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공룡' 디즈니+ 11월 한국 진출...'넷플릭스 1강체제' 깰까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1.08.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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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11월 중순 한국 진출 공식화
국내 OTT 시장 대격변 예고

/사진=로이터/사진=로이터


디즈니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11월 한국에 온다. 겨울왕국, 스타워즈, 마블시리즈 등 글로벌 IP(지적재산권)을 거느린 '콘텐츠 공룡' 디즈니가 한국 OTT 시장에 진출하면서 향후 OTT 업계 대격변이 예상된다.

밥 차펙 월트디즈니컴퍼니 최고경영자(CEO)는 12일(현지시간) 글로벌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한국을 포함한 대만, 홍콩 등 8개국에서 11월 중순 디즈니+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10월 중 일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추가하며 서비스를 확장할 예정이다.



디즈니+, 11월 국내 진출 직후 대대적 이벤트 펼친다
디즈니+는 탄탄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반으로 진출 국가를 넓혀가며 구독자를 끌어모을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는 픽사, 마블, 루커스필름, 폭스까지 다수의 인수합병(M&A)를 거쳐 막강한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디즈니가 앞으로 매년 선보일 새로운 콘텐츠 100여개 가운데 80여개는 디즈니+에서 선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디즈니+는 국내 진출 후 LG유플러스 IPTV(인터넷TV)와 제휴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6일 LG유플러스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디즈니플러스와 제휴 협상을 긍정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디즈니+는 한국 진출 직후부터 대대적인 홍보 이벤트를 통해 가입자를 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가 한국에 진출하는 11월은 디즈니+ 출범 1주년이 되는 달이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출범 1주년을 맞는 11월12일 '디즈니+ 데이'라는 대대적인 이벤트를 펼칠 예정이다. 우선 영화 '나홀로집에'의 리부트 신작 '홈 스위트 홈 얼론'과 '정글 크루즈' 등 여러 신작들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차펙 CEO는 "디즈니+데이엔 글로벌 작품과 현지 작품의 균형 잡힌 접근 방식으로 다가갈 것"이라면서 "아직 디즈니+에 가입하지 않은 소비자들에게는 흥미로운 라인업이 발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시장 공략 나서는 디즈니+
/사진=AFP/사진=AFP
디즈니+는 현재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 61개국에서 21개 언어로 서비스 되고 있다. 6월말 기준 디즈니+ 구독자는 1억1600만명으로 전분기(1억360만명)보다 6.2%가량 증가했다.


디즈니+는 특히 아시아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포화상태고, 국내외 새로운 콘텐츠 수급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아태지역 공략이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호주, 뉴질랜드, 일본, 싱가포르, 인도,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 진출해있지만 연내 공격적으로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반응도 좋다. 태국에선 지난 6월30일 첫 출시 직후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모두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루크 강 월트디즈니 아태지역 총괄 사장은 "디즈니+는 탄탄한 브랜드 포트폴리오와 폭넓은 콘텐츠로 아태 지역 소비자들에게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면서 "구독자 수 성장과 현지 파트너십 구축 등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한국을 비롯한 아태 전 지역의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콘텐츠 제작사엔 '기회'…국내 OTT는 '울상'
이 때문에 넷플릭스처럼 아시아 지역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 콘텐츠 수급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가 아시아 지역 가입자 증가에 도움이 되자, 공격적으로 한국 콘텐츠에 재투자를 이어왔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 콘텐츠에 총 7700억원을 투자한 넷플릭스는 올해 5500억원을 투입해 한국판 오리지널 시리즈를 대거 선보인다. 지난해 한국 시장의 넷플릭스 연간 결제금액인 5173억원보다 더 많은 금액을 고스란히 한국 콘텐츠에 재투자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디즈니+가 한국에 진출할 경우,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에게는 더 큰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1강체제'를 깨고 디즈니+가 들어와 경쟁을 벌이면 국내 콘텐츠 제작사의 협상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제작을 하는 데 있어 현재는 넷플릭스만큼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없는데, 그에 걸맞는 자본력을 가진 디즈니+가 들어온다면 제작사 확보 경쟁도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내 OTT들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OTT시장은 넷플릭스가 주도하고 토종 OTT '웨이브' '왓챠' '티빙' '시즌' 등이 뒤따르는 형국이다. 그러잖아도 자금과 규모 면에서 넷플릭스에 밀리는 상황에서 막강한 IP를 보유한 디즈니+가 추가로 합류하면 위기감은 더 커진다. OTT업계 한 관계자는 "대규모 자본력과 물량공세를 앞세운 글로벌 OTT와 토종OTT 간 경쟁은 기울어진 운동장 게임이나 다름없다"며 "정부 관계 부처들이 각자의 역량에 맞게 국내 OTT 산업 성장을 지원하는 데 포커스를 맞춰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콘텐츠 공룡' 디즈니+ 11월 한국 진출...'넷플릭스 1강체제' 깰까
한편 디즈니+는 경쟁상대인 넷플릭스에 못잖은 오리지널 콘텐츠로 승부할 전망이다. 디즈니는 지난해 말 디즈니+ 내부 서비스로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이어 '스타(Star)'를 새로 만들었다. 스타에는 디즈니 산하 제작사인 20세기 스튜디오, ABC, 서치라이트 픽처스 등의 드라마들이 매주 업데이트된다. 강점인 애니메이션과 영화 외에도 TV시리즈물로 영역을 확대해 전세계 지역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디즈니+는 스타를 통해 올해 말까지 35편 이상, 2024년까지 매년 50여편의 전세계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급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가 제작하는 '너와 나의 경찰수업'이 디즈니+를 통해 방영되고, 주연 배우로 가수 강다니엘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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