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을 넘어 세계로[류근관의 통계산책]

머니투데이 류근관 통계청 청장 2021.07.28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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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을 넘어 세계로[류근관의 통계산책]


2020 도쿄올림픽이 우여곡절 끝에 개막했다. 근대올림픽은 125년 동안 제1·2차 세계대전으로 3번 취소된 적이 있으나, 예정보다 1년 늦게 개최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모든 경기는 방역을 위해 무관중으로 치러진다. 함성 없는 텅 빈 현장에서 뛰는 선수들이 보기에 안타깝다.

하계올림픽은 32회 동안 19개 국가의 주요 도시에서 개최됐다. 두번 이상 개최한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7개국이다.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일본이 1964년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한다. 일본은 1964년 올림픽 개막에 때 맞춰 초고속 열차 신칸센을 개통, 전 세계에 기술력을 과시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1인당 실질 GDP가 일본의 9%에 불과했다. 일본은 경제력으로나 스포츠 역량으로나 우리에겐 넘기 힘든 상대로 여겨졌다.



광복 이후 30여 년간 여덟 번의 하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성적표는 좋지 않았다. 금메달은 1976년 레슬링의 양정모 선수가 유일했다. 대회마다 메달 수는 한자리에 그쳤다. 우리와 달리 일본은 25개 이상의 메달을 따내며 줄곧 세계 5위권 이내를 차지했다. 체력은 국력이라고 했던가. 올림픽에서 따낸 메달 수가 부족했던 우리나라의 1인당 실질 GDP 역시 일본과 비교하면 1972년 10%, 1984년 17% 수준에 그쳐 1964년의 초라함이 지속됐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는 민주화 운동과 급속한 산업화에 힘입어 아시아 두 번째 하계올림픽 개최국이 됐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우리 선수가 따내는 메달은 20개를 훌쩍 넘었다. 세계 10위권 안에 진입하면서 우리나라는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이에 발 맞춰 일본과 한국의 1인당 실질 GDP 비율은 1988년 21%, 2000년 37%, 2019년 59%로 한일간 격차가 빠르게 줄었다. 환율에 물가수준까지 반영한 1인당 구매력 GDP 비율은 1990년 43%, 2000년 69%로 더 빠르게 추격했다. 급기야 2018년 102%가 되어 일본을 추월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광복 후 31년 만에 첫 금메달을 따고, 43년 만에 하계올림픽을 개최하고, 75년 만에 경제 규모로 세계 10위권에 진입했다. 이달 초에는 선진국으로 국제지위도 격상됐다. '한강의 기적'을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는 우리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의 선전이 코로나로 지친 우리에게 또 하나의 희망 메시지로 되돌아 오길 꿈꿔본다.

'한강의 기적'을 넘어 세계로[류근관의 통계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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