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복' 소지만해도 불법인데…30분만에, 6만원이면 '풀세트' 구한다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박수현 기자 2021.07.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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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제복 찾으신다고요? 우리는 몰래 파는데."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구제 의류 매장. 업주에게 "경찰 제복이나 경찰 장비가 있느냐"고 문의하자 "잠시만 기다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높은 곳에 걸린 옷을 뒤적이던 업주는 경찰 제복과 바람막이 2벌을 꺼내 왔다. 그는 "근처에 경찰용품 파는 곳이 2~3곳은 더 있다"며 "경찰용품 소지가 불법이니 몰래 팔아야 한다"고 귀띔했다.

온·오프라인상에서 어렵지않게 경찰 제복이나 경찰 용품을 구매할 수 있지만 이는 현행법상 불법이다. 경찰복을 판매하는 업주는 물론이고 이를 구매해 소지하는 경우도 처벌 대상이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



30분만 돌아다니면 '경찰 풀세트' 구한다…"가격 비싸다 보니 몰래 판매"
종로구의 한 매장에서 판매 중인 의경 모자. 현직 경찰들도 구분이 어렵다./사진 = 오진영 기자종로구의 한 매장에서 판매 중인 의경 모자. 현직 경찰들도 구분이 어렵다./사진 = 오진영 기자


이날 서울 종로구·동대문구의 중고 의류 매장과 제작업체 등 10여곳을 방문한 결과 30분 정도 발품을 팔면 경찰 제복과 장비 등을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매장 안쪽에는 경찰 제복·근무복·경찰 모자에서부터 경찰 벨트·계급장·포승줄 등 다양한 경찰용품이 구비돼 있었다. 일부 매장에서는 현직 경찰들이 착용하는 제품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의 용품도 판매 중이다.

동묘역 인근 한 매장에서는 경찰 외투를 3만원, 경찰 근무복을 2만원에 판매했다. 경찰 벨트는 2000원에 판매됐고 5000원을 내면 숨겨뒀던 경찰 모자를 내줬다. 경찰복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6만~7만원 정도면 이른바 '경찰 풀세트'로 차려입을 수 있었다.



문제는 이같은 경찰 용품 판매가 불법이라는 점이다. 경찰제복 및 경찰장비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경찰청에 등록을 하지 않고 물품을 판매하거나 제조·대여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등록된 업체여도 구매자 인적사항을 적는 장부를 비치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를 어기고 몰래 경찰복을 판매하다 처벌받은 사례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인근 매장에서 경찰 제복을 소지한 A씨(64)에게 벌금 30만원과 제복을 몰수할 것을 선고했다. A씨는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할 목적으로 경찰용 제복인 춘추점퍼 2벌을 소지하고 있다가 적발됐다.

종로구의 한 의류 매장 업주는 "요즘 단속이 엄해져서 믿을만한 손님들한테만 몰래몰래 판다"며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도 있고 업자 통해서 알음알음 구하는 제품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중고 의류가 비싸야 1만원을 넘기 힘든데 경찰복이나 군복은 가격이 2배가 넘으니 쉽게 판매를 포기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가수 승리도 입었던 경찰제복…착용도 불법입니다
28일 서울 종로구 동묘앞역 인근의 의류시장 풍경. / 사진 = 오진영 기자28일 서울 종로구 동묘앞역 인근의 의류시장 풍경. / 사진 = 오진영 기자
판매 매장 업주들은 경찰복을 구매하는 고객 대부분이 20~30대 청년층이라고 했다. 대학교 축제나 동아리 활동을 이유로 학생들이 찾는 경우가 많고 핼러윈 데이가 다가오면 '코스프레'(특정 대상과 같은 의상을 입고 흉내내는 행위) 영향으로 판매량이 는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이 아닌데도 경찰 제복을 착용하거나 사용·휴대하는 것또한 불법이다. 2019년 가수 승리가 '경정' 계급장이 달린 제복을 입은 사진을 SNS에 게시했다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는 '경찰제복 및 경찰장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시행 전이어서 무혐의 판정이 났으나 법이 시행된 지금은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질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복 판매는 엄연한 불법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판매 업소들을 순찰한다"며 "언뜻 보기에는 실제 경찰 복장과 구분이 가지않는 용품을 판매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또 "경찰복이 불법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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