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뒤흔든 메타버스, 차세대 혁신? 현실 수익은 '…'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정혜윤 기자, 구경민 기자 2021.08.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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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증시에 부는 메타버스 열풍(上)

증권시장 흔든 메타버스..."차세대 혁신이냐, 투자용 유행어냐"
증시 뒤흔든 메타버스, 차세대 혁신? 현실 수익은 '…'


차세대 혁신이냐, 투자자들을 흥분시키기 위한 유행어(buzzword)냐. 메타버스가 증시를 달군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다만 메타버스를 바라보는 시각은 적잖게 갈린다. 미국 로블록스, 네이버의 제페토 등 메타버스 플랫폼이 Z세대(95년 이후 출생자)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반면 마땅한 수익 모델이 없는 것도 또다른 현실이다.

◇유니티·로블록스 상장이 쏘아올린 메타버스 열풍



"지난 20년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면 앞으로 20년은 공상과학 소설 같을 것이다. 메타버스 시대가 오고 있다.(The metaverse is coming).

지난해 10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GPU(그래픽처리장치) 기술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목소리를 높인 뒤 메타버스는 주요 흐름이 됐다.



메타버스 대표 기업인 유니티소프트웨어(이하 유니티)가 막 상장하고 로블록스가 IPO(기업공개) 준비를 하던 시점이었다.

유니티는 포켓몬고, 어몽어스 등에 게임엔진을 공급한 회사다. 전세계 상위 1000개 모바일 게임 중 71%가 유니티로 제작한 게임이다.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프로그램에 특화돼 있어 볼보 등 완성차 기업들은 유니티의 엔진을 활용해 가상 시뮬레이터로 자율주행 AI(인공지능) 시스템을 만들기도 한다.

로블록스는 일종의 무료 온라인 게임 플랫폼이다. 이용자들은 로블록스를 통해 게임을 창작할 수도,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게임 뿐만 아니라 콘서트나 생일파티를 열기도 한다. 전세계 로블록스 가입자 수는 2억명을 돌파하며 넷플릭스 구독자 수와 비슷한 상황이다.


두 기업은 미국 증시에 혜성처럼 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아이폰(2007년 첫 출시)보다 오래된, 생각보다 연혁있는 회사들이다. 유니티는 2004년에 설립됐고 로블록스는 2006년에 출시됐다. 메타버스라는 말의 탄생은 1992년까지 거슬러간다. 미국의 SF 작가 닐 스티븐슨이 쓴 소설 '스노크래시'에 처음 등장했다. 초월이라는 의미의 메타, 세계라는 의미의 유니버스가 합쳐진 말이다.

30년이 지난 지금 메타버스가 '역주행'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일상의 온라인화' 영향이 크다. 랜선 회식, 랜선 미팅, 랜선 OT(신입생환영회) 등 세계인의 일상이 온라인 속으로 빨려들어가면서 '온라인 속의 내'가 현실의 나만큼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학창시절의 대부분을 온라인 속에서 보내게 된 Z세대에게 메타버스는 어쩌면 학교보다 더 친숙한 공간이다. 미국의 16세 미만 청소년의 55%가 로블록스에 가입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이용자들이 로블록스에 머문 시간은 총 306억시간에 달한다.

네이버의 3D 아바타 기반 소셜 플랫폼 '제페토'도 지난 2월 기준 가입자 수가 2억명을 돌파했다. 해외 이용자 비중이 90%이고 10대 비중이 80%에 육박한다. Z세대가 앞으로 어떤 소비 성향을 보일지가 미래에 '돈을 버는' 기업을 좌우할 수 있다.

◇메타버스, 신사업 출혈경쟁 지속..."영역별 고른 투자 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투자업계에서 메타버스에 대해 의문의 시선을 보내는 것은 아직 안정적 수익처가 없기 때문이다.

로블록스는 지난 5월 상장 후 첫 실적 발표에서 예상보다 큰 적자를 발표했다. 로블록스는 1분기 매출액이 3억87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0% 늘어났지만 주당 46센트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주당 21센트)를 크게 밑도는 수치였다.

유니티도 지난 2월 지난해 4분기 주당 조정손실이 10센트라고 발표했다. 매출은 2억203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9% 늘었다. 두 기업 모두 자사의 플랫폼·엔진을 활용한 게임이 흥행하더라도 기업보다 개발자에게 가는 이익 비율이 크기 때문이다.

주가도 요동쳤다. 유니티 주가는 지난해 9월 상장 이후 60달러대에서 당해 12월 172달러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100달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로블록스도 올해 3월 첫 상장일에 69.5달러를 기록한 뒤 지난 6월 99.86달러까지 오르며 100달러에 육박했지만 현재 77달러 수준으로 내려왔다.

정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신산업 특성상 메타버스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 선제 확보를 위해 출혈 경쟁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주가가 출렁이는 이유 또한 "산업 성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메타버스 기업들이 단순한 기술 플랫폼이나 기존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을 뛰어넘어 진실로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었는가에 대해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뉴욕타임즈는 "로블록스는 십대 게임 제작자를 백만장자로 만들어주기도 했지만 그들은 로블록스를 메타버스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메타버스가 공상과학 속의 일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가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콘서트를 열고 제페토에서 구찌를 사기 위해 10대들이 앞다퉈 계정을 만드는 일들은 분명한 현실이다.

전세계 금융시장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6월30일 전세계에서 첫 상장된 메타버스 ETF(상장지수펀드)인 '라운드힐 볼 메타버스 ETF'에는 3900만달러(약 437억원)이 몰렸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KB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 나란히 '메타버스' 펀드를 출시한 데 이어 NH-아문디, 신한자산운용도 관련 펀드를 준비 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메타버스 ETF를 준비하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메타버스는 플랫폼에 국한되는 개념이 아니고 긴 호흡으로 봐야하는 만큼 영역별로 고른 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인프라(5G, 6G,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등) △하드웨어(VR HMD, AR 글래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소프트웨어·컨텐츠(개발 엔진, 인공지능, 디지털 트윈 등) △플랫폼(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포트나이트 등)이다.

차동호 KB자산운용 ETF(상장지수펀드)운용실 실장은 "AR, VR 기술은 20년 전부터 나왔지만 빠른 송신(5G)과 빅데이터를 다루는 클라우드 등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이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며 메타버스는 다양한 IT 기술들의 집합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마트폰처럼 소비자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하드웨어도 필요한데 삼성 기어VR이나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이 큰 히트를 치지 못했다"며 "페이스북의 오큘러스2가 빠른 속도로 보급될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 같은 '메타버스' 펀드? KB·삼성 뭐가 다르나 봤더니
지난 6월 KB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 나란히 '메타버스' 펀드를 출시했다. 메타버스는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다.

6월 14일 가장 먼저 선보인 KB자산운용의 '메타버스 경제펀드'는 지난달 30일 기준 307억원, 같은달 28일 출시한 삼성자산운용의 '글로벌 메타버스 펀드'는 295억원을 모았다. 설정 이후 수익률은 KB자산운용 4.9%, 삼성자산운용 2.3%로 다소 차이가 났다.

비슷한 시기 출시된 두 운용사의 메타버스 펀드를 비교해봤다.

증시 뒤흔든 메타버스, 차세대 혁신? 현실 수익은 '…'
◇공통점은 미국·글로벌 기업

두 펀드가 투자한 글로벌 기업 중 겹치는 종목이 꽤 많다. 두 펀드 모두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퀄컴 등을 담고 있다. 국가별론 미국에 편중돼 있는 것도 비슷하다.

KB자산운용은 미국 비중이 83%다. 삼성자산운용은 약 78%를 차지했다. 산업별 비중으로 나눠봤을 때 IT, 통신서비스 비중이 높은 것도 닮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차이가 있다. KB자산운용은 메타버스 범주를 총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콘텐츠 △인프라 등 4가지 로 구분, 30여 종목에 투자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KB자산운용에 비해 범위가 넓다. 삼성자산운용은 메타버스의 핵심 벨류체인을 △사용자 경험 △경험 발견 △개발자 경제 △공간컴퓨팅 △탈중앙화 △인터페이스 △인프라 등 7개로 분류한다. 이 밑에 테마를 형성, 60여개 종목에 투자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메타버스 관련주를 압축했고 삼성은 확장성을 염두에 뒀다. 삼성자산운용의 펀드가 럭셔리 브랜드 '구찌'의 모회사 케어링에 투자한 게 단적인 예다. 삼성자산운용은 럭셔리 굿즈가 메타버스 환경을 활용한 광고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수혜주라는 판단에 케어링을 담았다.

◇KB는 네이버·하이브 담고... 삼성은?

(서울=뉴스1) = 사진은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 구현된 쏘나타 N 라인. (현대차 제공) 2021.6.25/뉴스1  (서울=뉴스1) = 사진은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 구현된 쏘나타 N 라인. (현대차 제공) 2021.6.25/뉴스1
두 펀드에 담긴 국내 종목의 차이도 뚜렷하다. KB자산운용은 국내 종목으로 NAVER (182,400원 ▼300 -0.16%)(네이버), 하이브 (203,000원 ▼9,000 -4.25%), 골프존 (81,200원 0.00%), 엔씨소프트 (171,100원 ▼1,400 -0.81%) 등을 담았다. 플랫폼·콘텐츠와 관련된 종목들이다. 삼성자산운용은 메타버스 관련 기업 국내 IPO(기업공개)에 참여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펀드 운용 주체도 다르다. KB자산운용은 ETF운용실에서 메타버스펀드를 맡았다. 차동호 KB자산운용 ETF(상장지수펀드)운용실장은 "메타버스뿐 아니라 글로벌 트렌드를 가장 가까이 리서치하고 있어 미국 데이터센터·글로벌 수소경제 등도 ETF운용실에서 함께 맡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은 해외 주식 편입 비중이 높은 것을 고려해 글로벌주식운용팀에서 메타버스를 운용한다.

국내에서 메타버스 펀드가 출시된 이후 미국 증시에서도 세계 최초 메타버스 ETF가 출시됐다. 미국 자산운용사 라운드힐인베스트먼트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라운드힐 볼 메타버스 ETF(META)'를 상장했다. 현재까지 메타버스 ETF에는 약 3900만달러(약 449억원)가 모였다.

라운드힐 ETF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텐센트, 로블록스, 오토데스크 등을 담고 있다. 담긴 주요 글로벌 기업 목록은 KB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등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외 미래에셋자산운용도 메타버스 ETF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메타버스 관련주 찾아라..펀드매니저들 '줍줍'
증시 뒤흔든 메타버스, 차세대 혁신? 현실 수익은 '…'
메타버스 관련 종목들이 증시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펀드매니저들도 유망한 메타버스 종목 발굴에 분주하다.

증강현실(AR) 플랫폼 기업인 맥스트의 주가는 지난달 27일 상장 첫날 공모가(1만5000원)의 2배 가격인 3만원에 시초가가 형성됐다. 이후 거래제한 상한선(30%)까지 오르면서 '따상'을 기록했다. 맥스트 (4,620원 ▼100 -2.12%)는 상장 이후 나흘동안 120% 상승했다.

국내 메타버스 대장주로 꼽히는 자이언트스텝 (9,010원 ▼20 -0.22%)도 지난 3월24일 상장한날 따상(공모가 두배에서 시초가 형성된 후 상한가)을 기록했다. 지난달 20일에는 10만원을 돌파했다. 상장 이후 주가가 260% 올랐다.

메타버스 관련주가 주목을 받으면서 메타버스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상장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릴때 상장을 해야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어서다. 상장 이후에도 '따상', '따상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 뒤 이틀 연속 상한가)을 기대해볼 수 있다.

XR(확장현실) 기반의 메타버스 테크 기업 스코넥엔터테인먼트는 지난 6월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하반기를 목표로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했다. 메타버스 기반 디지털테라피 솔루션 기업 싸이큐어는 최근 하나금융투자를 IPO 주관사로 선정하고 대표주관계약을 완료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메타버스 시장 진출 선언도 하나둘 이어져 주목된다. 앞서 애플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굵직한 기업들이 메타버스 산업에 뛰어든데 이어 최근 페이스북도 사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처럼 메타버스 관련 기업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자 펀드매니저들도 펀드에 메타버스 관련주를 담기 바쁘다. 공모주 펀드 뿐 아니라 성장주, 메타버스 펀드에 메타버스 관련 기업들을 편입시키고 있다. 펀드매니저들은 메타버스 기업들을 추가 편입하기 위한 종목 고르기가 한창이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메타버스 관련 기업의 국내 IPO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면서 "최근 상장한 맥스트 뿐 앞으로 상장할 기업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메타버스 기업들을 더 담고 싶어도 기업이 많지 않아 담지 못하고 있다"면서 "메타버스 기업들이 더 상장하면 펀드에 메타버스 편입 비중을 더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메타버스 펀드에 이어 ETF(상장지수펀드)도 출시할 예정이어서 메타버스 기업의 몸값은 당분간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메타버스 열풍이 불면서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퉈 메타버스 펀드와 ETF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면서 "펀드와 ETF에 메타버스 기업들을 편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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