 동아대 병원에 입원했다.
의료진은 '지주막하뇌출혈' 진단을 내렸다. 뇌 표면의 동맥이 손상돼 출혈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백신 접종과는 관련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의료진은 "백신 부작용이라면 혈전이 생겨 출혈이 일어났어야 했는데 혈액 검사를 했을 때 모든 게 정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들과 여행하며 혈압이 올라갔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A씨가 받은 편도절제술에 관해서도 "뇌출혈과는 관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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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25살 딸이 무엇 때문에 혈압이 올라갔겠나"라며 "평소에 혈압 문제가 있던 것도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친구들로부터 음주 등 특이사항에 대해서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지만 아직 이씨는 처갓댁 어르신에게 딸의 소식을 전하지도 못했다. 이씨는 "80대인 두 분이 충격받을 것"이라며 "이번엔 찾아뵙지 못하고 안부 전화를 드릴 텐데 혹 딸의 안부를 묻는다면 그냥 '잘 있다'고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딸이 겁이 많은데 '정부가 하는 거니 겁먹지 말고 접종하라'고 내가 강요했다"며 "더더욱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화이자 백신을 맞고 뇌출혈로 쓰러진 25세 A씨의 작은 삼촌이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글./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이씨는 "청원 글을 올렸는데도 방역당국에서 연락 한통 오지 않았다"며 "정부가 '내 일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 자기 자식이나 손주가 백신 부작용으로 쓰러졌다고 가만히 있었겠나"라 반문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뇌출혈과 백신 접종의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는 추세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지난 14일 예방접종 피해보상 심의 결과를 밝히며 발열과 두통, 근육통 등으로 치료받은 사례 249건(43.2%)에 대해서만 보상을 결정했다. 뇌출혈, 뇌경색, 천식 등 신고는 기저질환과 관련이 더 높다고 보고 보상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홈페이지에 올라온 화이자 백신의 '가능한 부작용' 명단에도 뇌출혈은 명시돼 있지 않다.
하지만 백신을 맞은 후 뇌출혈이 왔다는 사례는 쏟아지고 있다.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1세 여성이 지난달 4일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받은 후 뇌출혈로 쓰러졌다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같은 날인 4일 경기도 시흥시에서 30대 여성 보육교사가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받고 뇌출혈로 쓰러져 다음날 숨진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