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2021.08.2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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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이거 왜 이래? 나 김부장이야! 부동산 투자도 잘하고 대기업 다니는 김. 부. 장!"
"내가 산 아파트가 지금 두 배가 됐어. 궁금한거 있으면 나한테 물어봐. 다 알려줄게."
"지금 회사에서 좋은 조건으로 세컨드라이프가 진행되고 있어요. 김부장 정도면 위로금 2억원이고, 내년이면 위로금이 1억원으로 내려가...."

김 부장의 이야기다. 부동산 폭등, 월급노예, 끊어진 사다리....블랙코미디 같은 대한민국의 현실이 잘 드러난다.



김 부장은 25년차 직장인이자 대기업 부장이다. 보고서의 장인으로 불리며 한 번의 진급 노락없이 일사천리로 부장자리에 올랐다. 그랜저 신형 블랙 세단과 태그호이어 시계, 몽블랑 가방을 애용한다. 입사동기들이 한직으로 밀려나는 걸 보면서도 마음 한편이 느긋하다. "왜냐면 나에겐 상무님, 전무님이 있으니까!" 임원들의 골프 회동을 맡아 준비하는 것을 자랑스러워 한다.

송 과장은 김 부장 팀의 에이스다. 일도 잘하고 동료와의 사이도 좋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김 부장 눈에 이상한 장면이 포착된다. 새벽마다 출근해서 무슨 책을 읽는 거 같더니, 상무부터 옆 팀 최 부장까지 자꾸 송 과장을 따로 불러내 뭔가를 쑥덕거린다. 최 부장의 재개발 아파트 부터 상무의 재건축 아마트까지 모두 송 과장의 입김이 배어 있다는 소문이다.



정 대리는 새로 뽑은 BMW와 와인, 인스타를 좋아하는 재기발랄한 젊은이다. 일은 꽤 잘한다. 김 부장의 꼰대질을 유연하게 받아주는 유들유들한 청년이다. 강남 8학군 출신으로 알려졌는데 가끔 경상도 사투리가 튀어 나온다.

권 사원은 팀의 막내이자 팀의 3년차 직원이다. 당차게 맡은 일을 잘 해낸다. 남들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불쑥불쑥 회사생활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 구하는 문제로 고민이 많다.

최 부장은 김 부장 옆 팀의 부장이다. 최 부장 역시 진급 누락 없이 부장 자리에 올랐다. 팔 힘으로 쾅쾅 트렁크를 닫아야 하는 오래된 차를 끌고 있다. 얼마전 아파트 커뮤니티 내에 골프장이 있는 새 아파트로 이사를 해서 김 부장의 분노를 샀다.


결국 내 상사의 이야기, 우리 회사의 이야기다. 그리고 내 아버지의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온라인 연재로 이 글을 접한 이들 중 상당수가 "왜 눈물이 나죠?" 란 반응을 낸다. 아까 말했듯 나의 이야기와 중첩이 되기 때문이다.

너무 리얼해서 재미있지만 책장을 덮은 뒤 돌아서서 입맛이 쓴 이유는 단순히 개인의 공감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의 이야기이고 모두의 이야기다.

이 책은 평범한 직장인이 매일 아침 4시30분에 일어나 쓴 글이다. 개인 블로그와 부동산 카페에 올렸다. 30일 만에 개인 블로그 조회수는 200만, 커뮤니티 조회수는 1000만을 기록, 세간의 주목과 관심을 모았다.

지은이 송희구 작가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직장인이자 11년차 과장이다. 삼겹살, 계란말이, 햄버거, 옥수수수염차를 좋아한다. 70세가 되도록 밤늦게까지 일하는 아버지를 보고 45세 이전에 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29세부터 독서와 투자를 시작했다. 본인의 미래 모습일지도 모를 김 부장과 과거 모습인 정 대리, 권 사원을 통해 삶의 존엄성, 직장의 의미, 경제적 안정, 내면의 목소리, 가족과 친구의 소중함에 대해 들려주고자 했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송희구 지음/1.2권/서삼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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