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휴일을 반납하고 15일 광복절에도 시급한 경영 전략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 부재로 잠시 멈췄던 삼성의 경영시계가 이 부회장의 가석방으로 다시 돌기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 오전 10시4분쯤 구치소에서 나와 "국민들께 한마디 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면서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여 여론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이 내세웠던 초격차 경쟁력에 있어서도 위기론이 거론됐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36조원으로 2017년 53조6000억원보다 약 33%줄었다.
때문에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복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삼성이 이번 기회를 놓치지않고 글로벌 경쟁에서 마지막 '골든타임'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복귀로 "그동안 지체됐던 경영현안 문제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1월과 지난달 거듭 "3년 내 의미있는 M&A성과를 이뤄내겠다"고 밝힌 만큼 M&A가 곧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네덜란드의 차량용 반도체업체 NXP인수설도 오르내린다. 2016년 미국 차량용 전자장비 기업인 하만인터내셔널을 4000억원에 인수한 후 그렇다할 M&A사업을 진행하지 않으면서 그 사이 삼성전자의 현금보유액은 올해 6월 기준 약 130조원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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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이 복귀하면서 반도체 사업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미래먹거리 산업 역시 다시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사면이 아닌 가석방으로 풀려나오면서 운신의 폭이 좁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면은 형 집행을 면제해주는 것이지만 가석방은 형을 면제받는 것이 아니라 구금 상태만 해제되는 조치다. 남은 형기 동안 재범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조건부 석방'으로 해외로 출국할 때도 법무부 심사를 받아야 하는 등 현장경영 행보에 제한이 걸릴 수 있다. 때문에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은 정부에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합병 의혹과 프로포폴 불법투약 의혹 등으로 각각 재판을 받고 있는 점 역시 여전한 사법리스크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