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으로 이재용 방정식 푼 文 "국민들도 이해해주길…"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21.08.14 08:00
글자크기

[the300][청와대24시]靑 "이재용 가석방 반대하는 국민들 의견도 옳지만 국익을 위한 선택"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을 통해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8.12.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을 통해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8.12. [email protected]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을 통해 찬성과 반대 의견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반대하는 국민의 의견도 옳은 말씀입니다. 한편으로는 엄중한 위기 상황 속에서, 특히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들도 많습니다. 국익을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이며, 국민들께서도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된 지난 13일 오전10시. 문재인 대통령과 핵심 참모진은 티타임을 갖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의 가석방과 관련해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국익'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은 그렇게 정리됐다.



이날 오후 2시.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문 대통령의 이같은 생각을 전했다. 반대하는 국민들도 있지만, 찬성하는 국민들도 많다며 결국 국익에 따른 선택이었다는 게 골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오늘 발표한 것은 문 대통령의 뜻이다"며 "청와대와 대통령의 입장을 요구하는 언론도 있었는데, 그것을 어느 시점에 말씀을 드려야 하는지는 종합적으로 청와대가 판단을 했고, 이재용 부회장이 실제로 가석방 된 날인 오늘 말씀을 드리게 됐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시민사회계의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한 반대 목소리에 부담도 갖고 있었다. 다만 공개적으로 알려지진 않았다. 이 관계자는 "가석방의 결정 자체도 법무부가 법과 절차에 따라서 한 것이고, 그 이후에 지금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서도 그것은 법과 절차에 따라서 법무부가 할 일이다"면서도, '문 대통령이 과거 의원 시절에 했던 말과 지금의 가석방이 대치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출입기자단에 힌트는 줬다. 문 대통령이 민감한 사안일수록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결정을 내렸다는 것. 이번 일본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열릴 것으로 보였던 한일정상회담이 대표적이다.

박수현 수석은 도쿄올림픽 개막 4일을 앞둔 지난달 19일 문 대통령의 올림픽 개막식 참석 여부에 대해 "여러가지 여론이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국익을 위한 대통령의 길은 달라야 하는 신념으로 정상회담을 조율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왜 '굴종적 외교'를 하냐고 비판하지만, 대통령의 길에 대해선 이해하시리라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결국 일본에 가지 않았고, 정상회담도 무산됐다.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에서다.


 [의왕=뉴시스] 조성우 기자 =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이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광복절을 맞아 가석방으로 풀려나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1.08.13. xconfind@newsis.com [의왕=뉴시스] 조성우 기자 =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이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광복절을 맞아 가석방으로 풀려나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1.08.13. [email protected]
이 부회장 가석방도 역시 국익에 따라 결정이 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부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형기의 상당 부분을 복역, 형기의 60%를 채워 가석방 요건을 충족했다.

일단 국민 3명 가운데 2명은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찬성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달 23일부터 전국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부회장의 광복절 가석방에 응답자의 66.6%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가석방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특혜 소지가 있으니 하면 안 된다'는 의견은 28.2%에 불과했다.

정치권에서도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코로나19(COVID-19) 재확산으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한 경제상황과 위기를 맞은 반도체산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익적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종합적인 상황이 문 대통령의 결단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해서 찬성하거나 요청하시는 국민들의 명분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구축이라고 하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 후속 조치 그리고 지금 코로나의 엄중한 상황 속에서 백신 확보에 대한 그런 역할이었고, 이런 것들의 명분으로 가석방을 요구했다"며 "그런 국민의 요구가 있으니 대통령이나 청와대 입장에선 그에 부응할 수 있는 역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지지층의 반대가 많아 복잡했던 이 부회장의 가석방 방정식을 국익이란 공식으로 풀어낸 셈이다"며 "남은 건 이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문제인데, 남은 임기동안 국익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