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보다 동물?…영국인, 아프간 직원 두고 동물 200마리만 구했다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1.08.3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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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자드 설립자 폴 파딩/사진=트위터나우자드 설립자 폴 파딩/사진=트위터


아프가니스탄에서 유기동물 보호소를 운영하던 영국인이 보호하던 개와 고양이 170여마리를 데리고 탈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세기로 동물들을 영국으로 데려오는 데 성공했지만 아프간 현지 직원들은 탈출에 실패해서다.

3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아프간에서 동물 자선단체 '나우자드'를 운영해온 폴 파딩은 전세기에 돌보던 개와 고양이를 태우고 전날 런던 히스로 공항에 도착했다.



파딩은 공항에 도착한 뒤 현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복잡한 심경이지만 부분적 성공"이라고 탈출 소감을 밝혔다.

파딩은 아프간인 직원 없이 동물들만 데리고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기에는 개 90~100마리, 고양이 60~70마리가 탑승했다. 파딩은 당초 유기견 및 유기묘 200마리를 비롯해 구조대원, 수의사 등과 탈출할 예정이었으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영국 해병 출신인 그는 2006년 아프간 남부 헬만드주에 파병됐다. 현지에서 돌보는 사람 없이 떠도는 개들을 목격하고 이듬해 '나우자드'를 설립한 뒤 동물보호 활동을 펼쳤다.

파딩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뒤 영국 공군 수송기로 대피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군이 동물을 태울 수 없다고 하자, 개와 고양이를 데려가지 못하면 현지에 남겠다고 버텼다. 그러면서 아프간에서 개와 고양이를 구하는 과정을 '방주 작전'(Operation Ark)이라 부르며 동물 애호가들로부터 모금을 받아 전세기 대여 자금을 마련했다.

영국 군 당국이 전세기 이착륙을 불허하자 그는 소셜미디어(SNS)에 "영국은 나를 버렸다"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영국 국방부는 25일 해당 전세기의 이착륙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파딩은 결국 직원들을 남겨둔 채 개와 고양이만 영국으로 데려왔다.


파딩의 동물 구조 작전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현지 직원을 포함해 통역사 등 영국에 협력한 아프간인들이 구조되지 못한 채 현지에 남아있어서다. 영국은 지난 2주간 1만5000명의 영국인과 아프간인을 구조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으나, 지난 28일 조기에 대피 작전을 종료하면서 1000여명이 탈출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영국군은 인간을 동물보다 우선시 해야 했다"며 "파딩과 그 지지자들이 동물 구조를 위해 작전을 지나치게 지체했다"고 지적했다. 아프간 참전용사인 톰 투겐트하트 하원 외무 특별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를 데려오는데 많은 병력을 사용했다. 반면 내 통역사의 가족들은 살해당할 위기에 있다"면서 "통역사 한 명이 '왜 5살짜리 내 아이가 개보다 가치가 낮냐'라고 물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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