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가 장악한 바이오신약, 쏠림 현상 배경은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1.09.0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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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800개 파이프라인 중 540개 보유
기술력 부각 및 유리한 기술이전에 집중

벤처가 장악한 바이오신약, 쏠림 현상 배경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보유한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유형이 회사 규모별로 엇갈린 구도를 보였다. 대형사나 중견사는 합성신약 중심의 파이프라인을 구성한 반면, 바이오벤처들은 바이오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7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사가 보유한 파이프라인 중 합성신약은 대중견기업이 전체 824개 중 599개를, 바이오신약은 800개 중 바이오벤처가 540개를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협회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국내 299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다. 대중견기업 분류는 연간 매출 1000억원이 넘는 기업들이 대상이다.



이 같은 결과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구조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매출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전통 제약사들이 과거 합성의약품 중심으로 성장하며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에 집중한 반면, 설립된 지 얼마되지 않은 바이오벤처들의 경우 보다 차세대 분야로 꼽히는 바이오의약품 집중한 결과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매출 순위 상위 5개사 가운데 바이오기업 셀트리온 (176,600원 ▼800 -0.45%)을 제외한 나머지 4개사(유한양행 (71,000원 ▼500 -0.70%), GC녹십자 (111,900원 ▲800 +0.72%), 종근당 (101,100원 ▲500 +0.50%), 광동제약 (6,780원 ▲30 +0.44%))는 백신 명가로 꼽히는 녹십자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합성의약품 중심의 전통 제약사로 꼽히는 기업들이다.



최근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흐름 역시 벤처를 바이오신약 개발로 이끌었다는 평가다. 인체 또는 다른 생물체에서 유래된 것을 원료로 제조합한 의약품 특성과 보다 적은 부작용 우려와 높은 효능이 기대되는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이 바이오의약품의 강점으로 꼽힌다. 때문에 맞춤형 치료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최근 글로벌 의약품 시장은 바이오의약품의 꾸준한 성장세가 눈에 띄는 상황이다. 지난 2012년 전체 20% 수준이었던 바이오의약품 비중은 지난해 30%까지 증가했다. 2019년~2026년 연간 평균 성장률 역시 9.6%로 이전 8년(2010~2018년) 8.2%를 상회할 전망이다.

매출액에서도 바이오의약품의 가치는 두드러진다. 지난해 전세계 의약품 매출 상위 20개 품목 중 12개가 바이오의약품 품목이었으며, 전체 블록버스터의약품 중 절반을 바이오의약품이 차지했다. 특히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치료제 '휴미라'의 경우 지난 2012년부터 9년째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 1위의 자리를 놓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체 개발은 물론, 유망 물질 도입에도 적극적인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도 바이오의약품을 집중해서 관찰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바이오벤처들의 중심축 역시 자연스럽게 바이오신약으로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전체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기술수출 13건 가운데 10건이 바이오의약품인 점 역시 이를 잘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국내 한 바이오벤처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영세한 규모의 국내 제약업계, 특히 바이오벤처의 경우 비용적 측면에서 신약 개발 전 과정을 독자 수행하기 보단 파이프라인의 가치가 두드러지는 단계에서 기술이전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이상적인 수익모델"이라며 "때문에 기술성 부각은 물론, 기술수출 측면에서도 바이오의약품이 보다 유리하게 작용하는 측면이 있고, 이는 최근 전통 제약사들도 바이오의약품까지 진출 영역을 확대하는 배경으로 작용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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