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사진=AFP
16일(현지시간)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은 아프가니스탄 주재 러시아대사관의 관계자 말을 인용해 가니 대통령이 카불 함락 위기에 국민의 안위 대신 차 4대를 가득 채울 만큼의 현금을 챙겨 누구보다 빨리 도망쳤다고 보도했다.
자미르카불로프 아프가니스탄 담당 러시아 대통령 특별대표는 러시아 국방부가 운영하는 즈베즈다TV 인터뷰에서 "그(가니 대통령)는 가장 치욕적인 방법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도망쳤다"며 "그는 전날까지만 해도 사람들에게 마지막 희생을 할 준비가 됐다고 주장한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가니 대통령은 문화인류학자 출신으로 세계은행(WB) 등에서 근무한 경제전문가이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이 탈레반 정권을 축출한 뒤 귀국해 재무부 장관을 밭아 조세체계 확립 등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개혁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2014년 대선 승리로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된 그는 2019년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부정부패, 종족 갈등 등을 수습하지 못해 사태를 더 악화시키기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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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대선 경쟁자였던 압둘라 압둘라 전 외교부 장관은 가니의 해외 도피 직후 가니 대통령을 '전 대통령'으로 표현하며 "신이 이런 상황에서 수도를 버린 것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현재 가니 대통령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았다. 스푸트니크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그가 오만에 있다고 보도했고, 카타르의 알자지라 방송은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겐트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인디아투데이는 가니 대통령이 당초 타지키스탄의 수도 두샨베로 향했지만, 비행기 착륙을 거부당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가니 대통령은 지난 15일 카불 함락 위기에 부인, 참모진과 함께 국외로 급히 도피했고, 이를 뒤늦게 알렸다.
그는 도피 당일 뒤늦게 페이스북을 통해 "탈레반은 카불을 공격해 나를 타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만약 아프가니스탄에 남았다면 수많은 애국자가 순국하고, 카불은 파괴돼 600만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대규모 학살을 막고자 자신이 떠나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탈레반이 무력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차지했지만, 국민의 마음까진 얻지 못했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