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쩍벌'과 '도리도리' 조롱에…윤석열 SNS '셀프디스', 효과는?

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2021.08.06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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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5일 인스타그램에 반려묘 '나비'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그는 출마선언 할 때 고개를 과하게 흔들었다며 '도리도리' 지적을 받았는데, 이를 '셀프디스'하려는 듯 나비가 '도리도리검증단'이 됐다며 교정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2021.8.5./사진=윤석열 전 검찰총장 인스타그램. 야당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5일 인스타그램에 반려묘 '나비'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그는 출마선언 할 때 고개를 과하게 흔들었다며 '도리도리' 지적을 받았는데, 이를 '셀프디스'하려는 듯 나비가 '도리도리검증단'이 됐다며 교정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2021.8.5./사진=윤석열 전 검찰총장 인스타그램.


'쩍벌'과 '도리도리'. 쌓여가는 부정적 이미지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셀프 디스'(자조)로 돌파하려는 모양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윤 전 총장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태도'를 두고 숱한 조롱을 받았다. '도리도리' 별명이 대표적이다. 출마를 선언할 당시 고개를 과하게 좌우로 흔들었다고 지적을 받았다.



최근엔 지방 일정 중 기자간담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치맥 회동' 등에서 다리를 다소 과하게 벌리고 앉은 모습이 포착되며 '쩍벌'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렇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보이는 모습'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윤 전 총장은 전문가 상담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3일 인스타그램에 반려견 마리와 '쩍벌 자세' 교정에 돌입했다는 글을 올렸다. 2021.8.4./사진=윤석열 전 검찰총장 인스타그램 갈무리.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3일 인스타그램에 반려견 마리와 '쩍벌 자세' 교정에 돌입했다는 글을 올렸다. 2021.8.4./사진=윤석열 전 검찰총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이와 별개로 윤 전 총장은 셀프 디스를 '탈압박' 전략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논란을 유머의 소재로 삼아 친근한 이미지도 주고, 동시에 의연한 모습도 보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셀프 디스의 주축에는 윤 전 총장의 반려견과 반려묘가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반려견 사진을 주로 올리는 '멍스타그램'을 개설했다. 그는 토리, 마리 등 반려견 4마리와, 반려묘 3마리를 키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쩍벌 자세'가 구설에 오르자 멍스타그램에 돌연 반려견 '마리'가 다리를 180도 벌리고 바닥에 엎드린 사진에 올라왔다. 사진 옆에 마리의 목소리가 글로 적혀있었다.


다리를 쩍 벌린 마리의 고백은 이랬다. "매일 0.1cm씩 줄여나가기. 아빠랑 마리랑 같이 매일 나아지는 모습 기대해주세요". 윤 전 총장이 반려견 마리와 쩍벌 자세를 조금씩 고쳐나간단 내용이다. 쩍벌 자세를 조용히 고치기보다 SNS상 유머의 소재로 삼은 셈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4일 인스타그램에 '쩍벌 자세'가 조금은 교정됐다는 사진을 올렸다. 2021.8.4./사진=윤석열 전 검찰총장 인스타그램 갈무리.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4일 인스타그램에 '쩍벌 자세'가 조금은 교정됐다는 사진을 올렸다. 2021.8.4./사진=윤석열 전 검찰총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트레이닝 효과가 있던 걸까? 4일 멍스타그램엔 윤 전 총장이 다리를 오므리고 앉은 사진 한장이 올라왔다. 다만 옆의 바닥에 엎드린 마리는 쩍벌을 조금도 고치지 못한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본 반려견 토리의 말은 이랬다. "안녕하세요 토리에요. 아빠랑 마리랑 열심히 금쩍(쩍벌금지) 운동 중이에요. 조금 줄어들었나요?"

셀프 디스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5일 멍스타그램에 반려묘 나비와 그 옆에 누워 휴대폰 들여다보는 윤 전 총장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나비는 이렇게 고백했다. "밤마다 아빠 도리도리가 나아졌는지 점검하는 '도리도리점검단'이에요. 가슴 졸이며 지켜보다가 나아진 거 같으면 꾹꾹이 안마를 해드려요". 도리도리도 유머의 소재가 된 셈이다.

오세훈도 4·7 보선 때 'V 서울' 셀프디스
오세훈 서울시장은 4·7 보궐선거 당시 자신을 향했던 'V=vip' 조롱을 유머의 소재로 삼았다. 자신의 유세를 'V자 유세'라 부르는 식이다. 2021.3.27/사진=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은 4·7 보궐선거 당시 자신을 향했던 'V=vip' 조롱을 유머의 소재로 삼았다. 자신의 유세를 'V자 유세'라 부르는 식이다. 2021.3.27/사진=뉴스1
정치인이 이렇게 셀프 디스로 논란을 극복하려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V=Vip' 주장으로 역풍을 맞자 셀프 디스로 돌파를 시도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월 서울시장 예비후보 시절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북한 지역 원전 건설 추진' 문건 제목에 'v' 자가 들어간 것을 보고 '청와대 개입설'을 제기했다. 보통 'v'는 파일을 여러 차례 수정할 때 경과를 나타내는 버전(version)을 가리키는데, 오 시장은 v가 대통령을 가리키는 'VIP'라고 해석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V3는 안철수 대선 3번이냐"는 등 조롱성 발언이 쏟아졌다. 지지율에 큰 타격이 예상됐지만 오 시장은 자신을 향한 조롱을 셀프디스로 맞받아쳤다. 'V자 유세' 'V 서울 공약 시리즈' 등 유세에 오히려 활용하는 식이다. 셀프 디스의 효과를 정확히 가늠할 순 없지만 남은 선거 기간 'V=vip' 조롱은 오 시장을 향한 공세에 더 이상 활용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오 시장은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윤 전 총장의 셀프 디스는 어떤 효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관련 소식을 다룬 기사에서 누리꾼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 누리꾼은 "고치려는 모습이 보기 좋다" "개그가 살아있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안하던 걸 하니 어색하다" "쇼 그만하라"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정말 대선주자의 SNS인가"라는 부정평가도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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