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염 될까 봐'...시민들 병원 피하자 올해 2000곳 문 닫았다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21.08.0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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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감염 될까 봐'...시민들 병원 피하자 올해 2000곳 문 닫았다


올해 들어 전국에서 병원 2000곳 이상이 문을 닫았다. 코로나19(COVID-19) 감염 우려로 동네 병원을 찾는 발길이 줄면서 병원들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서다. 동네 병원 폐업의 여파로 환자들은 더 먼 곳의 병원을 찾고 있다.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에서 병원 총 2096곳이 폐업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887곳)과 비교해 폐업한 병원이 11% 늘었다.



폐업한 병원 가운덴 의원급이 1569곳으로 가장 많았고, △상급 병원 318곳 △요양병원 180곳 △종합병원 29곳 순이다. 코로나 감염을 우려해 시민들이 시민들이 병원 찾기를 꺼리면서 병원들이 경영난에 빠진 것이다.

지난해 '진료비 통계지표'를 보면 지난해 의료기관 내원일수는 전년(2019년) 대비 13.92% 감소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는 내원일수가 46.8%(5109만6000일→2717만일)나 감소했다. 감염에 취약한 어린 아이들이 혹여 병원에서 코로나19에 노출될까봐 부모들이 웬만해선 병원을 찾지 않으면서다.



실제 의사들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5월 대한의사협회가 진료과 개원의 18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6%가 '의료기관을 폐업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직원해고 등 내부 구조조정을 이미 시행한 경우는 25%, 시행을 계획하고 있는 경우가 33%에 달했다.

"코로나 때문에 웬만하면 병원 안 와"…코로나 종식 이후 '동네 병원 공백'도 이슈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사진=뉴스1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사진=뉴스1
병원에서 만난 시민들은 병원에 가기를 꺼렸다. 이날 서울 마포구의 한 소아과 의원에서 만난 어머니 김모씨는 "진짜 열이 높고 아파서 오늘처럼 유치원을 못 갈 정도가 아니면 병원에 안 오려고 한다"며 "단골 병원인 이곳은 남아있지만 주변 다른 상가에 있던 소아과나 내과 문 닫은 데가 꽤 있다"고 말했다.

동네 병원이 문을 닫기 시작하면 불편을 겪는 시민들도 있다. 마포구 내과 의원을 찾은 나모씨는 "집 앞 상가에 있던 내과가 지난 3월에 폐업하면서 버스타고 왔다"며 "지난해부터 동네 병원들이 잘 안 돼서 문 닫는다는 말만 들었지 내가 가던 데가 닫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나씨는 "아무래도 요즘은 기침 나거나 열이 나면 선별진료소 가서 코로나 인지부터 확인하지 바로 병원으로는 잘 안 오게 되는 것 같다"며 "걸릴까봐도 무섭지만 혹시 내가 환자들한테 옮길까봐 하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한 내과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과는 (운영 상황을) 비교할 수가 없다"며 "현재 이시간(오후 1시반)이면 점심시간 끝나고 내원 환자로 꽉 찰 때 인데 널널하다"고 말했다. 오후 1시반 기준 이 내과엔 환자 2명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인건비부터 줄이는 식으로 간신히 이어가는 곳들이 많을 것"이라며 "코로나 상황이 지나가고 난 뒤에 동네 병원 공백을 메우는 것도 아마 하나의 이슈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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