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특별한 광복절'…삼성 경영시계 다시 돈다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21.08.1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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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광복절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저에 대한 걱정과 비난, 큰 기대 모두 잘 듣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휴일을 반납하고 15일 광복절에도 시급한 경영 전략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 부재로 잠시 멈췄던 삼성의 경영시계가 이 부회장의 가석방으로 다시 돌기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 오전 10시4분쯤 구치소에서 나와 "국민들께 한마디 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면서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여 여론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을 둘러싼 여건은 만만찮은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2017년~2018년까지 약 1년, 올해 1월부터 7개월간 또한번 수감생활을 하면서 경영에 전념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그 사이 반도체 사업과 인수합병(M&A)등 총수의 결정이 필요한 굵직한 경영 현안이 쌓여갔다. 이 부회장이 구치소에서 나온 당일 잠시 휴식 후 바로 계열사 사장단과 회동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이 내세웠던 초격차 경쟁력에 있어서도 위기론이 거론됐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36조원으로 2017년 53조6000억원보다 약 33%줄었다.



글로벌 반도체 칩 부족 상황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글로벌 1위 대만 TSMC가 앞으로 3년간 1000억달러(약 115조원)투자를 발표한데이어 인텔도 글로벌 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앞서 5월 한미정상회담에 맞춰 발표했던 170억달러(약 19조원)규모 미국 파운드리 공장 부지조차 3개월이 흐른 지금까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때문에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복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삼성이 이번 기회를 놓치지않고 글로벌 경쟁에서 마지막 '골든타임'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복귀로 "그동안 지체됐던 경영현안 문제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1월과 지난달 거듭 "3년 내 의미있는 M&A성과를 이뤄내겠다"고 밝힌 만큼 M&A가 곧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네덜란드의 차량용 반도체업체 NXP인수설도 오르내린다. 2016년 미국 차량용 전자장비 기업인 하만인터내셔널을 4000억원에 인수한 후 그렇다할 M&A사업을 진행하지 않으면서 그 사이 삼성전자의 현금보유액은 올해 6월 기준 약 130조원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복귀하면서 반도체 사업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미래먹거리 산업 역시 다시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사면이 아닌 가석방으로 풀려나오면서 운신의 폭이 좁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면은 형 집행을 면제해주는 것이지만 가석방은 형을 면제받는 것이 아니라 구금 상태만 해제되는 조치다. 남은 형기 동안 재범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조건부 석방'으로 해외로 출국할 때도 법무부 심사를 받아야 하는 등 현장경영 행보에 제한이 걸릴 수 있다. 때문에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은 정부에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합병 의혹과 프로포폴 불법투약 의혹 등으로 각각 재판을 받고 있는 점 역시 여전한 사법리스크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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