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않는 CF퀸 떴다…PC·모바일 이어 3세대 'IT사이클' 시작 [빅트렌드]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2021.09.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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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트레드-유니콘팩토리 좌담회]AI 가상인간과 메타버스의 미래, 산업·연구·트렌드 분야 전문가에게 듣는다

편집자주 혁신은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오다가 어느 순간 거대한 너울로 변해 세상을 뒤덮습니다. 경제·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를 대표하는 핵심 키워드를 발굴하고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분석해 미래 산업을 조망합니다.

가상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Lil Miquela, 왼쪽)'와 로지(Rozy)가상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Lil Miquela, 왼쪽)'와 로지(Rozy)


늙지 않는 CF퀸 떴다…PC·모바일 이어 3세대 'IT사이클' 시작 [빅트렌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가상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Lil Miquela)'가 지난해 1170만달러, 한화로 약 130억원을 벌어들였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300만명이 넘는다. 틱톡·유튜브까지 포함하면 500만명에 달한다.

국내에도 핫한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Rozy)'가 있다. 올해에만 벌써 1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며 '광고퀸'으로 떠올랐다. 5만명 이상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라이징 스타다. 이들 외에도 수많은 가상인간들이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이다.



모두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이 있었기에 등장할 수 있었다. 기술력 수준이 1998년 활동한 사이버 가수 '아담' 때와 비교하면 천지차이다. 실제로 로지는 스스로 정체를 밝힐 때까지 누구도 가상인간이라고 의심한 사람이 없었을 정도다.

가상인간은 시·공간 제약 없이 활동할 수 있고 애니메이션·게임 등과 결합한 지식재산권(IP) 사업으로 확장이 쉽다. 학폭(학교폭력)·음주운전 등 사생활 문제로 광고가 중단될 일도 없다. 아프거나 늙지 않아 시장이 원하기만 하면 영원히 활동할 수 있다.



특히 최근 급성장하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와 맞물려 확장성이 더욱 커졌다. 물리적인 실제 공간과 디지털 가상공간이 하나가 되는 메타버스 세상에서 인간과 AI 가상인간의 공존이 앞으로 어떤 미래를 만들지 관심이 커진다.

늙지 않는 CF퀸 떴다…PC·모바일 이어 3세대 'IT사이클' 시작 [빅트렌드]
머니투데이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플랫폼 '유니콘팩토리(UFO, Unicorn Factory Organization)'는 AI 가상인간과 메타버스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기획했다.

간담회에는 AI 아이돌 사업에 나선 박지은 펄스나인 대표, ICT 관련 미래학자로 꼽히는 정지훈 모두의연구소 최고비전책임자(CVO), 국내 1호 테크 틱톡커 김가현 뉴즈 대표 등 산업·연구·트렌드 분야 전문가 3명이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1차 인터넷(PC) 시대와 2차 스마트폰(모바일) 시대를 거쳐 3차 메타버스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기에 접어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모든 기업들이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처럼 각자 메타버스 환경을 구축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가상인간과 부캐(부캐릭터)가 활동하는 메타버스 환경에선 경제·사회·문화 등 실제 현실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기술적 발전 과정에서 비인간화·범죄 등의 문제도 나타날 수 있어 사회적 수용성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진행된 (왼쪽부터)박지은 펄스나인 대표, 정지훈 박사, 김가현 뉴즈 대표 간담회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진행된 (왼쪽부터)박지은 펄스나인 대표, 정지훈 박사, 김가현 뉴즈 대표 간담회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가상 인플루언서가 뜨는 이유는
박지은 펄스나인 대표(박)=딥리얼(Deep Real) AI 기술로 탄생한 가상 아이돌 '이터니티'의 예를 들겠다. 성장형 아이돌 컨셉이라 초반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아 악플이 달렸다. 지금은 팬덤이 생겨 이들이 악플에 대응한다. 최근 솔로활동을 시작한 이터니티 멤버 다인(DAIN)의 '노필터(No Filter)' 뮤직비디오는 글로벌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정지훈 모두의연구소 최고비전책임자(정)=광고주들은 광고모델이 가상인간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중요한건 수요자 입장이다. 가상 아이돌이라는 요소 때문에 성패가 갈리는 것이 아니다. 실제 사람을 썼을 때와 가상인간을 썼을 때의 장단점이 있다. 핵심은 팬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를 만들어냈느냐의 여부다.

김가현 뉴즈 대표(김)=인기를 끄는 가상 인플루언서들은 자신만의 세계관과 컨셉을 잡았다. 스토리가 있으니 가상인간이라고 해도 거부감 없이 실제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틱톡커와 콜라보 하는 등 현실과 섞이고 가상을 넘나들면서 팬덤을 확보했다. 이터니티 같은 성장형 전략이 좋다. Z세대는 가상이든 실제든 인플루언서가 같이 커가는 모습을 보며 성취감을 느낀다.

한류나 K팝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까
=가상인간의 활동은 기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문법과 다르다. RPG처럼 성장해나가는 스토리 라인을 갖고 있는 게임에 가깝다. 팬들은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하며 계속 소통한다. SM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에스파'의 경우 실존 인물과 가상인간을 연결한 컨셉으로 데뷔해 강점을 갖췄다. 다만 현실과 접점이 있는 세계관에서 활동해야해 자유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단점이다. 이터니티 같은 가상 아이돌은 현실과 관계없이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어 상상의 나래가 훨씬 커진다.

=외모는 물론 인격까지 갖춘 완성형 아이돌을 요구해온 기존 K팝 산업은 이미 정점을 찍었다고 본다. 한 단계 더 진화하려면 끊임없이 완벽만 추구하기보다는 팬들이 참여해 함께 몰입하고 만들어갈 수 있는 요소들이 필요하다. 시대적으로 콘텐츠를 많이 소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만큼 가상인간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세계관과 그에 따른 부가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가상인간에 대한 윤리적 문제의 해법은
=기술발전이 사회에 수용되는 과정을 보면 초기에는 성능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 이후 생각지도 못했던 이슈가 생기고 나서야 사회적 수용성이 높아진다. '이루다 사태'도 기술개발 때는 스캐터랩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회는 항상 작용과 반작용에 의해서 대응하게 된다. 앞으로도 또 어떤 사건이 발생할 것이고 이를 보완하면서 사회적 수용성이 높아지는 과정을 밟게 될 것이다. 기업도 내부적으로 문제를 검토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춰야 한다. 정부가 직접 규제하고 벌금을 물리는 등의 조치는 지양해야 한다.

=가상인간은 상처를 받지 않기 때문에 악플을 달아도 된다는 마음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것 같다. 당연한 악플 분위기가 형성되면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상인간이 실제 인간은 아니지만 그 사이의 어떤 지점에서 AI 윤리 같은 규범을 사회가 계속 만들어가야 한다.

=가상인간에게 인권은 없지만 공공연하게 드러내놓고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모욕 등은 처벌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성 상품화로 악용한 경우 등은 사회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개별적으로 관리하고 단속하며 죄를 물을 수 있다고 본다.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진행된 (왼쪽부터)정지훈 박사, 박지은 펄스나인 대표, 김가현 뉴즈 대표 간담회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진행된 (왼쪽부터)정지훈 박사, 박지은 펄스나인 대표, 김가현 뉴즈 대표 간담회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메타버스가 화두가 된 이유는
=IT 역사를 보면 큰 변화의 틀이 10~20년 사이클로 왔다. 첫 번째는 PC, 두 번째는 스마트폰, 메타버스가 3번째 사이클이다.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하드웨어의 보편적인 보급이 훨씬 중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구글·네이버·아마존·애플 등 각 패러다임에 맞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성장했다. 지금은 무선인터넷 대역폭이 커지면서 틱톡·유튜브 등 동영상으로 넘어왔고 기업 중심에서 개인 중심의 시대가 됐다. 1~2번째 사이클이 기업을 중심으로 한 전체적인 디지털 전환이었다면 지금은 디지털 세계가 현실로 들어오는 것, 디지털 세계에 현실 세계가 개입하는 두 가지 방향성이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산업과 현상 전체를 통칭해서 메타버스라고 부른다. 메타버스를 거대한 변화의 흐름으로 봐야지 자꾸 무엇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가상현실(VR)이 주목받던 시대가 있었고 AI가 뜨는 시대가 있었다. 블록체인이 화두가 됐던 때도 있다. 이들이 모여 메타버스가 됐다. 마블의 슈퍼히어로 팀 '어벤저스'와 비슷한 느낌이다. 아이언맨·캡틴아메리카 등 개별 시리즈들이 나온 다음에 어벤저스가 나오면서 대박을 터뜨렸던 것처럼 VR·AI 등 기반 기술들이 주목 받은 뒤 메타버스가 나왔다. 코로나19(COVID-19)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 비대면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시대적 흐름이 메타버스를 가속화했다.

메타버스의 시장성은
=인터넷이 만들어낸 시장 규모가 얼마인지와 같은 질문이다. 지금 홈페이지를 만들지 않는 회사가 있느냐. 모두가 사용하게 되는 문화적인 변화를 돈으로 계산해서 어느 정도라고 추산할 수는 없다. 산업의 종류와 형태에 따라 제각각이다. 하드웨어가 얼마나 판매될지 측면에서만 접근하면 추정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 메타버스 시대에서는 네트워크와 연결해 무엇인가를 하는 기업이라면 모두 다 변화의 대상이 된다.

=메타버스의 비즈니스 가능성은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토큰)가 어느 정도 입증했다고 본다. NFT 예술 작품이 오프라인보다 더욱 비싼 가격에 낙찰된 사례들이 많다. 예술품뿐만 아니라 트위터 창업자의 첫 트윗 한줄이 33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MZ세대들은 현실에서 꿈조차 꾸지 못하는 강남 건물을 가상현실에서라도 소유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갖는다. 이 때문에 콘텐츠 업계는 어떤 식으로 콘텐츠를 IP 사업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많다.

=현실에서 구찌백을 들고 다니는 것보다 디지털 세계에서 장착한 구찌백 아이템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된다. 물질로 존재하지 않더라도 럭셔리 아이템이라는 본질적 가치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면 이를 구매하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 메타버스 안에서 빌딩을 사는 사람이 나올 것이고, 디지털 성형외과 의사 등 전문직이 탄생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은 없을까
=메타버스에서 발생하는 사이버 범죄나 해킹 등은 법으로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 메타버스에 빠지면 현실과 괴리를 겪게 될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오히려 가능성을 봐야 한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집안에서 해외여행을 가고 현실에서 집을 사지 못하는 사람에게 마음 편안한 공간을 줄 수 있다. 현실 세계에서 불가능한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부분을 봐야 한다.

=메타버스 체계는 현실세계와 접목한 기술들이다. 따라서 현실에 존재하는 여러 원칙과 법률을 그대로 준용하기 쉽다. 디지털 재화도 한정성을 갖췄고 기록이 남아 추적 가능하기 때문에 범죄와 관련된 문제는 기존의 법 체계를 적용할 수 있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해 디지털 경제로 전환될 때보다는 혼란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가상인간과 관련된 권리 문제나 재산권, 초상권 부분 등에 대해서는 법률을 다듬어야할 필요가 있겠다.

10년 뒤 메타버스의 모습은 어떨까

=메타버스의 확장은 경제 생태계에 많은 변화를 줄 것이다. 개인의 경제활동이 다양해지고 전체적인 돈의 흐름이 빨라질 것이다. 하지만 국가간 격차 등이 발생할 수 있고 해외에서 만든 메타버스 플랫폼에 사용자가 몰려 돈이 그쪽으로 빠져나갈 수도 있기 때문에 대비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이 등장한지 10여년 됐다. 스마트폰 이전의 세상과 이후의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메타버스도 그럴 것이다. 암호화폐든 NFT든 현실경제의 한계를 뛰어 넘는 다양한 경제적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본다. 다만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일상생활에 엄청난 지장을 겪지 않는 것처럼 자신이 메타버스 세상에서 살지 않는다고 도태될 것이라는 지나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10년 후면 인터넷·스마트폰을 쓰는 것과 비슷해질 것이다. 지금 인터넷 사용에 대해서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것처럼 메타버스도 당연히 사용하는 것으로서 특별히 언급하지 않는 세상이 될 것으로 본다. 디지털 자산 등 메타버스에 존재하는 수많은 가치들에 투자하고 거래할 수 있게 돼 부동산으로 수십억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돈을 벌지 못하는 지금 같은 시대보다는, 젊은 세대들이 노력하고 투자하면 보상체계가 주어지는 더 나은 미래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런 구조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야 범죄·피해 등 메타버스의 부작용 부분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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