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하정우의 프로포폴-유시민 조카·빅뱅 탑의 대마는 마약이 아닌 이유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2021.08.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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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하정우(본명 김성훈)가 1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을 마친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1.08.10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하정우(본명 김성훈)가 1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을 마친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1.08.10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배우 하정우 등이 병원 처방에 의해 투약받았다고 주장하는 '프로포폴'.

버닝썬 게이트에서의 이른바 '물뽕(GHB)'.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조카이자 유시춘 EBS이사장 아들 신모씨와 빅뱅의 탑 등이 피우다 적발된 '대마'.

대체로 언론에서 '마약'사건으로 통칭하고 있지만 프로포폴·물뽕·대마는 엄격히 법적으로 분류하자면 '마약'이 아니다.



정확히는 '마약류(痲藥類)'로 불러야 한다.

'마약'과 '마약류'는 법적으로 달라…천연 마약은 양귀비·아편·코카잎, 화학적 합성 마약은 코카인·헤로인·모르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1항은 '마약류'에 관한 정의를 내리면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 총 3가지로 구분한다.

따라서 법적으로 좁은 의미의 '마약'은 3대 천연재료인 양귀비·아편·코카잎과 그 추출물 그리고 그와 동일한 화학적 합성품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해 놓은 것들이다. 잘 알려진 것으론 헤로인, 코카인, 모르핀 등이 있다.


법에 정의된 '향정신성의약품'은 인간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것으로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다고 인정돼 대통령령으로 정해 놓은 것이다.

클럽 버닝썬 내에서 유통됐다고 의심받고 있는 물뽕과 케타민 그리고 성형이나 피부미용 시술시 오남용 논란이 있는 수면유도제 프로포폴이 여기에 해당한다. '히로뽕'이란 일본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메스암페타민(methamphetamine)도 향정신성의약품의 하나다.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그룹 '빅뱅'의 멤버 탑(최승현)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선고 공판을 마치고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최 씨는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2017.7.20/뉴스1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그룹 '빅뱅'의 멤버 탑(최승현)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선고 공판을 마치고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최 씨는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2017.7.20/뉴스1
'향정신성의약품'과 '대마'는 현재는 '마약류'에 포함되긴 하지만 연혁적으로 보면 처음엔 별도로 취급됐다.

향정신성의약품만을 다루던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은 1979년 제정됐다.

대마는 1977년부터 시행된 '대마관리법'에 의해 규제됐다. 물론 이들 법에서도 향정신성의약품의 오남용, 대마의 수입·수출이나 매매·흡연·섭취를 금했다.

이에 비해 '마약법'은 일제강점기에도 '조선아편취체령'이나 '조선마약취체령'으로 존재했고 해방 직후 1946년엔 '마약취체령'이 제정됐다. '마약법'이란 이름으론 1957년에 제정됐다.

마약류관리법 2000년 통합 제정돼, 그전까지 대마관리법·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마약법 3가지로 별도 규제
그러다가 2000년 행정규제기본법에 의한 규제정비계획의 일환으로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과 '대마관리법'은 폐지됐다. 그 이전까진 마약법,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대마관리법이 별도로 구분돼 시행됐었다.

그런데 최근엔 통합된 마약류관리법을 다시 분리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우선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해선 의료기관과 약국의 의료용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면서 적정한 이용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0년에서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된 프로포폴의 경우도 유사한 효능을 내는 약품 중 부작용이 가장 덜한 것으로 알려져 일각에선 '마약류'지정에 불만이 있었다. 프로포폴을 불법화한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재용·하정우의 프로포폴-유시민 조카·빅뱅 탑의 대마는 마약이 아닌 이유
우유주사 프로포폴, 불면증에 즉각적 효과 알려지면서 강남 사모들·연예인들 중독문제 불거져…2010년 세계최초로 '한국 불법화'
당시 강남 병원 등에서 연예인들이 불면증 치료를 위해 상시적으로 프로포폴을 맞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로 밝혀지고, 의사처방없이 투약하다가 부작용에 의한 사망사고 등이 발생하면서 프로포폴 불법화 여론에 따라 갑작스럽게 프로포폴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됐다. 미국은 통제 약품으로 분류하지만 마약류에는 넣지 않고 있다.

'대마'에 대해선 아예 합법화 주장도 있다. '의료용 대마' 사용허가를 골자로 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018년 11월 국회를 통과해 2019년 3월 12일부터 시행됐다. 의료용에 한해 대마를 이용한 약품이 허용되면서 대마를 마약류관리법에 계속 포함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 여러 주(州), 캐나다 등에서 의료용 뿐 아니라 '기호(嗜好)용' 대마까지 합법화한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 레저용 대마가 합법화되면서 국내로 반입되는 대마류 적발 건수도 크게 늘었다. 한때 인천공항에선 북미 지역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도착하면 입국장 안내판에 "한국에선 대마가 불법이니 휴대용 짐에 '대마'를 실수로 넣은 경우 자진신고해야한다"는 공지가 붙기도 했다.

실제 미국 생활을 오래 하던 이들이 미국에서와 같이 한국도 대마가 허용되는 것으로 착각하거나 전자담배 카트리지형으로 돼 있는 액상대마를 실수로 짐에 포함해 입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관세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한국 왕래가 잦은 지역인 캘리포니아주에서 대마가 합법화된 2018년 기준으로 인천공항에서 적발된 대마류가 그 전해에 비해 건수와 중량으로 각각 3배이상 증가한 바 있다.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14일 오후 인천세관 수출입통관청사에서 세관 직원이 대마 카트리지, 초콜릿 등 대마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캐나다에서 대마가 합법화된 후 인천공항 세관에 적발된 대마 밀반입이 급증했다.(인천일보제공) 2019.3.14/뉴스1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14일 오후 인천세관 수출입통관청사에서 세관 직원이 대마 카트리지, 초콜릿 등 대마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캐나다에서 대마가 합법화된 후 인천공항 세관에 적발된 대마 밀반입이 급증했다.(인천일보제공) 2019.3.14/뉴스1
미국 민주당, 연방 차원의 대마초 합법화 추진 중…50주 중 37주가 의료용 합법화, 18주는 레저용도 합법
미국 상원의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는 미 연방 차원에서 대마(마리화나)를 합법화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 중이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는 지난해 12월 이미 규제약물에서 마리화나를 삭제하고 소비세를 부과하는 방법의 합법화 법안이 통과했다. 현재는 50개 주 가운데 18주는 아예 레저용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게 돼 있다. 의료용은 37개주가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위반시 벌칙은 마약류 중 대마가 가장 약하다. 마약류는 소지·소유·관리·수수·운반·사용 등으로 구체적으로 행위를 세분화해 처벌하는데 수출입·제조·매매 등 '대량 유통'에 관한 범죄는 처벌이 가장 엄하다.

'개인 소비'단계라 할 수 있는 '투약' 혹은 '섭취'를 기준으로 하면 대마는 마약류관리법 벌칙 제61조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한다. 초범의 경우엔 대마 흡연의 경우는 대부분 집행유예가 선고되고 있다.

반면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은 제59조가 적용돼 1년 이상의 유기징역, 상습범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섭취나 투약혐의로 적발될 경우엔 대마가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에 비해선 처벌이 훨씬 약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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