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이준석…尹 갈등·安 합당 결렬에 '리더십 시험대'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21.08.1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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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녹취록' 李-尹 갈등…자고 나면 커지는 국민의힘 집안싸움
17일 최고위서 갈등 봉합 여부 주목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오전 경북 상주시 청리면 한국교통안전공단 상주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에 도착해 개인택시면허 양수 교육을 받기 위해 교육장에 들어가기 전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1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오전 경북 상주시 청리면 한국교통안전공단 상주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에 도착해 개인택시면허 양수 교육을 받기 위해 교육장에 들어가기 전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갈등이 토론회 개최 문제에서 통화 녹취록 유출 의혹 등으로 이어지며 감정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다. 대선 경선 시작부터 격화된 내부 갈등이 봉합은커녕 점점 확대되는 양상이다.



윤석열 캠프 총괄실장을 맡은 장제원 의원은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녹취록 논란과 관련해 "이 문제는 국민과 또 당원, 언론이 판단할 문제"라며 "저희가 이 문제를 어떻게 조사하겠는가, 뭘 하겠는가. 알 수 없다"고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전날 윤 전 총장 역시 이 대표의 통화 녹취록 유출 논란에 "국민의힘부터 먼저 공정과 상식으로 단단하게 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제의 녹취록은 앞서 지난 12일 윤 전 총 캠프 정무실장인 신지호 의원의 '이 대표 탄핵' 발언이 논란이 되자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했다는 내용이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 측이 해당 통화를 녹음해 녹취록을 작성하고 이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대표는 "녹취파일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녹취록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정치권에서는 녹취록 존재가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과 대화 내용에 대해 문의한 언론에 답변 차원에서 구두로 전달한 내용들이 문건 형태로 정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제76주년 광복절인 15일 효창공원을 찾은 윤석열 예비후보가 어린이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스1제76주년 광복절인 15일 효창공원을 찾은 윤석열 예비후보가 어린이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스1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5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해명에 대해 "국민을 바보로 아는 거죠"라며 "기본적인 인간적 신뢰에 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여옥 전 의원도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정권교체에 목마른 국민들을 바보 취급한 것"이라며 "당 실무진을 억울한 희생양으로 삼을 일이 아니다"고 했다.

논란 와중에 윤 전 총장이 전날 "유승민·홍준표와 '윤석열 저격조' 마당쇠로 뛰고 있는 것이 이준석"이라는 내용의 페이스북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해당 게시물은 정중규 국민의당 전국장애인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작성한 것으로 "유승민·홍준표와 그 똘마니(부림을 당하는 사람을 속되게 부르는 말) 이준석은 국민, 특히 정권교체 바라는 유권자들 앞에 부끄러운 줄 알아야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윤 전 총장은 관련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이날 '좋아요'를 취소했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의 갈등은 당 지도부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은 윤 전 총장의 '기습 입당'부터 시작해 봉사활동 보이콧(거부) 논란, '탄핵' 발언, 경준위 주최 토론회 참여 논란, 녹취록 유출 논란 등 연일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확전 양상을 빚고 있다. 양측의 공방에 주요 대선주자들이 가세하고 당 지도부 리더십 위기까지 거론되면서 국민의힘 경선버스가 출발하기도 전에 삐걱거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선 경선준비위원회 첫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경준위는 이날 예비경선(컷오프) 일정 및 회수와 압축 배수 등을 논의한다. /사진=뉴스1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선 경선준비위원회 첫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경준위는 이날 예비경선(컷오프) 일정 및 회수와 압축 배수 등을 논의한다. /사진=뉴스1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야권 1위 주자인 윤 전 총장 측을 과도하게 자극하면서 갈등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이 대표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당 대표실 관계자는 "도발은 윤 전 총장 캠프나 관계자들이 먼저 시작했고 이 대표는 거기에 맞대응한 것뿐"이라며 "봉사활동 보이콧 권유, 돌고래 발언 등도 윤 총장 측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준위의 토론회 기획 역시 대선후보 간담회에서 다수 후보들에 의해 건의된 것을 당헌당규를 지키는 선에서 진행한 것인데 윤 전 총장이 논의된 이후에 입당했을 뿐"이라며 "특정 후보들 편을 들 이유도 없고 단지 여러 후보가 출마했기 때문에 판을 깔아주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양측의 갈등은 일단 17일 열릴 당 최고위원회에서 1차 봉합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최고위에서는 윤 전 총장 측이 거부감을 드러냈던 경준위 주최 토론회의 진행 여부가 결정된다. 김기현 원내대표가 토론회가 아닌 정견발표회를 이 대표에게 '중재안'으로 제안하고 이 대표도 긍정적 의사를 보이면서 경준위 토론회는 수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선관위원장 인선도 원점에서 재논의될 수 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윤 전 총장 측은 현재 경선 흥행을 위한 이 대표의 의중을 믿지 않을 정도로 양측의 불신이 쌓인 것"이라며 "내일 최고위에서 중재안이 무난하게 의결되지 않고 최고위원들이 이 대표의 리더십을 문제삼고 나온다면 당대표로서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당 결렬 선언한 안철수…정권교체 갈길 먼데 野 통합 '삐걱'

제3지대서 캐스팅 보트 역할 노림수…野 대선 판도 불확실성 가중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과 합당 결렬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과 합당 결렬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이 최종 결렬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제1야당만으로는 정권교체가 힘들다며 중도·실용 정당으로서 국민의당의 존치를 선언하면서다.

이로써 지난 4·7 서울시장 재보선 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안 대표가 먼저 제안했던 야권 통합은 일단 무산됐다. 안 대표가 차기 대선에서 독자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야권 대선 판도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安 "통합 노력 멈춘다, 제1야당만으로 정권교체 힘들어"

16일 안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두 정당의 통합을 위한 노력이 여기에서 멈추게 되었음을 매우 안타까운 마음으로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을 매개로 한 지지층 확대가 정권교체에 필수적이란 입장을 강조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만으로는 정권교체가 힘들다는 주장이다. 스스로 밝힌 합당 약속을 거스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제 약속은 정권교체이며 정권교체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합당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양당의 합당 결렬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양당 실무협상단은 지난달 27일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재정 승계·사무처 인력 승계·당원 승계·당 기구 구성에는 합의에 이르렀지만 당명 변경·야권 단일 후보 선출을 위한 위원회 신설·차별금지 조항 제정에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후 양당 간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합당 논의를 위한 대표간 만남 시한을 못 박으며 신속한 결론을 촉구했다. 안 대표가 합당 여부에 '예스냐 노냐'를 묻는 이 대표의 방식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항복 압박에 빗대자 이 대표는 "정상인의 범주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답변"이라고 맞받았다.

◆불쾌한 국민의힘 "손바닥 뒤집듯 약속 뒤집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노트북을 보고 있다. /사진=뉴스1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노트북을 보고 있다. /사진=뉴스1
이날 안 대표의 합당 무산 발표는 이 대표와 사전 공감대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합당 결렬이 국민의당 책임임을 분명히 하면서 불쾌감을 드러냈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국민의당과 합당은 지난 재보궐 선거 당시 안철수 대표가 먼저 제안한 내용이었다"며 "합당을 제안했던 서울시장 선거 때의 정치적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달라졌다고 하여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뒤집어버린 행동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실무협상단 단장을 맡은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합당을 위한 실무협상 종결은 국민의당 요청으로 이뤄졌다"며 "협상 중 양당 간 의견차이는 국민의힘 당명변경 요구와 차별금지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당에서 요구했던 지분 요구 등 모든 것은 다 수용된 상태에서 이 작은 차이로 인해 합당을 마무리하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저에게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합당 결렬의 책임이 국민의당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安, 제3지대서 캐스팅보트 노릴 듯…1%p도 절실한 야권에 일단 '악재'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예방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예방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가 정치적 입지 등을 고려해 합당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본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거물급 주자들이 포진한 국민의힘에 들어가 '원오브뎀'(다수 중에 하나)이 되기보다 당 밖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것이 안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방편이란 것이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합당 시 안 대표는 정치적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며 "이번 대선이 양자구도로 3~5%포인트 박빙 승부가 된다고 볼 때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된 후 어떻게든 안 대표를 끌어들이고자 할 것이다. 껄끄러운 이준석 대표가 아닌 대선후보가 당권을 장악했을 때 정치적 지분을 보장받으며 들어가는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 대표는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향후 따로 말씀드릴 시간을 갖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민의당은 안 대표의 대선 출마를 위한 당헌 개정 가능성은 띄운 상태다.

안 대표가 독자 출마를 선택할 경우 11월 국민의힘 경선이 마무리된 후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에 나서는 방안이 유력하다. 다만 김동연 전 부총리와 손잡고 제3지대 세력을 키울 경우에는 국민의힘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합당 무산을 놓고 '이준석 리스크'가 재현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당의 지나친 요구를 감안하더라도 이 대표가 최대한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며 합당을 이끌어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합당 결렬에 "이준석(국민의힘 대표)과 안철수 둘 다 정치력의 바닥을 드러낸 결과"라고 지적했다. 다만 안 대표 측이 애초 합당에 진정성이 떨어진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상대방이 합당 결렬의 명분찾기에 시간을 보내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의 노력만으로는 어려웠다는 얘기다.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국민의힘으로서는 외연확장 시도에 악재다. 윤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국민의힘 유력 주자들의 '우클릭'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국민의당과 통합에 따른 중도층 흡수 기회가 불발됐다. 야권 관계자는 "대선이 다가올수록 지지율 1~2%포인트가 절실한데 국민의당이 5% 남짓 지지율(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을 차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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